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작게'니까, 별 내용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딱 보고 말도 안 되는 주저리, 혹은 이미 아는 내용, 생각했던 내용이라고 생각되시면, '혼잣말이구나...'하고 생각해 주셔요 ^^;
일단, 전체적으로 세밀하게 틀을 짜놓다 보면, 그게 몇 주일 이상 걸리지 않는 이상, 무리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개요 쓰기'라고 보여지는데요.
개요 쓰기를 탄탄하게 잡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럴 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이라는 것이 있지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탄탄하게 개요를 짰다고 해도 글을 쓰는 도중에 한 번쯤은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그것들을 잘 정리하셔야,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들어갈 틈을 개요를 짤 때 어느정도 예측하셔야 얽히지 않는 글이 완성되는 거지요 ^^;
주로 '유명한' 작가분들의 글을 추천할 때, '사람이 사는 소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합니다' 라는 글귀가 많이 보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우선 '기반'(= 배경)을 탄탄하게 잡아놓으시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하얀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고, 태양빛도 따사합니다.
여기에 흙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질 좋은 흙이라도 양이 부족하면 나무가 자랄 수 없지요. '탄탄'하게 집어넣습니다. 간혹가다 나오는 돌맹이도 잘 골라내줍니다.
씨앗을 심고, 자라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나무가 튼튼히 자라나 드디어 '여름'이 왔습니다.
나무는 왕성하게 자라 3배빠른K 님보다도 더 큰 키를 자랑합니다.
여기서 -
작은 정원, 하얀 울타리(고무판) / 태양빛(글을 쓰려는 작가의 의욕) / 흙(배경) / 돌맹이(배경의 결함) / 씨앗(서, 프롤로그(Prologue)) / 나무[= 줄기](기본 스토리)
3배빠른K 님께서는 잔뜩 긴장합니다. 이 정원이 있는 지역은, 유난히 폭풍우가 심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나무를 많이 길러보지 못해, 베테랑이 아닌 K 님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동안 날씨는 괜찮습니다.
푸릇푸릇한 잎도 열리고, K 님께서는 거름도 많이 주십니다. 그야말로 안정된 나날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K 님께서 실수로 거름을 잘못 주셨습니다. 나무는 몸을 떨고, 뿌리가 흔들려 정원이 불안해 집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K 님께서는 낙담하시지만, 주위 사람들의 격려에 힘입어 나무를 보호하러 나섭니다. 다행히도, 이번 폭풍우는 하룻밤이면 지나가는, 작은 놈이라고 합니다.
K 님은 밤새 사투를 벌이십니다. 줄기가 부러지지 않게 받침대도 세워고, 자신도 버티기 위해 여러 음식들을 잔뜩 준비합니다.
여기서 -
폭풍우(사람들의 비난, 슬럼프) / 잘못 준 거름(글의 오류) / 주위 사람들의 격려(고무판 분들의 격려) / 자라나는 나무(글의 진척 상황)
다음날.
K 님은 뭔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부러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건 마음 속의 불안감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하늘은 맑고 쨍쨍합니다. 새들도 밤새 젖은 깃털을 말리며 사이좋게 노래합니다.
K 님은 혹시나 하는 얼굴로 나무를 쳐다보고, 기쁨에 찬 환성을 지릅니다.
나무는 '살아있습니다'. 떨어진 열매라고는 거의 없었으며, 하루간의 고통을 견뎌낸 열매들은 마알간 색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아픔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나무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품고 그 위상을 널리 떨칩니다.
여기서-
갠 날씨(주변의 상황) / 떨어진 열매(스토리상 잘라낸 악역들, 조연들) / 마알간 색의 열매('살아있는 등장인물들')
에... 재미없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어쩌다 핀트가 어긋난 듯...?
케헹. 그럼 난감한데...
여하튼, 3배빠른K 님께서도 여러 풍파에 시달리시다보면, 언젠가는 남에게 당당히 보여줄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하나 탄생한다는 겁니다.
지금이 그 풍파의 시기라고 생각하시고,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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