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고양이 모란아 잘 있느냐.
오늘 아침에도 고양이 밥을 맛있게 먹더구나. 그래 네가 언제 먹을 거 마다한 적이 있더냐.
2년 전에 너를 얻어서 기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가 두 살이로구나. 바짝 마른 4개월령 길괭이가 착실히 살찐 고양이로 자랐으니 경사로구나.
우리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오니 네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은 내 십분 이해한다만, 우리 요참에 얘기 좀 하자 이 짐승아.
너 마당으로 나가는 건 좋은데 밖엣동물 좀 집으로 물고 들어오지 마라 이 망할 자식아. 너 저번에 빨래 너느라고 현관문 열어 논 사이에 길이가 사십 센티도 넘는 뱀 물고 들어왔지 이 개새야. 마침 친정엄마가 밖에서 우리 아기 안고 계셨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일 날 뻔했다. 그게 거실 바닥에서 구불텅거리다가 도로 현관 밖으로 튀어나갈 때까지 내가 혼비백산한 거 생각하면 지금도 네 수염을 잡아당기고 싶다 이 털가죽 같은 놈.
뱀은 그렇다 치고 너 저번에 내가 또 빨래 너느라고 현관문 열어 논 사이에 그게 몇 분이나 됐다고 밖에서 살아 있는 새 물고 들어오냐. 너 아주 자랑스럽게 물고 오더라. 새가 퍼덕거리면서 삑삑거리는데 나 아주 이성을 잃었다. 그래 놓고 내가 소리지르니까 잘못한 건 알아 가지고 그 살아 있는 새 거실에다가 놔주고 너 방에 가서 숨었지. 나 그날 애 안고 가서 윗집 사람들한테 제발 새 좀 잡아 내보내 달라고 빌었다. 어디 깡통 안에 처박혀 있는 걸 깡통째 그 양반들이 버려 줬고 덕분에 저녁때 과자랑 초콜렛 사 가서 고맙다고 해야 했다. 나도 과자랑 초콜렛 좋아한단 말이다 개새야. 그래 놓고는 한 시간도 안 지나서 내가 현관문 근처에 가니까 또 나가겠다고 야옹거리고 너 정말 웃기더라.
그리고 너 가만히 보니까 내가 세탁기만 돌리면 나갈 준비하더라. 너 안 그렇게 봤는데 머리 좋다.
그래도 네가 우리 아기랑 잘 노니까 봐 주는 줄 알어라. 우리 집에서 오래오래 살면서, 제발 내 염통 좀 뒤집어지게 하지 말고 즐겁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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