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연재하다 보면 지적이 하나둘씩 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며가며 보던 얘기로는, 어떤 독자분이 지적을 했다고 ‘몇 푼 안되는 돈을 내면서 무슨 생색이냐’ 라고 화를 내며 유료연재를 중단하신 작가분도 있다고 하더군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물론 지적받으면 당장은 고까운 마음이 듭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본 끝에, 하자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올리는 자식 같은 글이니까요. 아마 제 글의 가장 열혈 독자는 저일 겁니다. 벌써 수십 번도 넘게 다시 읽어본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위처럼 당장에 일축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보면, 독자분들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가령 저는 지적을 잘 못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한담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을 보면, 저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전문 악플러 분들도 있을 터입니다. 다른 사이트에서보다야 이곳에서는 독자분들이 예의를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래도 완전히 그런 사람들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적어도 제 경우에 지적을 할 때가 있다면 그건 애정이 있어서 하는 것입니다. 가령 정말 이 작품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면 댓글을 다는 수고조차 하지 않을 겝니다.
물론 어디선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그저 깎아내리고 싶어서인지 지적을 마구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거 개연성도 내용도 없는 개그 소설을 연재할 때 자주 겪었던 일입니다. 그 때 ‘이건 내용도 없고 아주 어린아이같으며 엉망진창이다’라는 독설을 아주 길게 써서 평으로 남긴 분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아서 글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적도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냥 이겁니다. ‘지적을 무시하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받아들이지도 말고, 그냥 있는 대로 내버려둬라.’
처음엔 독자분이 ‘이러이러한 부분이 이상해요.’ 라고 해도 저는 당장 그것이 맞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보통 ‘저러저러한 이유로 이러이러한 부분을 이러이러하게 썼습니다.’ 라고 이야기할 뿐 지적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이야기한 것들이 점차 와닿고, 제가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점차 장점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에서야 비로소 저는 수정을 거칩니다. 단순히 단어 몇 개를 수정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몇 화에 걸쳐서 수정 작업을 거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한결 보기 좋아집니다.
최근 가장 드라마틱했던 경험이라 여기는 것이 있는데, 제목에 대한 지적입니다.
저는 처음에 ‘갈기갈기’라는 제목으로 무협을 쓰고 있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저 나름대로 제목을 내용과 연관하여 고심해서 지었기에 자부심도 있었고, 이 독특함을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자신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열심히 읽어주시던 독자분들이 제목이 아쉽다고 댓글을 달아주시더군요.
물론 처음에는 제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바꿀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전에는 생각도 않던 것이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이 제목의 문제점은 뭘까?’
‘내가 이 제목을 붙이면서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뭘까?’
이런 고민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이건 내용과 장르조차 짐작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제목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바꿨습니다.
그전에도 선호작을 걸고 재밌게 읽어주시던 분들이 계셨기에 혹 그분들이 떨어져나가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제목을 바꾸고 비선작 독자분들이 떨어져나갔다고 하시던 분의 이야기도 떠올라서 더 걱정했었지요.
다행히도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단 며칠 만에 이전 란의 총 누적 조회수의 몇 배를 기록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지적에 감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지면 강하게 잘라낼 필요도 있지요.
그러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이 부분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쓰는 글에 준비를 많이 하셨고, 그만큼 자부심이 많은 작가분들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처음 맨 첫 줄과 같은 행동을 취하는 작가분도 계신 것이겠지요. 물론 저도 그랬구요.
걱정이 마음 속 깊이 박혀 있는 겁니다.
‘지적들을 마구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그냥 다른 작품과 차별되는 특색도 없이 흐지부지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어도 보지 못하는 부분이란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당장 제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두고 서서히 돌아보다 보면, 결국 그 안 보이던 부분들이 제 눈에도 띄게 됩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작품을 고칩니다.
물론, 작가분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악플 같은 건 당장에 신고를 먹이고 삭제해버리면 됩니다. 그런 기본적인 배려심조차 없는 분들의 지적을 빙자한 분풀이라면 저는 백 마디가 달려도 사양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지적마저도 악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 듣기에 기분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그게 제가 느꼈던 것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 그 도움이란 어쩌면 엄청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군요. 소설 내용이 생각 안 나는 김에 대신 마구 풀어놓아보았습니다.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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