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무존자
작성
03.03.25 01:24
조회
1,423

미국이 이라크에 퍼부어 대는 폭탄에서 치솟아 오르는 불기둥을 봅니다.

그 폭탄의 파편에 맞아 머리가 으깨진 아이를 보았습니다. 불이 붙어 땅에 뒹구는 병사들의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부모를 찾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것들에서 약한 자의 절망을 느꼈습니다.

그 약한 자의 절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한 때, 그들과 똑 같은 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었고 아직까지도 그 아물지 않은 상처는 곳곳에 남아 있음을 압니다.

그 때, 단발머리 여고생의 유방을 잘라버리던 그 대검을, 장발에 도끼 빗을 꽂고 다니던 청년의 머리를 으깼던 그 개머리판을 기억합니다.

무차별로 내려 찍혔던 그 곤봉과 군화 발을 기억합니다.

한 줄로 누워있던 그 많은 시체들을 기억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우면서 최초로 의문을 가졌던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부터 그런 비극들은 우리 민족에게 유전처럼 전해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약해진 자의 구차한 논리가 오직 지배층의 기득권만을 위해서 왜곡되고 강요되었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저는 이번 이라크 사태로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 때, 그들이 그렇게 갇힌 채, 죽어 나갈 때. 무협은 과연 어디에 있었느냐고. 이 땅의 순문학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그 일의 비극을 말할 때, 장르문학의 첨병이라는, 그래서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가장 많이 책을 찍어낸다는 무협은 과연 어디에 머리를 두고 있었느냐고.

오로지 말초적인 재미만을 위하여, 더불어 작가와 출판사의 이문만을 위하여 라면을 찍어내듯 공장무협을 생산하고 포로노 무협만을 양산했지 않았느냐고.

그것도 유치할 정도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설정과 전개, 황당무계한 무공, 주인공과 조연의 이름을 바꾸고 여기저기 짜깁기를 해서 한 작가가 한 달에 기본 6권 이상 내는 방식이 아니었느냐고.

저는 그들의 물음을 인정합니다.

모든 무협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는 논리로 맞서기에는 그들의 물음이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그렇지 않으셨던 분과 그 분의 한 작품을 떠올립니다.

그 비극으로 자신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역사 무협소설.

그 소설은 바로 [발해의 혼]입니다.

저에게 무협도 이렇게 강한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새 지평을 열어준 소설입니다.

이라크 사태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북한의 핵문제가 우리의 목줄을 쥐고 있는 요즘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자국의 이익만이 정의(正義)라는 강대국인 미국이 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무협의 일 순위로 이 [발해의 혼]을 기억할 겁니다.


Comment ' 4

  • 작성자
    호접몽
    작성일
    03.03.25 01:38
    No. 1

    늦게까지 뉴스를 보다 이글을 읽게 되네요..
    님의 추천을 보니 한국무협도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작품이 있구나하고 재삼 가슴이 따뜻해집니다..금강문주님의 작품이라 추천하기는 계면쩍지만 지금 깡패국가의 적자생존의 세계질서속에 꼭 한번 후기지수들도 일독을 해보았으면해서 저도 강력추천합니다..좋은추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율하
    작성일
    03.03.25 01:53
    No. 2

    저도 추천..고등학교 다닐때 읽었었는데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초강추.. 남자라면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원배
    작성일
    03.03.25 02:20
    No. 3

    끄적... 여자도 ...요 추가해 주세요...

    저두 그거 봤는데... 학교 도서실에 있었어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3.25 12:39
    No. 4

    가슴을 치는 글이군요...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 때, 그들이 그렇게 갇힌 채, 죽어 나갈 때. 무협은 과연 어디에 있었느냐고. 이 땅의 순문학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그 일의 비극을 말할 때, 장르문학의 첨병이라는, 그래서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가장 많이 책을 찍어낸다는 무협은 과연 어디에 머리를 두고 있었느냐고.
    오로지 말초적인 재미만을 위하여, 더불어 작가와 출판사의 이문만을 위하여 라면을 찍어내듯 공장무협을 생산하고 포로노 무협만을 양산했지 않았느냐고.
    그것도 유치할 정도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설정과 전개, 황당무계한 무공, 주인공과 조연의 이름을 바꾸고 여기저기 짜깁기를 해서 한 작가가 한 달에 기본 6권 이상 내는 방식이 아니었느냐고. 』

    ......

