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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

작성자
Lv.1 노랑소드
작성
05.09.24 23:38
조회
364

형사 감상에 이른 두 번째 감상평 입니다.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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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의 상영 시간은 '형사'와 비슷한 두 시간 정도였지만, 그 느낌은 완연히 다르게 말할 수 있겠다. 지루한 두 시간이 세 시간처럼 길고 긴 영화가 ‘형사’라면 어느새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버리는 ‘너는 내 운명’은 오락영화의 1시간 30분처럼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최근에 시간적 지속력을 느끼지 못한 영화로는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박진표라는 감독에 대해 잠시 떠들어 보자.

알만한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묘한 구석이 있는 박진표 감독. 그러나 그가 연출 했던 작품의 이름을 대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메모리 칩이 작동을 시작할 것이다.

2002년도 겨울 [죽어도 좋아]란 영화가 극장가에 얼굴을 내 민적이 있다. 황혼기의 사랑을 그린(여기서 황혼기의 사랑을 그렸다고 한다면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등 긁어주는 드라마 정도로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당시에 죽어도 좋아란 영화는 센세이션한 충격을 몰고 왔었다.) 위험한 영화는 황혼기의 성(性)에 대한 생각과 의미 그리고 우리가 생각지 못한 다양한 군상들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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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영화가 [죽어도 좋아]이다.

그리고 2003년 [여섯 개의 시선]이라는 옵니버스 형식의 독립인권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다. [죽어도 좋아]가 세대의 시선을 다룬 작품이라면 여섯 개의 시선은 여섯 가지의 소재를 가지고 여섯 명의 감독이 각각의 이야기를 엮어낸 작품이다. 박 감독은 이 이야기들 중에 [이상한 영어나라]라는 부분을 만들었었다.

조기교육의 열풍과 영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준 [이상한 영어나라]는 아이의 부모가 자식의 본토 발음을 위해 혀의 길이를 조절하는 수술을 하는 이야기다. 평소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듣거나 보거나 하셨을 것으로 생각한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인권영화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에 다소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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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시선]포스터이다. 박 감독을 동그라미 안에 넣었지만,

작아서 몽타주의 확인은 불가능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영화 [너는 내 운명]은 박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자, 대중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선 영화라고 하겠다. 기존의 영화에서 보여준 사실적 기법과 현실에서 오해 받을 수도 있던,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버려 사람들에게 억측을 만들어냈던 사건을 이용해 전작들을 탄생시켰던 그의 스타일답게 [너는 내 운명] 역시 유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몇 년 전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건, AIDS에 감염된 성매매 여성이 사회를 향한 복수극으로 무차별 성교를 가졌다는 기사가 한 번쯤은 홍등가를 서성거렸던 남자들에게 무재한 공포를 선사했었다. [너는 내 운명]은 그 사건을 기초로 만들어졌으며, 또 우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어느 미친년의 사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종종 AIDS에 걸린 환자들은 완전히 격리시켜야하는 악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위험한 인자를 내포하고 타인에게 괴로움을 불 수 있다는 점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방귀 뀐다고 꼭 똥 싸는 것도 아니고 똥 쌌다고 더러운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배설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럽지만 그것이 혐오를 주느냐 시원함을 주느냐는 시각적 또는 상황적 해석에 따라 완전히 격을 달리 할 것이다. 영화 한편 이야기 하려면서 별 소리 다 한다고 필자의 턱주가리를 쪼여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주절거리는 것이니 귀엽게 봐주시길 바란다.

자 이제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무슨 영화기에 서론이 이리도 길고 사설도 많은 것이냐 하면! 나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필자가 주절거리는 것들엔 꼭 이유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 그냥 떠들어놔야 맘이 편할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니 (아...아.. 이제 그만 하겠으니 짱돌은 내려 주시길)

[너는 내 운명 / 감독 : 박진표 / 주연 : 전도연, 황정민 / 상영시간 : 5시 타임을 봤는데 크래딧이 7시에 올라갔다. 대충 계산하시길)

형사 볼 땐 다들 잠 퍼 자더니 요번에 다들 울더군요. 뭐 저도 쪼끔 눈물을 보이긴 했습니다. 아니, 쪼까 많이 흘렸군요. 남자가 영화 보면서 질질 짠다고 말하기엔 아직 마음이 약해서…….

와이프는 영화 끝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걸어 나가 길래 (아, 이번에도 잘못된 영화 선택이었을까……. 하는 오해도 했습니다. 눈물을 미처 정리하지 못해 저에게 부끄러웠다고 하더군요-,-)

영화는 간략한 텍스트로 전달을 시작합니다.

[본 영화는 찐짜임!] <- 요렇게

그리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니면 각색을 부지런히 했는지 증명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이 됩니다. 장가를 못하는 늙다리 농촌 총각의 모습으로 등장한 우리의 로맨티스트 석중이와 꿍꿍이가 가득한 다방 아가씨 은하. 전형적인 이야기죠.

