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성수
작품명 : 태극검해 2부
출판사 :
1부 10권, 2부 8권 총 18권에 이르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우선 한성수 작가님께 수고하셨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다.
2부를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후일담'이다. 못다한 이야기들, 보여주지 못한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써보고 싶었던 것을 모두 보여주려 한 듯한 느낌. 애니로 치자면 TV판 끝난 후 나온 OVA판이라 하겠다.
난 태극검해의 팬이었다. 다른 부분도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모용청려라는 독특한 히로인이 너무 좋았다. 1부에서 결국 그녀와 진자운이 맺어지지 못했을 때는 무척 아쉬웠고, 그렇기에 2부가 나와서 기뻤다. 포인트는 다를지언정 태극검해를 좋아하던 이라면 이런 식의 아쉬움 한두가지는 갖고 있을 터이고, 그런 이들에게 태극검해 2부는 큰 선물이 되었을 터다.
하지만 거꾸로 보자면 2부의 독립성은 떨어진다. 일종의 팬서비스 같은 느낌이고, 1부에 만족한 이라면 굳이 2부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 미묘한 위치다.
내 생각엔 한성수님께서 너무 달려나가신 게 아닌가 싶다. 2부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황조 전복의 음모를 꾸미는 마선지경의 고수 북리노야를 막아내는 것이 전부다. 이야기를 밀도 있게 진행했더라면 4, 5권이면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8권으로 완결되었다. 내가 보기엔 나머지 3권 분량은 거의 덤이나 마찬가지다. 태극검해 1부의 팬이었던 나에게조차 그랬다.
특히 진자운의 동생인 장자경은, 까놓고 말해서 안나오는 게 더 나았을 캐릭터다. 실패작이다.
초반에는 너무 비중이 높아서 문제였다. 마치 진자운이 아니라 장자경이 메인인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이것은 상당한 부작용이 있었다. 진자운을 사랑하던 팬은 장자경을 별로 사랑하지 않았으며, 한 우물 한 주인공 파기를 좋아하는 장르소설 독자들에게는 거부감을 주었다.
후반으로 가니, 그렇게 분량을 투자했으면서도 그에게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못했기에 더욱 문제가 되었다. 장자경의 이야기는 스토리 진행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 장자경만 쏙 빼고 이야기를 다시 써도 전혀 상관없다.
초반에 그렇게 분량을 투자하고, 감여설과의 사랑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나름 중요한 임무까지 맡았지만... 그럼에도 장자경에겐 어떤 의미도 없다. 대체 한성수님은 장자경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하신 걸까.
그는 결국 강호에 나와, 사랑을 만나고, 그녀를 잃고, 폭주하고, 그리고 죄책감으로 출가한다. 그야말로 공수래 공수거다. 장자경 이야기가 없었다면 태극검해 2부는 훨씬 더 밀도 있고 스피디한 진행이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결말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무협소설에서 최종보스전은 허무한 것이 공식인 것도 같지만, 그래도 기대에 비해 너무 싱겁다. 태극검해 2부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다.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북리노야를 진자운이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
그가 죽기만 하면 다른 일이야 진자운 아니더라도 처리할 수 있다. 북리노야와의 일전, 그의 생사가 이 글의 가장 큰 화두였고 목표였다. 그런 중요한 장면을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해버리면 힘이 빠진다. (초고수들의 싸움은 한순간에 결정된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태극검해의 팬인 나로서는 2부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미련이 많이 남는다. 기대가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비록 100% 흡족하진 않았지만, 다음이야기에 기대를 품게 하기에는 충분한 글이었다.
한성수님의 다음 작품은 더욱 더 멋진 글이 되길 빌어본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5661041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