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무
작품명 : 바이발할 연대기
출판사 : 영상노트
강무님은 원래 먼치킨 전문이라 한다.
바이발할 연대기도 원제는 '먼치킨 워리어'였다는 것 같다.
당연히 먼치킨물이다.
바이발할은 차원이동한 지구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데다가
차원이동 후 수십년의 세월을 지낸 후부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혀 지구인스럽지 않은 바이발할의 언행도 별로 거슬리진 않는다.
이 작품뿐 아니라 강무님의 작풍은 대부분 비슷하다.
마치 신화시대에 존재했었다는, 영웅서사시로 전해지는
옛 전사의 이야기를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보는 기분이다.
강하다. 엄청나게 강하다.
그러나 욕심이 없고, 집착이 없다.
특별히 앞날에 대해 신경쓰지도 않으며,
그저 흘러가는데로 흘러가다가 그 힘을 떨친다.
만나는 이들에게 신화의 한 조각을 남기며.
다른 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무님의 작품은 '주인공 외엔 다 엑스트라'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행보이며, 그가 남길 족적이다.
주변인은 그 신화적 서사시의 관객이며 전달자로서의
존재의미만을 지닐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린다.
주인공 못지 않게 다른 등장인물들의 매력도 중요시하고,
그들에게 정을 쏟는 이라면
바이발할 연대기는 그닥 추천할 수 없다.
주변인은 말 그대로 주변인, 아웃사이더일 뿐이니까.
그러나 강력한 주인공의 바람처럼 자유로운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하는 이라면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일 것이다.
나로서는 미묘한 작품이었다.
제대로 된 먼치킨은 싫어하지 않는다.
바이발할이 세계관에 비해 너무 붕 뜰 정도로 세긴 하지만,
무욕무탐한 그의 성격이 어느정도 커버해준다.
절대적 힘을 가지고 적당적당한 태도로 적당히 살아가는
자유로운 그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발할 외에 마음을 줄 만한 캐릭터가 전무하다.
아니, 그게 아니다. 물론 각 캐릭터들은 개성을 갖고 있고
취향에 맞는다면 그중 한 둘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들이
바이발할 속에서, 이 세계관 속에서, 작가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그들은 모두 스쳐지나가는 길가의 가로수다.
연이 있다면 머물러서 도와주고 보듬어주고 함께 하지만,
귀찮아지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인연이 다하면
그냥 바이바이다. 산뜻하게 안녕.
보통 이런 먼치킨물에 이런 성격이면
뒤에 남을 사람들에게 미련을 갖고 있어서
뒷수습 정도는 해준다던가, 다시 만날 기약을 한다던가,
목숨 정도는 확보해주고 생계는 이을 수 있도록 해준다던가..
뭐 그런 경우가 많은데, 바이발할은 그런 것도 없다.
이러니 뭐 정이 들 리가 없다.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진 않으니 마찬가지일 거다.
재미는 있지만, 세계라는 그림판 위에서
오로지 홀로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너무 쓸쓸한 느낌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음권을 보긴 할 테지만.
다만 강무님 전작들처럼 너무 지나치게
아스트랄계로 날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아슷흐랄 하니까.
http://blog.naver.com/serpent/11002040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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