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그 일이 있은 후 6개월 뒤에 소띠와 최상의 궁합이라는 뱀띠인 네살 밑의 아가씨를 소개 받게 된다.
그리고 전처럼 두번째 만남에 나에게 소개 시켜주겠다며 날 불러냈고 그 아가씨를 보고 난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짙은 화장, 묻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담배를 꺼내 피는 모습은 내가 무척이나 혐오하는 세가지 모습 중 하나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난 약간의 근심어린 말을 했을지언정 특별히 친구에게 크게 뭐라 할 순 없었다.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배신을 당했던 친구였기에 아픔을 달래길 바라며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두달 뒤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난 다시한번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다시 본 아가씨가 전의 아가씨였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노랗던 머리카락은 까매졌고 화장은 전처럼 심하지 않았으며 담배는 끊은 것이다. 그리고 친구에게 들으니 주말마다 자신의 집에 와서 집안 일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다른 이들이 말하는 ' 사랑의 힘이란 것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 뒤 1년 6개월간 둘은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친구 나이 29세가 되던 해 5월 5일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지금은 4살배기 재롱쟁이 아들과 곰처럼 둔하다고 험담하는 아내와 함께 평온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친구는 자신이 진정으로 모든 것을 받쳤던 여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배신을 당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 다행이라고 가끔가다 내게 말하곤 한다.
난 곰처럼 둔할지 모르지만 너만 바라봐 주는 지금의 아내를 얻은 것은 너의 복이라고 친구에게 대꾸를 하곤 한다.
결코 길진 않지만 33년을 살아오며 자신의 여자에게 이 친구처럼 성심성의를 다하는 사람은 소설과 영화 속의 인물들을 제외한다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듯 하다.
그리고 난 나의 여자친구에게 이 친구의 절반만큼이라도 따라할 수 있도록 항상 나 스스로를 질책하곤 한다.
뜬금 없을지 모르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한다.
과연 사랑(戀愛)이란 무엇일까.. 과연 정(情)이란 무엇일까..
涵雨夢戀 (함우몽연) .. 비에 젖어 사랑을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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