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쓸 때도 그랬고, 지금 차기작 준비하면서도 또 고민되는 것이...등장인물들을 허구인물로 쓸 것인지, 실존인물로 쓸 것인지, 또 실존인물을 쓸 경우엔 실명처리할 것인지, 가명처리할 것인지, 또 나이를 똑같이 쓸 것인지 3년 안팎으로 고쳐쓸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실존인물을 가공 없이 그대로 쓰면, 쓰는 입장이나 읽는 입장이나 좀 부담스러운 게 많더군요. 우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져서 스토리도 쉽게쉽게 안 풀리구요. 차라리 허구인물이 받아들이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역사적인 쟁점을 비껴간 작품이 나온다는 문제가 생기지요. 전 아직은 역사적인 주제의식을 갖고 글을 쓰고 싶으니까요.
사실 저도 불쑥불쑥 실존인물에 대한 가공 욕구가 치밀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설정 같은 거요.
조선시대, 특히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로는 양반, 양인 층은 조혼 풍습이 생겼는데, 실존인물의 로맨스를 다루기엔 이미 20세 이전에 상당수가 결혼해서 애 둘 딸린 유부남 유부녀가 되어있을 나이입니다. 물론 노비층은 주인이 짝지어주는대로 잡혼을 하거나 서른 전후로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많았다지만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에 이 인물들을 투입시켜 러브라인을 꾸리려니, 역사적으론 이미 애가 둘 딸린 아기엄마 아빠가 되어 있는 인물들이구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살짝 무시하고 한 3년 정도는 플러스 알파로 가공해서 써도 되나..이런 고민을 지금 하는 중입니다.
로맨스를 꾸리자고 혼인연대를 3년 후로 늦추게 되면 그만큼 실존인물이 3년 뒤에 태어나오는 무리수가 있다 보니 고민되고..결국 이러다가 스토리가 축소될 듯하네요;;;
MBC에서 방영하는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 캐릭터는 소현세자가 독살되고 나서 태어난 걸로 설정되어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백광현의 출생연도는 1625년, 소현세자가 사망한 것은 1645년입니다. 그러니 드라마와 역사적 사실로는 20년의 차이가 있네요.
저도 천지인을 집필할 때 저도 마의 백광현이란 인물을 등장시키려 하였지만, 사망연도가 1697년이라 그리 맞지 않아 배제하였지요...;;;
하지만 진짜 고민은, 역시 실존인물을 가명처리하고 싶은 문제입니다. 제가 느끼기론 정치적인 쟁점이 아직도 남아있는 탓에..제가 다루는 인물에 대한 상반된 평가 때문에 역시 부담스러워요. 물론 천지인처럼 인기가 적다면야, 실존인물의 후손이나 추종자들이 들고 일어날 일이 없을테니 괜한 걱정이 되겠지만요. ^^;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