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라는 것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던 시절.
양판소 공장이였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경력이 상당하시던 작가 분들의 글이 잘 나오던 시절.
지금은 추억 속에 묻혀져 ‘이거 좋았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소설들.
그런 소설들의 감상평을 써볼까해서 감상을 올립니다.
1. 21th 테크노 르네상스
과거의 큰 책 사이즈가 아닌 요즘 소설들의 사이즈로 시작한 작가 분의 소설으로서는 정말 희귀한 시리즈물입니다. 게다가 현실 판타지로 한정하면 유일한 시리즈 소설일겁니다. 첫 만남 때는 지뢰작같은 제목 때문에 바로 기피했던 소설이여서 기억에 잘 남아있던 소설이였습니다.
내용은 평범한 주인공이 어느 날 신의 선택을 받아 이 세상을 게임의 상태창처럼 수치화해서 보게해주며 그것을 조작까지 할 수 있는 ‘신의 노트북’ 을 얻은 것부터 시작됩니다. 다만 어찌해서 선택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후에 ‘위대한 신이 주인공을 선택했다.’ 라는 식의 언급이 신의 노트북을 통해 나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현실 판타지의 클리셰 중 하나인 경영물로서 수준을 말하자면 수작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유도 다른 소설처럼 ‘능력이 있으니까!’, ‘돈을 벌테다!’, ‘세상에 복수해주지.’ 따위가 아니라 ‘신의 노트북 을 써먹기 위해서.’ 라는 정말 심플한 이유입니다. 이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해선 인간의 ‘선한 감정&악한 감정’ 이 필요한데 그것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국가에서 세계로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회사 경영’ 이기 때문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의 행동이 후반에 가면 마치 ‘인간의 감정을 가진 신’ 과 비슷하게 변한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신이 되어가는 인간’ 쯤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네크로핸드
10권이라는 상당한 장편 게임 소설입니다. 달빛조각사 이후 등장한 ‘노다가를 잘하는 주인공’ 유형에 해당하는 인물인 ‘로한(현실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이 운 좋게 게임 접속기와 더불어 게임 이용권을 얻은 것으로 시작됩니다.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게임 시간이 더 기니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 는 클리셰 중의 클리셰로 게임을 시작한 로한은.... 도서관에 갑니다. 예, 공부를 한다고 했으니 공부를 해야죠. 그런데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돈이 드네요? 알바(퀘스트)도 합니다. 물건도 수리하고, 책도 필사합니다. 가난한 형편인지라 현질보다는 자급자족을 선택한 주인공은 각종 노다가를 통해 점점 도서관 단체에서도 유망주로 떠오르고 마침내─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게 될 아이템을 손에 넣게 되고, 그 아이템을 탐내는 늑대 떼로 인해 공부가 아닌 생존과 복수, 그리고 다크게이머의 길로 접어들게되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소설의 수준은 수작에서 2% 부족한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작중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자면 ‘로한의 경우는 이미 밸런스가 무너졌어.’ 이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이 소설은 무지막지한 노다가 때문에 파워 밸런스를 무너뜨려버렸고 초반에는 어느정도 감정 표현을 하던 주변 인물들을 후반에는 ‘주인공을 서포트하는 요소’ 가 되버렸습니다.
톡 까놓고 말씀드리자면, 킬링타임으로는 나쁘지 않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꽤 오래된 소설이라 다시 읽은 것이지, 또 읽으라고 말한다면....
3. 기갑전기 매서커
단언컨대 적긴 하지만 기갑류 게임 판타지 중에서는 최강이자 최고의 소설입니다. 장르소설로 확대해도 탑 레벨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진행 과정이 루즈해지고 결말이 용두사미지만, 그 루즈한 진행 과정 속에서도 집중할만한 ‘무언가’ 를 보여주었고 필력 수준도 장난이 아닙니다. 요즘 소설과 비교하면 비교한게 미안해질 정도로 압도적인 소설입니다. 초기에는 정말 압도적인 몰입감에 정말 사기적인 전투씬을 보여주는데, 제가 손 꼽는 최고는 ‘7권 : 데스매치’ 입니다.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전쟁씬은 그 어떤 게임 소설에도 보지 못한 감각을 느끼게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아크 이후로 유명해진 ‘NPC는 배신하지 않는다’ 식으로 NPC의 비중을 크게 두는 소설 중에서는.... 원조격인 아크보다 압도적입니다. 전 이때껏 보아온 게임 소설에서 이만큼 ‘살아있는 사람같은 NPC’ 를 본 적이 없습니다. 7권의 ‘바미안의 붉은 별’ 이 보여주는 활약은.... 이게 바로 진짜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다만 단점은 역시 루즈한 진행과 용두사미.... 진행 쪽은 나쁘지 않지만 용두사미는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히든 클래스&히로인 수집’ 을 보여주는 진행 과정은 전체적으로 보면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다만.... 히로인의 경우엔 결말에 이유를 확실하게 설명한 덕분에 그리 큰 장애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거.... 과하게 상상하면 주인공의 게임생 자체가.... 음음.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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