순박한 남성의 진솔한 구애와 사랑의 결실. 세상을 믿지 못하는 배덕의 시간을 가졌던 아름다운 아가씨의 굳게 닫힌 마음이 슬금슬금 녹아서 시냇물로 흐르고 봄볕에 새싹이 돋듯 그렇게 사랑이 시작됩니다. 너는 내 운명이라는 제목을 보나, 찐한 슬픔과 진짜 사랑이야기라는 광고를 봤으니, 두 사람이 보여주는 시간적 환경적 한계를 보면서도 갈등적 안내를 통해 행복한 카타르시스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불변이었죠.

그렇게 사랑타령을 아주 즐겁게 보여줍니다. 보는 사람이 풋풋해 질 정도로(아, 친구와 연인과 기타 등등의 비스꾸리한 연령끼리 보세요. 가족과 함께 보기엔 철면피도 쭈삣거리는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 야해서가 아니라,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가는 부분들의 기이한.. 뭐 그런 겁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믿음을 이룩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멜로의 전형적인 흐름을 무시하지 않고, 암적인 소재가 영화 전반부를 순식간에 붕괴시키죠,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맘 아프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런데 말이죠. 관객들 눈물 빼려고 슬프게 애처롭게 애처롭게 의 중복적 방식이 아닌 현실 그대로의 안타까움과 석중의 한결 같은 순수함이 저를 움찔하게 만들었습니다.

내 여자의 과거나 그 과거의 찌꺼기들, 그리고 오늘의 불확실함과 내일의 냉정한 결과를 알면서도.... 이 부분을 제가 할 수 있는 한국말로 표현한다면 그냥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지금 죽으라고 해도 웃으며 죽어줄 수 있는, 이건 좀 약한가? 세상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사람을 욕하지만 혼자서 수많은 돌을 맞아버리는 예수님처럼 죄지은 자들아 한번 던져봐라~라는 유식한 문자의 나열은 전혀 할지 모르는 그냥 무식하지만 그게 아닌지는 아는 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은하라는 이름만 들어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은하라는 이름을 입에 담으면 온 몸의 피가 눈 깜짝할 새 돌아버리는 미칠 것 같은 사랑이 아닌 정말 운명이라 말 할 수 있는 사랑을 보여주더라. 연인과 함께 보면 영화 끝나고 한 동안 조용하다가 질문공세에 시달릴 수도 있다.

당신도 석중이처럼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어? 석중이처럼.... 석중이 처럼.. 물론 바늘 끝에만 찔려도 화들짝 놀라는 소심남이라도 물론! 물론! 물론!을 반복해서 외치시길 부탁한다. 필자가 오래전에 터득한 오래 사는 법이다.

영화 이야기 하다 잠시 삼천포로 흘러들었지만, 이런 주저리주저리 떠는 이야기들이 모두 운명 속에 정해진 것들이니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는 영상이 수려했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으며 감독의 최종 편집본과 시간적 조율이 좋았더라는 말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석적 해석적 접근일 뿐. 내가 좋았던 눈물을 찔끔거렸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던 이유로는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해서다. 가끔 영화를 보고나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 보다 [구냥 좋떠라~ 너도 기회가 된다면...]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읽어주는 모든 분들께 이야기 하고 싶다. 순정멜로의 공식을 따르는 수많은 영화들처럼 이 영화도 특별히 다르거나 특별히 잘나거나 한 것은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그런 것을 따지고 싶다면 앞집 엄마와 뒷집 엄마, 그리고 이웃 마을 엄마들의 자식 사랑을 비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식 사랑이 다른 이들보다 못하고 부족할까.

멜로라는 영화도 그렇게 본다. 얼마나 더 슬펐나, 얼마나 더 눈물을 뽑아냈나. 이런 것들이 중하기보단 그 주제가 사랑을 이야기 하고 또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아련한 마음을 전해 주고 싶을 뿐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돌아오는 길에 정말 좋은 영화를 봤다는 흥분감이나 만족감보다 앞으로 내 사람에게 얼마나 열심히 물론!을 외쳐야 할까를 생각했을 뿐이다.

사랑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평하거나 노하지 말고 그냥 느끼며 살아가자. 나도 당신들도 또 다른 누군가도 화끈하게 달아오르던 시절이 있었고 또 그것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과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시작은 공평하되 지키는 것은 본인의 노력이 아니겠는가. 만약 [너는 내 운명]이라고 말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석중이처럼 살아보는 것도 [훌륭한 운명 대처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은 영화 이야기 보다 사설이 많아져서 심히 고민스럽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쓰다보니 어투까지 이상해져서 기분이 묘하지만,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 그러는 것이니 더욱 귀엽게 보시길 바라면서 글을 접겠다.

위에서 몽타주 확인이 안 되던 박 감독의 사진은 따로 구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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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감상은 감상일 뿐 딴지도 비평도 모른 척 하자. 개개인의 시각적 상상과 뇌세포적인 충돌은 분명히 다를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물론 본 글을 신뢰하는 것 또한 필자에겐 책임이 없음을 밝혀 둡니다.  켈켈켈 가야 올림.    /  http://funn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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