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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99 예류향
작성
03.03.07 20:46
조회
4,543

서효원님의 작품을 정리하는데, 저에게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하 존칭생략)

1. 작품수가 많다.

2. 각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래서 내용 기억하기 힘들다.

3. 서효원의 작품을 구할 수 있는데로 다보기는 했지만, 후반에는 재미있게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용 기억하기 힘들다. ^^;;

4.  개인적으로 사마달, 와룡강, 금강, 천중행, 천중화, 사마우, 천검상인, 천신행, 냉하상 이 작가들의 작품을 먼저보고,

     서효원 작품에는 뒤늦게 입문해서 오래된 작품은 많이 못 구해봤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처럼 서문에 전작에 대한 정보라도 조금씩 나와 있었으면 찾아봤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80년대 한국무협을 정리하면서 서효원님을 뺄수가 없어서, 이렇게 도전해보고자 한다.(무식하면 용감하다. ^^)

서효원이 다른 80년대의 구무협 작가와 가장 틀린 것은 작품 전체에 묻어나는 주인공의 고뇌이다.

서효원 작품의 주인공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을 가거나, 혹은 선택하여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어떤 길을 선택(타의에 의한 경우가 많다)하여 걸어가다가도 선택에 따른 아픔을 많이 겪게 된다.

다른 80년대의 구무협 작가들도 주인공의 고뇌를 다루기는 하지만, 그것은 극히 잠깐일뿐이다.

(물론 대다수의 작품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실험적인 작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서효원의 작품은 모든 부분에서 주인공의 고뇌가 나타난다.

다른 80년대 구무협 작품들은 주인공의 개인적 고뇌나 갈등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조금씩 나타나는 갈등(대개 부모님의 원한)도  무공이 강해지면서, 그 무공으로 쉽게 해결하는 경향을 띤다.

그러나 서효원의 작품에서는 고뇌와 갈등이 강한 무공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주인공이 무공을 익힌다는 것 혹은 강해진다는 것, 그자체가 주인공을 고뇌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무공이 강해지는 와중에도, 강해진 이후에도 주인공의 갈등과 고뇌가 계속 나타난다.  

80년대의 다른 구무협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서효원만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고뇌와 갈등 부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주인공의 고뇌는 대개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였다.

서효원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객인 경우가 많았다.

자객이란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야 하는 존재이다. 기억되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자객은 어디에다가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알릴 수 없다.

타인들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도 없고, 타인들에게 인정해달라고 외칠수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

자객이라는 '정체성' 가질 수 있지만, 그 '정체성'은 다른이들에게서 잊혀져야 하는 역설적인 것이어었다.

다른이들에게 잊혀져야 하고,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해야 한다. 어떤 기분일까?

많은 주인공들이 타의(운명이라고 자주 말한다)에 의해 자신의 이름과 삶을 버리고 자객의 길에 들어서야하고,

그것에 대해 고뇌한다.(실명천하, 풍운대업, 철검무정, 자객 무 등)

심지어는 태어나면서 부터 자객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이들도 있다.(실명대협, 창궁비연 등)

주인공들은 자객의 길을 가면서도 고뇌하게 된다.

자객이라는 무거운 업, 자객의 길에 들어서기 이전의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해 고뇌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실명씨리즈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름을 잃어버리거나,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이 자신의 이름(정체성)을 획득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자객인 아닌 주인공들의 경우에도, 자신에게 부여된 가문의 업, 혹은 부모의 업 때문에 고뇌한다.

이러한 가문의 업, 부모의 업을 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을 가기도 하고,

그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들이 계속 그려진다.

다른 무협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복수심에만 불타는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효원의 작품에서는 복수도 쉽지가 않다

주인공에게 복수의 대상은 주인공을 잘 알거나, 조금이나마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고민없이 "죽어라!"하고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후최대의 적 또한 대개가 친한 친구이거나 아는 사람이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일 경우에도, 주인공과 같은 절대자로서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서효원의 주인공은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심적으로 고통받으면서 싸워야 한다.

이것이 다른 작가와 서효원을 다르게 하는 서효원만의 특성인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무거운 분위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효원의 작품에는 주인공을 이해해주는 진정한 친구들이 꼭 하나이상은 등장한다.

