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체역사소설 추천글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조선 초기-중기 배경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중 연산군 시대를 좋아하는데, 연산군 자체를 좋아하기보다는 연산군의 정치적 위치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 자신의 정통성과, 사화를 통해서 강력한 권력을 잡을 수 있었고, 시대도 조선 초기였기에 제게는 많은 가능성이 보이는 시대로 느껴졌습니다.
명군이 되어보세는 연산군을 다루는 소설입니다.
사실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카테고리만 듣는다면, 이 카테고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역사소설을 좀 느린 분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체역사소설을 보면 빠른 전개의 소설이 은근히 많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제 취향의 대체역사소설은 좀 느린 전개입니다. 즉 부국강병을 한다면 계속 빙글빙글 돌다가 간신히 한 발짝을 내딛고, 그것도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제가 대체역사소설 분야에서 부국강병 전개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데, 명군이 되어보세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것도 아마 좀 천천히 진행되어서 그런 것 같네요.
명군이 되어보세는 정말로 한 발짝 한 발짝 쌓아갑니다. 주인공은 도중에 방황도 하고, 고민도 하고, 현대인으로서 자아와 괴리감도 느끼고(사실 이런 건 제 취향이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연재를 볼 때만 해도 ‘언제 사화 일으키지’, ‘빨리 꼬투리 잡아서 사화 좀 일으키지’라는 마음으로 봤었지만, 정작 지나고 나니 그 뚝심이 소설의 정체성을 유지시켜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꾸준하게 쌓고, 쌓고, 쌓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키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이런 부분이 느리게 쌓아가는 소설들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저처럼 조선 초기에 관심이 많고, 느리게 전개하는 소설이 취향에 맞으시다면 명군이 되어보세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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