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송승근.
작품명 : 하울링(1 - 2권)
출판사 : 서울북스.
00. 애초에 북 오더라는 작품을 통해 알았습니다. 아니지. 그 전에 모 사이트에서 놀다가 송승근 작가님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설덕후]라는 결론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자기 혼자 모든 설정을 꾸역꾸역 집어 넣다가 자멸한다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슬금슬금 관심이 가긴 가더군요. 아무리 못 나도, 뭔가 노력하는 이미지가 언뜻 머리속에 그려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북 오더]를 먼저 봤는데, 많기는 많았는데 폭발할 듯한 설정의 글은 아니더군요. 그냥 구성이 조금 괴팍해서 문제였지. 북 오더를 전부 보고, 그 다음에 본 것이 바로 하울링이지요. 많이 알려진 건 아니지만, 그 소수의 분들에게는 굉장히 평이 좋은 게 왠지 모르게 감이 좋았습니다. 은근히 책을 구하기가 힘들어 그냥 확 인터넷 구매라도 해버릴까 생각했는데, 인터넷 구매가 거의 확실시 될 즈음에 운 좋게 모 대여점에 있더군요. 오오! 두께도 꽤 되잖아?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해서 본 책은... ...
일단 책을 펼치니 보이는 일러스트가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저도 과거에 그림 좀 그린 적이 있는지라(풉)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림을 평가하는 버릇이 있는지라 얼른 일러스트를 넘기고 책을 봤습니다.
02. 제가 놀랐던 건 첫 째. 이야기의 밀도였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분량이라도 송승근님은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많았습니다. 또한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는 씬이 많았습니다. 가령, 영화나 드라마, 에니메이션에서 주로 쓰는 방식을 소설에도 대입을 한 것이지요. 딱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는 짧은 씬도 무슨 상황인 지 쉽게 감이 오더군요. 이야기 전개는 막힘없이 빠르게 흐르니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판타지 소설보다 분량이 적은 것도 아닌, 도리어 더 많은 분량으로 구성 돼 있으니 만족감은 더하지요.
03. 뭐, 중간 중간 비극적이라거나, 혹은 드라마틱한 씬에서 작가님이 중도를 지키지 못 하고 신묘한 묘사를 남발(?)하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 2권에서 굉장히 심하더군요. 감옥에서 만난 친구(?)가 작품 설정상 최고의 실력자와 싸우는 씬이라든지, 할복 매니아 모 일본인이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작가가 작품 내의 감정에 빠져들어 중도를 지키지 못해 읽는 독자는 남사시러워 지는 그런 연출이 많았습니다. 또한 외래어가 무척이나 많이 남발되는 것도 거슬렸구요.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중 2병 문체를 예로 들었던 어떤 문장이 떠올랐답니다.
ex)어둠에 다크한 그 힘은 격동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신념의 투지! 어둠을 가른다! 하늘을 꿰뚫는다! 땅을 짓밟는다! 허공에 우짓는다! 그것은 한 사내의 포효!(Howling) <-- (한글로 써놓고 뒤에 영어로 설명하는 게 의외로 많더군요. 뭐지? 보통 이 반대가 되지 않나?)
같은 식이지요. 싱크로율이 맞는다면 전율을 할 지도 모르겠는데, 사실상 점점 작품 내의 감정과 괴리감이 들어 괴로웠답니다.
03. 그래도 빠른 스피드를 등에 업어 커다란 위화감 없이 스토리가 전개 되고 나름대로 게임의 스테이지 처럼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을 매번 새롭게 바꾸는 등 노력도 많이 보였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한 번 스치고 가는 것이 아닌 몇 번의 활용이 이어진다든지, 언제나 끝에 외전을 넣어 분위기를 순환시킨다든지 해서 말이지요. 아, 외전은 호불호가 좀 갈릴만 하더군요. 그냥 가벼운 느낌으로 읽어도 되지만, 그럼으로 인한 특유의 습작 느낌이 크게 우러나오거든요.
결론.
나쁘진 않은데, 좋지가 않습니다. 3권 중반 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지 방대한 설정이라는 것도 나타나지 않았고요. 그런데 제가 무엇보다 실망했던 건, 로스트 메모리란 설정. 뭔가 굉장한 지식을 손에 얻는 것을 상상했는데 극 중에서 표현되는 느낌은 그냥 마법의 개념이더군요. 참, 애매합니다.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과 크게 다른 점도 아직 발견하진 못 했고요. 잠수정 한 대 등장하고 로스트 메모리란 설정(표현되는 건 그냥 마법)이 나온다고, 배경 중에 일본이 모티브가 된 배경이 나온다는 거 가지고는 특별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일반 판타지 소설입니다. 적어도 제 느낌은 그러했답니다. 동시에 주인공이 뭔가를 열심히 하긴 하는데, 그 이유가 너무나도 옅고요. 애매합니다.
제가 바란 건 조금 못나도 좋으니 나름의 참신함과 '투박하지만 열심히 한 흔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부분이 그리 많지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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