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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적나라닥
작성
03.03.23 18:07
조회
1,200

1. 가상대화(假想對話)

시공을 초월한 두 인물의 대화를 상정해 보았습니다.

만인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꿈을 가진 백정의 아들 악백웅이 어린이들의 아버지 소파 방정환 선생을 찾아왔다.

방정환 선생이 묻는다.  

"이름이 뭐라고?"

악백웅이 대답한다.

"악백웅이라고 합니다."

방정환 선생이 다시 묻는다.

" 그래? 하는 일은?"

악백웅이 다시 대답한다.

"소 잡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방정환 선생이 또다시 묻는다.

"그런데 내겐 무슨 일로 왔느냐?"

악백웅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며 한탄조로 입을 벌려 말한다.

"갑자기 자신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가르침을 주십시오. 세사을 오시(傲視)하고자 하는 제 꿈은 정녕 망상일 따름인지요?"

악백웅의 뒤통수를 한참동안 주시한던 방정환 선생이 침중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네가 부잣집 자식이어서 돈이 있느냐 아님 명문대가집 자식이어서 세력이 있느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악백웅이 대답했다.

"그래? 그렇다면 네가 태평한 사회에 낳아져 정해진 업이 있느냐 아님 무엇에 마음이 혹한 것이 있느냐?"

방정환 선생이 다시 되물었다.

"그런건 더더욱 없습니다."

악백웅이 처연하게 답변했다.

방정환 선생이 엄한 목소리로 꾸짖듯 일갈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너는 정녕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인간이로구나.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의 힘은 여기서 나는 것이니라. 아무런 용기를 내기에도 꺼릴 것이 없고 얼마마한 용기를 내도 아까울 것이 없으며 내서 밑질 것이 없지 않느냐. 잃을 것이 없기에 남는 것은 용기 밖에 더 있는가? 아무리 써도 없어지질 않을, 자기 마음먹은대로 언제든 사용가능한 용기가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없는 이의 행복'에서 발췌한 글을 토대로 엮어본 대화입니다. '무림정벌기'의 악백웅이라는 주인공의 마음가짐과 관련이 있고 또한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 주제넘게 적어봤습니다.

'없는 이의 행복'- 네가 부잣집 자식이니 돈이 있느냐? 양반짖 자식이니 세력이 있느냐? 태평한 사회에 낳아졌으니 정해진 업이 있느냐? 무엇이 마음에 끌려서 용기를 못 낼 것이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의 힘은 여기서 나는 것, 아무런 용기를 내기에도 꺼릴 것이 없고 얼마만한 용기를 내도 아까울 것이 없으며 내서 밑질 것이 없지 않으랴. 없는 이의 행복은 여기에 있는 것.         -소파 방정환-

2. 불루지곡(不淚之穀)

'무림정벌기'는 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진 게 꿈, 야망 밖에 없는 밑천이라곤 천부적인 힘과 체격뿐인 악백웅의 입지전적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악백웅의 꿈을 이루어가는 삶의 궤적을 쫓는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류진님의 근작인 '일인무적'과 비견될 수도 있는 한 사람의 주인공만을 위한 독행로를 그린 작품입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다 자란 인간의' 자수성가'적 측면을 조망해 보는 것 정도 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자수성가'의 이야기로서 약간의 흠이 보이기도 합니다.

악백웅 본인의 혼신의 노력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또 비호받기도 합니다. 1권 처음부분의 소제목 두 개 정도의 분량으로 악백웅에 대한 무공습득과 단련 그리고 진전에 대한 설명이 끝납니다. 그 뒤로는 한 문파를 봉문시키는 결과를 묘사합니다. 엄청난 도약과 생략입니다. 악백웅이 한 세력을 기반삼아 무림을 평정하는 데에 초점을 두려다보니 강호의 기본요소인 무공을 소홀이 다루신 것이 아니가 생각됩니다. 그것에 반해 대라신단을 구하는 과정은 비교적 상세히 묘사를 해 놓으셨더군요. 대라신단을 노리는 또 다른 세력을 설정하여 대립축을 삼음으로써 긴장감을 유도하려는 장치도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악백웅의 성격과 이 이야기가 전하려는 의미에 부합되지 않는 배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주인공의 끊임없는 노력을 악백웅의 무공습득과 단련과정으로 좀더 자세히 다루고 대라신단 같은 기연은 노력에 대한 결과물로써 치부될 수 있도록 이야리를 전개했더라면 공감이 더 갔을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눈물없는 빵을 먹을 성격이 아닌 주인공을 봐선 고된 과정의 세심한 구분과 배치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수화지녀(誰畵之女)