    저 물음에서 자유로울 자, 저 물음에서 떳떳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작가가 아니라도 말입니다...

    저는 어느 곳에 지금 서있을까요....

    아...마음이 무거워지려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693 기타장르 [참고] 좌백론에 대하여 +9 비홍이엄마 03.03.28 1,920 0
692 기타장르 [추천]야설록님의 <시객> +12 Lv.16 풍객 03.03.28 2,807 0
691 기타장르 [참고] 이번 비평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7 Personacon 금강 03.03.28 1,825 0
690 기타장르 [감상] 용대운의 태극문, 독보건곤. +5 Lv.5 阿修羅 03.03.28 2,053 0
689 기타장르 [비평] 친구에게 보내는 성라대연 편지 +5 Lv.1 무극신마 03.03.28 1,643 0
688 기타장르 [감상]독보건곤... +6 西石橋 03.03.28 1,672 0
687 기타장르 [감상]촌검무인을 읽고... +8 Lv.16 아자자 03.03.27 3,608 0
686 기타장르 [참고]감상비평란에 대한 생각 +17 비홍이엄마 03.03.27 1,416 0
685 기타장르 [추천]한상운님의 비정강호 +2 Lv.4 완결쟁선계 03.03.27 1,293 0
684 기타장르 [비평] 무협 소설 \"독행표\"의 의의 - 검... +9 Lv.1 신독 03.03.27 2,818 0
683 기타장르 [감상]<풍파무한> - written by 진소백 +4 Lv.6 이동휘 03.03.27 1,330 0
682 기타장르 [감상] 담천님의 풍월루 +2 Lv.99 묵공 03.03.27 1,642 0
681 기타장르 [감상] 조진행님의 천사지인 +4 Lv.29 남채화 03.03.27 1,901 0
680 기타장르 [참고]좌백론에 대한 부연 +38 소이부답 03.03.27 3,336 1
679 기타장르 (비평)소이부답님의 글에 대한비평. +1 Lv.18 che 03.03.27 1,432 0
678 기타장르 [참고] 흑저부터 무영까지. 주인공을 통해 ... +4 Lv.1 신독 03.03.27 1,897 0
677 기타장르 [비평]좌백론-좌백 그는 사기꾼이나 삼류 ... +21 소이부답 03.03.26 4,428 1
676 기타장르 [감상] 백야 - 태양의 전설 바람의 노래 1... +2 Lv.20 흑저사랑 03.03.26 1,471 0
675 기타장르 [감상] 백야-악인전기, 하성민-악인지로 +3 Lv.80 참새 03.03.26 3,630 0
674 기타장르 [추천] 군림천하를 읽고.. +2 03.03.26 1,545 0
673 기타장르 [감상]월인님의 사마쌍협을 읽으면서. +3 Lv.65 푸른놀 03.03.25 1,356 0
672 기타장르 [감상] 좌백님의 천마군림 4권을 읽고.. +4 眞笑 03.03.25 1,414 0
671 기타장르 [감상] 건곤불이기. +7 Lv.5 阿修羅 03.03.25 1,814 0
» 기타장르 [추천]이라크의 비극을 생각하며-발해의 혼. +4 Lv.1 무존자 03.03.25 1,424 0
669 기타장르 [감상] 초우 - 호위무사 3권을 읽고... 아!... +2 Lv.20 흑저사랑 03.03.24 1,588 0
668 기타장르 [추천] 자연란의 \'야차귀문\' +4 Lv.3 긍정적선물 03.03.24 1,341 0
667 기타장르 [감상] 좌백 - 천마군림 3권을 읽고... +1 Lv.20 흑저사랑 03.03.23 1,284 0
666 기타장르 [감상] 담천 - 풍월루3권까지 읽고... +3 Lv.20 흑저사랑 03.03.23 1,820 0
665 기타장르 [감상]산동악가를 읽고 +1 Lv.1 행운 03.03.23 1,597 0
664 기타장르 [감상-무림정벌기]Boys be ambitious!!!!!! +2 Lv.1 적나라닥 03.03.23 1,201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