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때 문피아에서 작품을 즐겨보던 독자였습니다.
현재는 군복무 때문에 작품 갯수를 많이 줄였지만, 많을 때는 약 50개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과 추천은 좀 짠 편이었습니다.
드래곤 라자로 시작해 룬의 아이들 시리즈로 넘어갔던 제 눈은 시작부터 높아져 있었고, ‘문피아에서도 내 취향 맞는 작품 찾기가 쉽지 않구나’ 하며 항상 아쉬워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제 마음에 정말 드는 작품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비록 조회수나 선작, 댓글이 많지는 않아도, 제 기준으로 볼 때는 출판작들과 비교해서 꿀리지 않는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찾아내는 재미로 저는 문피아에 들렀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가입한지도 이제 어언 3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제 고해성사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인기는 없어도 제가 좋아하던 작품 중 하나가 소리소문없이 연중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과 쪽지도 주고받았던지라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안타까웠습니다.
작가님이 갔을 법한 다른 사이트를 찾아가보고, 비슷하다 싶으면 쪽지를 넣어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닿은 건 6개월이 지난 후였습니다.
기다려 줘서 고맙다. 개인적으로 노력 중이다. 미안하다.
간추리자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시금 그 작품을 정주행했습니다.
다시 돌아오실 수도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그러나 작가님은 오시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작품은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아 카테고리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배신감에 제일 먼저 삭제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거짓말처럼 잊혀져 갔습니다.
독자에서 벗어나 직접 작품활동을 시도해본 것이 아마 그때쯤이었을 겁니다.
나도 내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투르지만 열심히 글을 써왔습니다.
그렇게 열정만으로 첫 작품을 완결시키고, 두 번째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의외로 좋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시작한 작품이 점점 길어지면서, 작가도 독자도 지쳐만 갔습니다.
저는 결국 리메이크란 명목 하에 글을 내렸고, 독자분들은 기다렸습니다.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억지로 매듭을 지어 마무리를 한 게 3번째 리메이크였을 겁니다.
이미 독자분들은 전부 떠나간 뒤였습니다.
그게 1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문득 저는 제가 기다렸던 그 작품을 떠올렸습니다.
벌꿀 같은 달콤한 머리카락을 가진 여주인공이 인상 깊었던 작품.
조회수, 선호작, 댓글...무엇 하나 특출나지 않았던 작품.
그 글을 접은 작가님. 작가님을 원망하면서 쫓아다녔던 독자 시절의 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새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독자였을 때는 몰랐지만 직접 글을 써 보고 나니 깨달은 것들.
알고 나니 그 때의 치기어린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되더군요.
그 때 그 작가님은 정말로, 제가 부담스러우셨을 겁니다.
지금에 와서...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 작가님이 작품 활동을 하시는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 또 열심히 활동하시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분이 아직도 이곳에 계시다면, 사과를 드리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다른 작가님들께도 마찬가지입니다.
혹 아직도 글을 쓰신다면, 실패했던 과거와 죄책감은 훌훌 털어버리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실패합니다.
다만 그럴 뿐입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마시고 앞으로 나아가 주신다면,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을 이곳 문피아에서 볼 수 있다면,
적어도 저는 이제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작가님들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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