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반지의 제왕을 보고 판타지에 입문하는데,
저는 어렸을 때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를 보고 판타지에 푹 빠졌습니다.
어린 분들은 잘 모르실 옛날 영화가 되어버렸네요 이제....
아무튼 어렸을 때 그 영화를 보고 저는 그 무한한 상상력에 압도당해 버렸습니다.
반지의 제왕도 읽어보고, 영화도 봤지만 지금까지 제 베스트 판타지는 네버엔딩스토립니다.
이영도님이 드래곤 라자를 냈을 때의 반가운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D&D에 가까운 세계관이라 제가 원한 무한한 상상력은 아니었다 해도
나름의 깊이와 철학적인 문제 제기로 판타지 세계관에서 인간을 조명하려 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판타지가 장르 문학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 저는 안타깝습니다.
정말로 판타지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환생이나 차원 이동, 무협지와 섞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끔은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판타지의 매력은 그 무한한 상상력이 아니었던 가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 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것이 판타지 장르가 점점 더 매니아를 겨냥하여 쓰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르 문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문피아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겠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게 맞고, 제 취행에 맞는 작품들은 이제 순수문학 쪽에서 찾는게 더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사실 그렇게 해왔는데...
최근에 얼불노가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는 저런 작품이 안나올까 하는 마음에 문피아를 찾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작을 쓰지 못한다고 실망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점점 더 장르 문학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안주하고
순수 문학을 읽는 독자층을 포용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게 실망스럽습니다.
제가 놀랐던 건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안일한 철학을 소위 글쓰신다는 분들이
포장하지도 않고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재미만 추구하는 것만이 대중적인 것이 아닙니다.
1세대 판타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의 판타지는 장르 문학이 되어 있나요?
참 답답하고 안타깝네요.
재미만 추구하는 책들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 취향과 다를 뿐이니 제가 이곳을 떠나면 됩니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제가 판타지라는 장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얼불노와 같이 재미 외에 다른 요소를 추구하는 작가들이 나타나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판타지가 나와주길 바라는 바에
불쾌할 수도 있는 쓴소리 한 마디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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