그것이 충복이든, 친구든, 적이든간에 주인공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 존재를 통해서 독자들은 주인공과 동화되었던 아픔에서 벗어나 따뜻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비정강호에서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친구하나.

크~~~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주인공에게서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써, 어떤 완성된 인간상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던 만큼 주인공이 느끼는 해탈감은 더 크고 가치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서효원은 다른 80년대 구무협작가들이 재미, 통쾌함을 추구하는 와중에도 감성을 자극하고 어루만져주는 독특한 존재였다.

그런데 이러한 감성적인 무협은 장점이기도 하였지만 단점이기도 하였다.(솔직히 만사가 다 그렇지만.)

서효원은 감성 메마른 80년대 구무협들 속에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어루만져주는 하나의 오와시스와 같은 존재였다.(야설록 제외^^)

타 작가와 구분되는 자신의 색깔 혹은 무협세계를 구축하여, 독자들에게 다양한 무협의 맛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작품에서 비슷한 형태의  갈등과 고뇌가 나타나다 보니 식상하다.

고뇌와 갈등은 계속되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갈등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

그리고 고뇌와 갈등은 주인공에게만 집중이 된다. 주인공은 살아있는 것 같지만, 주변인물들의 개성은 뭍혀버리고 만다.

주위의 조연들은 주인공을 무조건 이해하거나 충성하는 이들이다.

대립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이 주인공과 대립하게 되는 이유는 '오해' 때문이다.

이 '오해'가 풀리면 금방 주인공과 화해한다. 너무 밋밋하지 않은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주인공만 살아있는 존재이고,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서효원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열정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

계속 유지한 사람도 아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 유지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서효원의 작품은 감성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처음의 그 감동을 생각하면 부정할 수도 없다.

그리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인간상과 인간관계를 잘 그려낸 신무협부터 맛본 이들에게 서효원님의 작품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서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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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원님의 작품정리는 저의 기억보다 프로무림에 더 완벽하게 나와있더군요.

비회원도 작가별 작품 검색은 되니 그곳에서 잘 확인 해보시고, 제가 인상깊게 본 작품 목록만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천독혼마, 사신마전, 천년마제, 무적검회, 광불화형전(재간:화령령주), 천애기정록, 지옥제일검(원제기억안남), 실명마제

성수탕마기, 천애귀검행(재간:귀검행), 천애폭풍기, 광풍서생, 무(재간:자객 무), 군왕성, 실명대협, 실명천하, 철검무정

대자객교, 풍운대업, 절대자류창궁비연, 대자객단, 대륙풍, 절정세가, 백인무문, 천년세가, 천년야망, 천왕문, 대설

제왕성, 대낭인, 대중원, 대곤륜, 야수록

용감무식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기분입니다. ㅠ.ㅠ

  


Comment ' 4

  • 작성자
    Lv.61 이안
    작성일
    03.03.08 23:21
    No. 1

    가장 무협 답지않은 무협 그리고 가장 무협다운 무협
    을 쓰셧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다른 작가분들이 자객에 관한 예기를 쓰면
    전 서효원님의 향기를 찾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봉달님
    작성일
    03.03.08 23:55
    No. 2

    지금 서효원님의 작품에 도전하는중!!!

    절세마중협,풍운대업읽었는데 ㅡㅡ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철두거한
    작성일
    03.03.09 16:29
    No. 3

    고뇌하는 주인공이라기보다 폐쇄된 주인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얽매이고 갇혀 있는 상태에서의 주인공의 심리, 태동. 저도 마지막에 말 그대로 인간(人間)이 되는 것 같은 주인공의 모습이 참 좋았었죠.
    서효원님 무협중에 단점이라면 생각없고 판에 박힌듯한 여성 캐릭터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천재는 하늘이 시기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사사
    작성일
    03.03.22 22:11
    No. 4

    서효원님글중 추천하고픈 글.
    : 천애광정기(풍운세가), 대설, 사신마전, 구천검마왕, 절정세가,
    천년검혼, 중원무도, 마야, 절대검호 등 제가 본것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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