'무림정벌기'를 읽으시다보면 눈에 거슬리진 않지만 머리속에 확실히 각인되는 그림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소제목이 시작할 때마다 그려져 있는 그 여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윗옷을 어깨까지 내린 채 머리를 풀어헤치며 독자들을 응시하고 있는 여인....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책 속의 여자 등장인물에 대한 표현을 빌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유혜빙- 연갈색의 목, 유려한 턱선, 약간 창백한 입술, 뽀족한 코, 권태와 염세로 가득찬 눈, 남자처럼 짙은 눈썹, 삼단같은 머리카락

황보미령- 정말 미세한 단서. '마늘쪽 같은 코' 달랑 하나뿐

녹림채 총채주의 여식 곽영령- 가무잡잡한 피부,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

대략 위 세명으로 압축될 것 같은데 유혜빙이 유력해 보이는 군요. 황보미령이 복병이라면 복병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님께선 묘사를 일부퍼 피하신 것인지 아님 후일을 기약할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군요. 황보세가의 멸문 소식에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백웅의 행동을 봐선 황보미령과도 뭔가 맺어질 것 같기도 한데... 더 두고봐야 할 것 같군요. 그러나 말그대로 '유력'입니다. 확실히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 다른 건 모르겠으나 약간 창백한 입술과 짙은 눈썹 부분이 그림과는 너무나 부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달리 입술이 두텁고 빨갛게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 이 여인 초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을 보면 혹시 제3의 여인이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영웅호색'이라고...

아무튼 시덥지 않은 생각이었습니다.

4. 인생지의(人生之意)

삶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악백웅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리곤 이런 대사를 읊조립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 그 모두가 하나로 향해 있었어. 꿈을 이루기 위해선 살아남아야 하고, 또 그것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지. 결국 사람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는 거야"

좋지요. 인생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고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이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어찌보면 보편적 희망일 것일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 '발자취'라는 단어가 꼭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동의어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습니다. 단지 그 목적을 위해 열심히 살았고 또 허황되고 표류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부끄럼없는 반추가 가능하다면 그 삶은 성공적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최고'라는 자리는 언제나 하나고 또 그만큼 거기에 오르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그렇기에 '최고'라는 자리는 그만큼 고독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자리는 하나고 오르려고 하는 사람은 많고 항상 초긴장 상태의 '최고'라는 자리가 어찌보변 저에겐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지 않습니다. 비록 그럴 능력이 없긴하지만......

꼭대기 오르다하고 낮은데를 웃지마라

네 앞에 있는 것은 나려가는 일 뿐이니

평지에 오를일 있는 우리 아니 더 크랴

        -실명씨, <가곡원류>-

꼭대기 올라보고 그런소리 하시는가

만물이 손바닥안 놀음이니 내가 곧 하늘이네

나려가는 일 뿐이라면 또 오르면 되지 않는가

        -祖壇 , 부감찬가<俯監讚歌>-

'또 오르면 되는 삶',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삶. 무슨 꿈을 가졌던 아무런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여러분. 꿈과 용기 뿐인 재산의 무소유의 행복을 누려보시길....


Comment ' 2

  • 작성자
    Lv.23 바둑
    작성일
    03.03.23 21:44
    No. 1

    이렇게 인상적인 글은 보기 드문데.. 멋진 감상이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남양군
    작성일
    04.02.25 10:34
    No. 2

    정말 인상적인 글이군요.
    이런 보물을 이제서야 읽다니.....
    지금 막 4권 모두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1권에서 시작된 호감이 갈수록 감소되어 4권 마지막에서는 그냥 마음이 떠났습니다.
    위 본문의 성의 있는 감상이 무색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부족으로 인한 작위적인 상황설정과 고유 캐릭터의 부각 실패라고나 해야 할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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