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비평3
[낡은 출판 마케팅 바꿔야 산다.]
출판사 영업팀장과 후배 마케팅 전문가의 대화 중에서.......
("생판학(生販學)과 판생학(販生學)")
"너 이 소설책 좀 팔 수 있는 아이디어를 좀 내봐라! 도대체 안 팔린다."
정말 재미가? 없어서 총판,서점,대여점에 수북히 쌓아놓고 팔지 못하고 있던 소설책이 있었다.
일본수입소설 이었는데 도대체 우리네 입맛에는 맞지 않는 소설이었다.
어느 날 출판사 영업담당 팀장이 후배에게 이 소설의 판매 아이디어를 구한 적이 있었다. 후배의 대답은 "못 팔겠는데요" 였다. 그러자, 팀장과의 문답이 이어졌다.
"너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했다며?", "네",
"대기업들 컨설팅도 했다며?", "네",
"그런데 이거 하나 못파냐?", "저 이 소설 정말 재미 없어서요. 팔면 안될 것 같습니다"
"마케팅 공부했으면 이 정도는 팔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네???"
그 후배가 마케팅을 전공하게 되면서 많이 받게되는 질문 중 하나는 안팔리는 제품을 팔아달라는 것이다. 아직도 마케팅과 판매를 똑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생겨나는 오해인 것 같다. 사실 마케팅은 판매보다는 생산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마케팅적 시각으로 이 팀장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이렇다.
"안팔릴 작품은 아예 매장에 가져다 놓지 마셨어야 합니다. 그것이 마케팅입니다."
이러한 마케팅의 개념을 잘 설명해 주는 단어가 "판생학(販生學)이다". 팔아놓고 그 다음에 생산한다는 뜻이다. 이의 반대말은 "생판학(生販學)" 즉 생산해 놓고 판매한다는 것이다. 순서만 바꾸어 놓은 비슷한 단어같이 보이지만, 사실 이 두 단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생산해놓고 판매하는 것은 대개 엄청난 비효율을 가져온다. 재고 비용 문제부터 시작해서, 최악의 경우 생산한 상품이 소비자의 욕구에 맞지 않는 경우 전혀 판매할 수 없는 사태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우선 생산한 다음 나중에 판매를 고민하는 분들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부분 가격인하나 특별 서비스의 제공이다. 고객이 싼 맛에라도 사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반품,반값......)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선진 기업들은 "판생학" 시스템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는 먼저 분양(판매)을 하고 고객들의 돈을 받아서 짓기 시작한다. 인기있는 자동차는 먼저 계약하고 돈을 낸 다음에 한두달 기다려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판생학"을 사용하는 기업에서는 상품을 팔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만일 미리 판매하는 것이 어려운 상품이라면, 광범위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리고, 고객 욕구에 알맞은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생산 부서에 지시한다. 성공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구조사에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하여 팔릴 수 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개념이다.
진정으로 작가나 독자를 도와주려는 출판사라면 이제는 "판생학"의 개념을 도입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소설책을 구매하는 독자를 늘 지켜볼 수 있는 출판사들이 해야 할 일은, 책을 당장 많이 팔아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다.
판매하는 서점이나,인터넷사이트,대여점등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작가들에게 전해주어,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을 저술할 수 있도록 작가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즉, 팔릴 수밖에 없는 작품들을 저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출판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장르문학을 지켜가야 하는 출판사들이 과거의 사고방식에 더 이상 묻혀있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매체와의 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게 된 장르문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한 경쟁을 헤쳐나간 경험이 있는 다른 일반 기업들의 마케팅 노하우를 장르문학 출판사들이 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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