밑의 광황흑제님의 글...
제가 그걸 보고 하나의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쭉 느꼈던 위화감을 다시 확인함으로서, 저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일찍히 역삼국지를 쓰기 전.
처음에 역삼국지의 계기는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이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신장수에서 모티브를 얻었죠. 이를 통해 대체 삼국지 소설의 최대의 약점, 중후반의 흥미도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막기 위한 '장수 보완 계획'이 생겼습니다.
그 다음으로 히로인의 결정에서,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초선을 정했죠. 게다가 계산해보니, 제가 시작할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는 배경에서 초선의 나이는 겨우 8, 9살.
삼국지는 어차피 연도가 길게 이어질 것이 틀림없었기에, 초반에는 로리 풍으로, 중반에는 소녀 풍으로, 후반에는 여인 풍으로... 이런 식으로 나눠서 초선의 매력을 3분할시켜 독자에게 히로인이 질리지 않게 만들어야겠다. 이것이 바로 '초선 육성 계획'입니다.(하도 히로인에게 질리는 독자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이렇게 3개의 매력을 따로 배치함으로서 히로인의 생명선을 길게 연장시킨 겁니다.)
마지막으로 '헌원 부활 계획'의 파기와 함께 2개의 예비 프로젝트 중의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여 최후까지 스토리적인 긴장감을 없애지 않기 위해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역삼국지는 세 개의 프로젝트, 세 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돕고 유동적으로 돌면서 이루어지도록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그 세 개의 톱니바퀴를 10개의 작은 톱니바퀴(소 프로젝트)를 돌게 하여 소설적인 재미, 역삼국지의 완성, 그 완결을 꿰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본인이 오싹해졌습니다. 광황흑제님의 글과 리플을 보고... 갑자기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한 번 연재한담에서 '역삼국지'라고 '제목'과 '내용'으로 쳐보십시오.
그리고 가장 밑에 있는 추천부터 천천히 읽어가십시오.
어떻습니까?
초반에는 분명히 '필력, 빠르고 경쾌한 스토리, 통쾌하다, 막나간다'라는 식의 추천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추천글은 어떤지 아십니까?
전부 '로리 초선'이란 게 안 들어가는게 없고, 그것만 있는 경우가 또한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타는 광황흑제님의 글과 그 리플. 물론, 장난으로 쓰신 것은 알지만... 분명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아마 초선의 등장횟수가 줄어들면... 선작수나 조회수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단순한 착각?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글쓰는 저는 동탁이고, 독자 여러분들은 여포가 아닌지... 혹여 제가 초선을 안 내놓겠다고 하면, 여포인 여러분들이 동탁인 저를 죽여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공익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했습니다.
arsas님. 제가 반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 캐릭터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소설... 그래요. 초선은 잘 만들어졌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졌어요. 아마 육성 계획에 따라, 더욱 초선의 완성도는 높아지겠죠...
그 때가 되면... 저는 과연 초선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제어할 수 있을지 않을지 모르는 지금?
본래의 3개의 큰 톱니바퀴로 움직이게 되어있는 역삼국지라는 소설의 세계과... 단 하나의 커다란 톱니바퀴로 지배된다...
초선이란 여인에 걸려 패망하고 만 동탁과 여포가 떠오는 것은... 그냥 제 단순한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요?
소설 속에 인물에 작가가 살해(은유적인 표현입니다) 당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뭘까요?
은근히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것은... 그냥 괜한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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