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을 작품들을 찾아다니다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주인공의 정신적 면모는 짧은 분량 내에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만 주인공의 외모, 신체적 특징은 작품의 극초반부터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저처럼 전투나 액션이 있는 작품을 주로 본다면 주인공의 머리카락 색깔이나 이목구비는 굳이 안 나와도 기본적인 체격이나 좀 특이한 신체 부위는 초장부터 묘사되죠.
이 외모에 대한 묘사가 한 화를 거쳐 달라지는 경우가 몇 몇 있었습니다. (전 편에선 이렇게 묘사된 주인공의 외모가 다음 편에선 전 편과 다르게 묘사되는 경우)
분명 그 수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만 제가 아주 많은 작품을 읽어본 것도 아니고 시험 삼아 읽은 것들도 대부분 선호작이 300 이상인, 어느 정도 수의 독자분들의 검증을 받은 작품들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비율이나 빈도가 좀 생각 이상이더군요.
아래는 제가 두드러지게 이상하게 생각한 예시들입니다.
1. 가장 처음으로 저를 의아하게 한 주인공은 어느 왜소한 소년이었습니다. 영양실조로 본래 나이 보다 나이가 서너살은 어려보인다는 것이 주인공의 최초의 묘사였습니다. 문제는 전투 장면이 있는 다음 편에서 키가 주인공 또래의 아이들 보다 크다고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나이는 어려보이는데 키는 크다라... 이게 어른이면 키가 큰 동안의 청년이겠습니다만 문제는 주인공이 15살, 즉 외모는 11~12살 정도라는 겁니다. 또한 주인공의 육체적 나이는 이렇지만 정작 외모를 묘사한 정신은 ‘빙의’로 인해 그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살았을 성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단지 보통 어른은 아이들의 연령을 아이들의 키로 가늠합니다. 몸이 다 성장한 고등학생 정도라면 얼굴이 어려보이나 늙어보이나 하는 것도 추가로 보겠지만... 그리고 12살과 15살은 단 3년 차이지만 키 차이는 꽤 큽니다. 또래 보다 키가 큰 15살을 보고 12살로 착각할 일은 도저히 있기 어렵죠.
영양실조로 피부에 문제가 있어서 늙어보였을 수 있지만... 적어도 영양실조라는 애가 또래 보다 더 키가 크다는 것도 살짝 걸고 넘어질 수 있는 이상한 부분입니다. 선천적으로 키가 커서 영양실조 상태에서도 어찌 어찌 또래와 비슷한 키를 유지했다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이지만 아예 키가 더 크다고 하니...
2. 또 하나는 주인공의 몸상태(비만, 근육질 같은 의미)에 대한 것입니다. 흔히 주인공이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청년이라면 몸상태가 평범한 경우가 더러 있죠. 제가 본 주인공은 야식으로 살 찌는 것을 걱정하는 건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라고 독백으로 말하는 일반인입니다. 부럽게도 야식을 먹고도 살이 별로 안 찌는 체질이라곤 하지만 이미 그 태도에서 주인공이 몸상태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고 야식을 즐긴지 오래, 즉 몸에 다소 지방이 꼈다는 것을 유추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이 야식에 대해 얘기하는 건 본인이 배고픈 것도 있지만 배고픔을 잊고 자기에는 이미 낮과 밤이 뒤바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유추할 수 있지요.
그런데 다음 편에선 다른 사람의 몸으로 빙의한 후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없다고 살짝 한탄하더군요. 제가 좀 과도하게 해석한 걸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평소 운동’이란 건 최소한 규칙을 세우고 주에 몇 번 정도는 가벼운 것일지라도 운동을 한다는 걸로 이해했습니다.
문제는 전 편에서 나온 주인공의 생활상은 불규칙적이고 야식의 피해를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직업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이 야식 정돈 하겠지만, (규칙적인 운동은 규칙적인 생활을 필요로 하며)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하다보면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딱히 아주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군것질도 운동한 게 아까워서 거절하는 등 그런 소소한 신경을 쓰죠. 그런데 뱃살이 늘어날 걱정을 잊은지 오래라니...
주인공이 정말 평소 운동을 해서 다져진 근육이 있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난 평소 운동을 하니까 오늘 정도는 고픈 배도 체울 겸 야식이나 먹자. 그리고 붙게 될 지방은 내일 운동해서 빼자.’ 정도로 생각하지 살찔 걱정 자체가 이미 안중에 없는 상태가 되어있다는 건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더군요. (물론 사람 마다 생각은 다릅니다만 까 놓고 말해서 소설은 대중에게 공감될 수 있어야 하는 면모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이 당신이랑 다른 사람이어서 그렇다는 건 설득력이 없네요)
큰 문제이자 첫번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건 작가가 작품 시작부분에선 주인공을 미비하게 묘사한 후 이후 본 궤도에 들어가면서 좀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전개에 걸맞게 바꾸는 과정에서 자신이 만든 주인공에 대한 설정을 제대로 자신 머릿속에 구체화시키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품의 초반에선 주인공이 약하다거나 (왜소한 신체) 평범한 (건강 신경 안 쓰고 야식 먹기) 인물로 그려집니다. 성장이 주요 내용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을 좀 더 독자와 가깝게 느끼게 하는 기능도 있고 독자에게 있어 주인공의 변화는 언제나 즐거운 관심사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작가가 자신의 이상을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설정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그 묘사의 전과 후가 서로 다른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겠죠.
때문에 분명 주인공은 왜소하고 몇 살은 어려보이는 소년이었는데 곧 있을 전투 장면들과 이후 전투를 주요 소재로 전개될 스토리를 대비하여 신체적인 이점을 주기 위해 또래 보다 키가 크고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면 키와 비례해 체격도 커져서 전투에 적합한 몸이 될 것이라고 하는, 전에 묘사한 왜소한 외모라고 하기엔 기본 바탕이 너무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분명 주인공은 키만 평균키 보다 몇 센티 더 클 뿐 생활상은 평범하달까 별로 특출난 것도 없는 일반인이었는데 이후 곧 나올 육체적 노동에 대비해 주인공을 평소 운동을 해서 몸을 평균 이상으로 다져놓은 청년으로 바뀌는, 전과 후의 묘사가 서로 완전히 상반되지는 않더라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경우가 발생한 것입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자신의 새로운 몸이 이전의 다져진 근육이 있는 몸과 대비된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만, 어차피 이후 바뀌어버린 근육 없는 몸으로 육체 노동을 하게 된다면 이전의 운동을 통해 가꾼 몸이 그리워지겠죠)
하지만 두 가지 예시에서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두 가지 예시가 나온 작품 모두 선작수가 적지 않은 인기작인데도 따로 지적한 독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해당 작품들의 매 편마다 평균적으로 달리는 댓글들도 적지 않고 그중 제가 예시로 든 특정 편들도 적지 않은 댓글들이 달렸는데 어째서인지 주인공 외모에 대한 묘사가 바로 전 편과 다르지 않냐는 가벼운 질문도 하나 없더군요. 웃기게도 저 또한 이런 작품 극초반에 묘사되는 주인공의 외모가 서로 어긋나는 경우는 별로 많지도 않고 많은 독자분들이 댓글로 뭐라 하시질 않길래 저 혼자만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여겨서 댓글을 달지 않았죠. 이제 와서야 하나로 모아 얘기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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