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동네 책방에서 빌려본 이후로 지금까지 뜨문뜨문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장르소설을 읽어 온, 수많은 독자 중 한 사람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버지가 하이텔 시샵이셨던 터라 덩달아 저도 어린 나이에 pc통신으로 나중에 유명해진 책을 읽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장르소설에 빠진 건 역시 동네 책방인 것 같네요ㅎㅎ
당시에는 한 권 대여하는 데 대충 500~700원 정도에 대여기간은 3일 정도였지만 항상 다음날에 갖다 드리고 거스름돈 받거나 주기 싫다는 주인 아저씨 덕분에 할인도 많이 받았더랬습니다. 서로 책 이야기도 많이 했었는데 책방에 다닌지 2년쯤 됐을까 지병인 당뇨가 악화되어 멀리 요양을 떠나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 적잖게 슬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책방을 전전하며 장르소설을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을 책을 읽지 않게 되더군요. 뻔해졌다고 해야할까요. 처음 장르소설을 읽었을 때만큼의 흥미가 사라졌’었’습니다. 삶이 바빠진 것도 있겠지만(지금이 더 바쁘지만..) 돌이켜보면 다시 장르소설을 읽게 할만한 계기가 없었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옛날 생각하면 읽고는 싶지만 이전만큼 책방에서 책 고를 시간은 없고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안보게 됐던 거죠.
그러다 한 3~4년 전쯤 지금은 그만뒀지만(...) 이전 직장에 있을 때 우연찮게 문피아 가입을 하고 다시 장르소설을 보게 됐습니다. 역시 딴 짓은 직장에서 제일 잘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읽은 책의 작가들도 검색해보고 아직 펜을 놓지 않은 분들이 있다는 데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세상과 경험, 생각을 담아 낸 책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틈날 때 키득거리면 눈팅과 과금을 하고 있는데요. 서설이 깁니다만 지금껏 써본 적이 없는 홍보글을 적는 터라 장황하게 말이 늘어졌습니다.
아무튼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즐겁게 읽는 소설 하나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제목에 적어 놓은 것처럼 <내가 조선의 주인이다>인데요. 사실 요즘 제목 트렌드가 거의 뭐뭐는 뭐뭐다 또는 뭐뭐한 뭐뭐인터라 작가님도 고심 아닌 고심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쨌든 내용은 트렌디하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현대에서 과거로 온 사람이 이것저것 벌리고 지화자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이 책을 추천하게 된 건 반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취향 탓이고 나머지 반은 화자가 던지는 메시지 때문입니다. 닥치고 발전물이 아니란 거죠.
사실 조선시대 이야기야 사극이니 뭐니 해서 이래저래 알려진 게 많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계유정난 이래의 조선이 한 번의 변곡점을 찍었다고 보는 터라 그 당시에 그것도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생소한 인물이 아니라 생육신의 한 사람인 ‘권절’이 된 현대인의 생존극(?)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전작인 <임해군>에서도 그랬듯이 구오 작가님이 그리는 군상들은 상당히 입체적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개개별의 가치관이 명확하게 드러나 극의 긴장과 갈등이 잘 전달됩니다. 이건 어쩌면 이전의 책들과 달리 댓글 등을 통한 소통으로 작가가 계속 ‘움직’이는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조선의 주인이다>는 단순히 스토리의 진행만을 궁금해 하는 게 아니라 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변화, 나아가 작가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의 점진적 변화를 모두 아울러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요즘 같이 공모전 홍보글이 넘쳐 나는 와중에도, 벌써 158화를 찍고 있는 이 소설을 봐주시라 홍보하게 됐습니다.
꼭 하는 일이 많지만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아서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아닙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챙겨보는 소설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 이해해주시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홍보 글이라면 대충 몇 문단은 써야겠다 싶어 주저리주저리 썼습니다. 그럼 낮밤 기온차가 큰 요즘 다들 건강 관리 잘하시고 <내가 조선의 주인이다>의 댓글 창에서 뵙겠습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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