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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풀잎노래
작성
12.05.15 17:11
조회
2,987

작가명 : 돈 윈슬로

작품명 : 개의 힘 1, 2

출판사 : 황금가지

“마약은 북으로 갔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돈은 남으로 왔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끝나지 않는 마약 전쟁, 피로 더럽혀진 비참한 광대극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은 1975년부터 2003년까지 벌어진 미국과 멕시코의 마약 전쟁을 지면으로 일람하는 대하 스릴러 소설입니다. 100여명에 이르는 등장 인물과 실재했던 사건들을 기민하게 배합한 이 작품은 2006년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이전의,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성장 과정과 은밀하고 부정한 국가 간의 이념적 결탁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멕시코 마약 산업의 전체 규모는 4개의 대형 마약 카르텔을 중심으로 500억 달러(약 60조 원)를 넘었으며, 이들에게서 마약을 구입하는 국가만 50여 개 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 6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의 싸움으로 4만 7000명 이상이 죽어나갔고, 아직도 국경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잔인한 피의 처단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6년간의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돈 윈슬로가 추적했던 미국과 멕시코의 30년 마약 전쟁은, 그 지난한 역사에 어두운 핏물을 드리우며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옥산(産) 파트너십의 시작

미국 마약 단속국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했던 특수 요원 ‘아트 켈러’와 훗날 연합 카르텔을 통솔하는 파트론으로 부상하는 ‘아단 바레라’는 <개의 힘>이 보여주는 악의 딜레마를 온 몸으로 상징하는 인물들입니다. 아트 켈러와 아단 바레라의 인연은 기묘한 친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트는 아단이 소개시켜 준 바레라 가문의 대부 ‘티오 - 미겔 앙헬 바레라’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그에게 제공받은 정보로 마약 조직망을 파괴시키며 대외적인 영웅이 되지만, 곧 티오가 공적 처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이용했음을 알게 되자 오랫동안 괴로워하며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한 극렬한 사명감에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마약상에게 영혼을 판 개자식이 된 자신을 용납할 수 없게 된 혼란 속에서, ‘개의 힘’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발동하게 됩니다.

저항할 수 없는 악의 세계, 개의 힘

“아단은 정말 좋은 녀석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 속에 무엇이 잠재되어 있었든…….

어쩌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세월이 흐른 뒤 아트는 가끔 생각했다.

확실히 아트의 내면에도 잠재되어 있었다. 개의 힘.”

지독한 악연으로 이어지는 아트와 아단은 명백한 선과 악의 범주로 구별되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혼탁한 성정은 그들 각자를 ‘개의 힘’으로 이끄는 막강한 추동력이 되는 듯 보입니다. 마약 단속국 동료가 잔인한 고문 끝에 죽는 것을 본 아트는 ‘바레라 강박증’에 시달리며 아편보다 강력한 ‘개의 힘’에 스스로를 내맡기게 되고, 이후 아트는 가족, 일, 친구, 희망, 믿음 그 모든 것에 우선한 채 이 비장한 십자군 전쟁에 앞장서며 더 많은 희생으로 악의 전령들을 이끌게 됩니다. 정의를 위한 강박은 다시 악으로 점철되었고, 악은 질병처럼 그 세력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바로 이 순간, 아단은 악의 본성을 깨달았다. 악은 추진력이 있어서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가 없었다. 물리학의 법칙이다. 잠들어 있는 몸은 계속 잠들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몸은 계속 움직이려고 했다.”

성경 시편에 나오는 말인 ‘개의 힘’, 또는 ‘개의 세력’은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몰아낼 수 없는 악과 모두에게 내재된 악의 가능성’을 뜻합니다. 그 어떤 정의로운 명분이나 동기에 의해서도 결코 훼손되지 않는 순도 높은 악의 근원을 포괄하는 것으로, 돈 윈슬로는 거악에 대항하는 차악을 활용해 인간의 근원적 기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북미자유(마약)무역협정, 신이 베푼 자유무역

<개의 힘>은 멕시코 부정 선거나 유력 후보 암살, 공산화 방지를 위한 미국의 부정, 멕시코 대지진 등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진화하게 된 역사적 사건들을 숱하게 열거하면서도 그 강력한 동인 중 하나로 1994년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꼽습니다.

“마약은 북쪽으로 가고 돈은 남쪽으로 왔다. 그리고 이 왕복 여행은 국경 경비가 나프타에 의해 느슨해지면서 대단히 쉬워졌다. 확실히 다른 경우에 비해 멕시코와 미국 사이를 순조롭게 오갈 수 있었다. 마약 운송은 예전보다 돈벌이가 더 잘 됐다. 나프타. 북미자유(마약)무역협정이다. 신이 자유무역을 베풀었다.”

나프타 체결 이후 멕시코는 자유무역의 꽃으로 만개했고, 폭등하는 물가와 낮은 임금 속에 몰락한 도시빈민가와 농촌은 마약 조직을 성장케 하는 최적의 환경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해진 멕시코에서 가난한 청년들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마약 카르텔을 찾기 시작했으며, 현재 그 진입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개의 힘>이 보여주는 자유무역협정의 참담한 현실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가늠하는 도상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과장인 걸까요?

삶을 향해 달리고, 죽음을 바람에 던지다

무엇보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일관하는 소설입니다. 아트와 아단의 운명적인 굴레에서 비롯되는 팽팽한 서사와 긴장감을 중심으로 뉴욕 조직의 킬러인 션 칼란과 고급 매춘부 노라 헤이든,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후안 신부 등이 방대한 서사의 간격을 촘촘하게 메워나가며 일탈의 여지를 주지 않고 지면을 달궈 나갑니다. 작가가 공들인 6년의 세월은 단 한 번의 지체도 없이 우리를 통과하며, 끝없는 주문으로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젖힙니다. 새로운 삶을 향해 달리고, 죽음을 바람에 던지고, 바람에 맹세하는 각자의 뒷모습과 함께 말입니다.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Comment ' 1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5.15 17:42
    No. 1

    바레라 카르텔 진짜 잔인했어요. 악에 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악에 물들고 마는 것도 그렇고, 바레라가 사라졌음에도 지옥이 된 멕시코도 그렇고 보는 내내 찝찝... 현실이라 더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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