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시체를 일으키고 악령을 소환하며, 언제드를 누리는 전형적인 악의 상징.
마왕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담에서는 항상 나오며 가장 선봉에 서는 존재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물량과 공포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네크로맨서라는 존재는 시체를 일으키지도 못하고 악령을 소환하지도 못한다. 그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 내어 대화를 하는 수준일 뿐.
이러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두려워 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미친놈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볼 수 없는 것.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 증명할 수 없는 것을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펠을 가짜 네크로맨서 펠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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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파견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펠. 그런 그의 앞에 온 몸이 난도질 당한 알 수 없는 시체가 나타난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려던 펠은 지금까지 겪지 못한 현상을 겪으면서 아무런 수확도 얻어내지 못한다.
자신의 능력을 하나의 실마리로 보고 있던 펠은 처음 겪는 현상에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런 펠에게 시렌트 공작은 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한 명령을 ‘강제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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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짓이야! 이 망할 영감탱이야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전부 처리 끝났으니까 일주일 내로 갈 준비나 하고 있어.”
“준비는 개뿔! 망할 영감탱이! 내가 귀족 작위 못 버릴 거 알고 이러는 거지?! 이런 치사한 영감탱이야!”
상대가 이 나라의 실세이고 공작이고 하는 건 이제 상관없다. 나는 이걸 인정할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어떻게 내가 이런 걸 한단 말인가?!
“게다가 내가 가서 할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잘 하는 것도 없는데!”
“잘하는 게 없긴 뭐가 없어.”
“내 능력은 나만 사용할 수 있는 거잖아.”
“누가 그거 말했냐? 너 검 잘쓰잖아. 그거라도 해야지 뭐.”
“검? 거어어엄?! 이 영감탱이가 진짜 치매가 왔나! 이 시대에 검이라고? 총과 대포와 비마정이 날라 다니는 이 시대에 검이라고?! 그깟 폼만 잡는 거 가지고 뭘 하라고 거야?!”
“네놈이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 별 수 없지.”
“없으면 날 안 시키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걸 시키다니!
그로부터 나는 몇 시간을 행패를 부리듯이 이건 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 영감탱이는 기사까지 불러서 나를 내쫓았고 서류를 정정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아셀 아카데미의 새 교사로 임명한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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