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트슨
작품명 : 괴담갑 2면 세균의 눈알
출판사 : 이타카
어제 서점에 괴담갑 2면이 나와있길래 냉큼 업어왔습니다.
발행일은 11월 5일인데 나와있을걸 보니 뭔가 신선한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오트슨님의 굉장한 팬입니다.
드림워커의 갑각나비를 읽으면서 글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시드 노벨에서 나온 미얄의 추천, 그리고 지금의 괴담갑까지.
단편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글을 읽어본 것같군요.
아직도, 갑각나비의 밀가루 백작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정말 두고 두고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미얄의 추천도 재미있게 읽었고, 처음에 이타카에서 오트슨님이 괴담갑을 쓰신다고 하길래 읽어봤습니다만, 1면은 영 아니더군요.
분명 저자는 제가 아는 오트슨님이 맞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
결핍된 느낌입니다.
문장으로 서술하자면 혼이 빠진 육체라고 할까요.
그다지 갑각나비나, 미얄처럼 그다지 몰입도 되지 않았고, 뻔하지는 않지만 그저 기계적으로 읽고 책을 덮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나온 2면은 다르더군요. 이건 확실히 오트슨님의 작품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1면의 배경이 초등학교였다면, 2면의 배경은 여고입니다.
전권의 괴담과 관련된 인물이 초등학생이여서 그다지 몰입도 되지 않았지만, 이번권은 성숙한, 여고생입니다.
'결벽'을 넘어서, '무균'을 추구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주인공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원인까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더군요.
우리가 아는 괴담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어린 시절에 밤에 혼자 화장실을 못하게 하는 무서운 이야기?
저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누가 자살했다더라, 귀신이 나온다더라. 동상이 살아 움직인다더라.
흔히 우리가 학창 시절에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학교 괴담이나, 아니면 어느 장소에 관련된 이야기들.
실제로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들었을뿐이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지요.
이번 작품의 배경이 여고라는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사실 괴담이 남중이나 남고에서 있지는 않잖아요?
남중 남고에서 어디 몇층 교실은 밤에 가면 귀신이 나온다더라, 하면 코웃음치고 가서 단체로 옆반 컴퓨터와 스타 대전을 벌이거나하겠지만,(알고보니 옆반에는 아무도 없었다라면 그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여중 여고에서는 그다지 괴담을 '검증'할 소녀들은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믿어요. 믿고 싶어요.
뭔가에 대한 소문도 남성들보다는 여성들 사이에서 더 빨리 퍼지는 편이죠.
뭐, 이러이러한 이유로 영화도 남고괴담이 아닌 여고괴담 시리즈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설하고, 작가님이 정말 여고를 나오신 것처럼 서술이 자세하더군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는 정말 사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여자뿐인 공간이지만, 어느새 남자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이 나온다라는 문장들이 말이죠.
사실 현실성이 떨어져서 1권이 별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이 철학서를 읽는다니, 수업이 재미없어서 시간 때우기로 칠판 전채를 판서하는 그런 속만 어른인 모습이 말이죠.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가 괴담에 관련됬다면 오히려 재밌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몰랐던 천사같았던 친구의 향기가 그런 더러운 행위를 숨기기 이해서였다는 것에, 티없이 맑았던 모습 뒤에 그런 추악한 면이 있었다는 것에, 자신이 알았던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수기로 남기고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전권의 '마녀선생'이 읽고 사건을 해결해내죠.
권말미에서 마녀가 되어버린줄 알았더니, 아직 멀쩡히 등장하십니다.
마녀선생이 사건을 해결하고, 오트슨님 특유의 반전이 나오고, 훈훈하게 이야기는 끝납니다.
제가 기대했던 전율감 넘치는 반전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오트슨님 특유의 광기나, 그로테스크한 서술들이 인상깊었던 한 권이군요.
괴담갑, 괴담실, 모두 육면체 공간 각 면에 괴담을 넣어 가운데 든 존재를 저주하는 것입니다만, 다음 권에는 과연 어떤 육면체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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