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욱님의 농풍답정록 3권 마지막 장을 읽고 있습니다.
1.
이 작품은 사마진명이란 주인공에 대한 일종의 성장소설로서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을 바탕으로 해서 나름대로 치밀한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인간 본성과 개인의 운명적인 삶에 대해 한번쯤
깊이 있는 사유를 하도록 해 주는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하여
강력 추천합니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A+ 입니다.
2.
저는 거의 본능적으로 주인공의 성장무협소설은 싫어하는 편입니다.
성장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인공의 어릴 때의 느슨한 생활이야기 -독자에
따라서는 오밀조밀하고 알콩달콩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들은
그다지 읽을만한 내용이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하루 24시간 중 아주 적은 짜투리 시간을 쪼개어 무협적 재미를
느끼기 위해 무협소설을 읽는 저로서는 그 아까운 시간에 그런 쬐그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굳이 읽어 줄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마음적 여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아주 오래전 성장무협소설을 읽어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꼬마들의 별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집어넣은 이벤트가
오히려 유치함의 극치를 이루어 그것이 오히려 작품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 장편무협의 대부분이 성장무협소설의 구성을 띄고 있는 데,
주인공의 어릴 때부터의 알콩 달콩한 이야기를 구구절절히 적어 나가야
그 많은 지면을 채워 넣을 수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으며
사실 그런 소설들은 페이지 수가 많아 장편이지 압축하면 얼마든지 압축이
가능 - 그 소설의 줄기와는 하등 관련없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 하다고 저는
보기 때문으로 좋은 작품으로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강님의 대풍운연의는 성장소설이 아니면서도 그런 장편을
이끌어 나간다는 자체가 일단 대단하다고 보여지며 그만큼 작가의 노심초사가
들어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함에도 나름대로 성장무협으로 분류한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한 이유는
주인공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할 때 꼭 필요한 부분만을 나타내는 등 아주 절제된
미덕을 보여줌으로써 자칫 느슨해 지기 쉬운 부분을 탄력적으로 만들어
전체적으로 아주 생동감있게 하여 놓았기 때문입니다.
3.
이 소설을 보면 작가의 붓이 물이 오를대로 올라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가의 문장력이 뛰어남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한결 더 빛이 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치밀한 구성 또한 이 작품을 좋은 작품의 대열에 설 수 있게
만들었구요.
4.
무엇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인간의 욕망과 개인의 운명적인 삶에 대한 것입니다
무협이란 것이 가공의 세계를 그린 것이라고 하나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은 일반 순수문학에서와 마찬가지로 곧 우리들의 자화상의 다른 한면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위 작품의 주인공의 삶보다 제금천의 삶이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난하였을 때 당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한 그는 자기가 원하는 재력을
쌓았고 또한 복수를 하였음에도 그 끝간 줄 모르는 욕망에 이끌려 스스로 종속
되어 패가망신하는 삶!
과연 오늘의 우리가 그런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스스로의 욕망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인 지...
오늘날 대기업의 회장들이 엄청난 부를 쌓았음에도 나아가 좀 더 많은 부를
차지하려다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이라든지...
비록 가진 것 없는 우리 서민들이지만 우리 또한 그런 환경에 있을 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런지...
또한 우리가 어떤 운명적인 어떤 계기를 만났을 때 운명적인 잘못이라고
여겨질 때 과감히 빠져 나올 수가 있을런지....
어떤 긴박함 상황에서 독자들의 눈을 쉴새없이 몰아가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천천히 읽으면서 사유케 하여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5.
단 하나 이 작품에서 안타깝게 여겼던 부분은
구무협처럼 싸움을 할 때 두 사람이 서로 자기의 무공 이름을 외치면서 싸움을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다른 의도가 있겠지만 저로서는 그 부분이 내내 못마땅하였습니다.
또한 조금 더 긴박한 상황을 설정하여 소설을 이끌었더라면 더욱 좋은 작품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족,
님의 진가소전도 좋았고 촌검무인도 좋은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단, 건곤불이기는 다른 분들의 추천으로 읽어 보았는 데,
어린 꼬마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님의 문장력을 인정하면서도
1권 초반을 읽다가 덮어 버렸습니다.
너무 그런 것이 나오면 아동용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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