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에이블a 님의 예문을 보면서 생각한 것입니다만, 제겐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요.
시점의 혼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대부분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인식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 정보들을 독자에게 제공하려할 때 나타나는 경우죠.
그나마 작가 소리 듣는 분들은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부분과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되는 부분을 완전히 분리해서 제시합니다. [무림사계]의 경우가 대표적이겠죠.
하지만 날림 작가 중에서는 별 고민 없이 어쩌다보니 ‘전지적 작가가 주인공인 시점’ 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능력 밖의 일을 하려다보니 정도를 벗어나 버린 경우랄까요.
이런식의 내 맘대로 시점...
뭐, 판타지니까, 주인공이 전지적 독심술 천리안을 깨우치고 있다는 설정이면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설정은 또 없더군요.
하지만 밑에 에이블님이 드신 예를 보면, 기본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전지적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해서는 안된다고 해야겠군요. 소설이 백과사전도 아니고...
작가는 독자의 흥미를 유지, 증폭시키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한합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니란 거죠. 쓸데없는 정보와 앞의 전개까지 꼬치꼬치 다 얘기해주면, 독자는 지루하고 지겨울 뿐일 테니까요.
정도라면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딴 식이면 짜증나죠.
다시 에이블님의 예문을 보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일인칭 시점으로 바뀌었다고 하시지만, 바로 뒤에 [생각에 잠겼다]는 서술이 붙습니다. 전지적 작가가 정한의 생각을 읽어서 독자에게 제시해 준 거죠. 작은 따옴표를 생략하고, 작가 서술을 더한 것 뿐입니다.
혹은 작가 서술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서 감정이입을 유도할 때 흔히 사용하는 기법일 뿐입니다.
이건 1인칭으로 시점이 전환됐다기 보다, [~고 생각했다]는 서술을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를 통해서 듣는 게 아니라, 독자가 등장인물의 속마음에 직접 접촉했다고 느끼게 해 감정적으로 더 깊게 이입되도록 유도하는 거죠.
아마 이대로 소모전이 계속 된다면 정한은 질 것이 분명하리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전지적’ 시점인데, 예상만 하고 있으니까 전지적이지 못하다고 하셨지만, 위에서 말했듯 안다고 다 말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호기심을 부추길 정도까지만 알려주는 거죠.
오히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서술자가 전지적 능력을 가지고 인물의 내면까지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외에도
[3인칭의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이야기 형식의 고전 소설적인 특징이겠습니다만...
즉, 작가가 작중 전개되는 상황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특징 중 하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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