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홍규
작품명 : 남작 엘스마하
출판사 : 로크미디어
남작 엘스마하.
영지물을 한 때 문피아에 연재했다가, 현재 사정으로 연재를 중단해야 했던 나에게 큰 기쁨이 될 수 있었던 소설인데, 이유인 즉, 이 판타지의 장르가 퓨전 판타지 - 영지 발전물, 이었기 때문이다.
당연 대여점에 들러 이 책의 카피 문구와 장르를 보고 덥썩 문 것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순식간에 4권이나 빌렸으나......
1권에서 제 2장, 깨어나는 꿈의 61페이지 6번쨰 줄까지 읽고 접었으니......
참담할 뿐이다.
남작 엘스마하.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은 뒤로 가면 갈수록 좋은 소설일 것 같기도 하다. 왜 내가 '같기도 하다.'라고 하냐면, 뒤에까지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작 엘스마하라는 책의 표지를 보면 상당히 화려하다. 전면에는 한 마법사 같은 사내가 멋지게 서있고, 그 위에 이텔릭채와 비슷한 문양으로 (?) 엘스마하라는 글도 있고, 좋다.
문제는 뒤에 카피 문구였다.
1.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카피 문구를 지목하겠다.
큰 따옴표로 표시한 부분이 있는데, 빌릴 당시에는 그 부분만 읽었다. 노란 글씨로 되어있는 부분이고, 내가 빌릴 때 읽은 카피 문구 중 일부이기도 하다.
카피 문구를 채록하지 않고, 그대로 뱃겨 보겠다.
"2006년도 상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영지발전퓨전판타지
나는 간다. 몽상과도 같은 나만의 판타지 세계로!"
모든 능력을 지닌
이 세상 모든 것을 지닌
세상 모든 여자들의 멋진 애인인
세계 최고의 능력자인 내가 존재하는
그런 세계로, 나는 간다!
현실 도피를 위해 떠난 산행에서 이계의 통로로 빠져 들어간 주인공.
그곳에서 처음 맞닦뜨린 몬스터 오르크, 와이번.
....................
<중략>
아, 그렌데 이 무슨 조화인가.
한순간 주인공은 미지의 인물과 몸과 정신을 공유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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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 카피 문구가 문제를 일으킨다 판단했는가 하면,
너무 핵심 내용만을 콕콕,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핵심 내용을 잘 짚었느냐면, 앞에 61 페이지를 안 읽고, 이 카피 문구만 읽어도 됬을 정도였다.
덕분에 흥미가 팍 떨어졌다.
61페이지 까지의 내용을 미리니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난다.
어딘지 모른다. 다만 '한국 대설산(?)'이라는 짐작 뿐.
장비를 챙기고, 싸돌아다닌다.
거대한 조류(불도 뿜고, 성체의 날개는 고무보다 더 질겨 손도끼 따위는 먹히지도 않는, 주인공이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아니면 작가가 주인공의 생각에 개입한 오류인가 몰라도, 와이번이라고 짐작하는 새)의 둥지에 떨어지고, 15일 정도 '존니 피터지게 깽판치며' 싸운다.
어디론가 떨어진다. (이게 바로 이계의 통로다.)
주인공을 위한 글귀가 적혀있는데, 한국어다. (GG.)
내가 접은 부분은 '주인공을 위한 글귀가 적힌 부분'이었다.
프롤로그가 되는 제 1장의 내용을 요약, 핵심 내용을 정말 제대로, 섬뜩하게, 마치 발바닥에 난 티눈을 시원하게 뽑아버리는 것과 같이 통렬한 핵심 내용 요약을 통하여, 그 뒤의 내용이 무슨 내용으로 전개될 지, 정말 섬세하게는 아니지만, 대충은 눈에 보였다.
카피 문구는, 어느 정도 흥미를 유발하면 그만이다. 나는 소설을 일종의 '탐험'이라고 생각한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 그렇게 보자면, 카피 문구는 방향을 지시해주는, 일종의 '이정표'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남작 엘스마하 1권의 카피 문구는 무슨 특수 지형에 대한 지도도 아니고...... 너무 섬세하게 요약되어 있다.
2. 주인공이 처음부터 깽판을 쳤다.
나는 분명 61페이지까지만 읽고 접었다 했는데, 주인공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아니요, 주인공의 외모가 절대 못생겨서도 아니요, 주인공이 여자들을 볼 때마다 '존니 꼬셔대는 소위 꼰미남'이여서도 아니요.
바로 주인공이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깽판을 치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깽판?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때려 부수는 것으로, 인과 관계를 무시하며 상식밖의 행동을 보이며 뭔가를 때려 부술 때, 나는 그것을 깽판이라고 칭한다.
다른 사람이 깽판을 뭐라고 정의하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정리한 내용 중, '주인공의 거대 조류의 둥지'에 떨어지는 부분에서 부터, 주인공의 깽판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거대 조류의 새끼들의 정수리에 손도끼를 박으며 하나씩 죽이고, 날개가 고무보다 더 질겨 손도끼도 튕겨내는 그 거대 조류와 맞서 싸우기도 하며, 심지어 거대 조류 둥지에 횃불을 던져 불을 지르고, 불을 뿜기까지 하는 그 거대 조류의 입에 홰를 집어넣어 두 마리를 동시에 죽이며 이계의 통로로 떨어지기까지 한다.
섬뜩하다.
나는 이렇게 못한다.
왜 주인공이 깽판을 쳤는가, 분명 주인공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본능에 충실한 와이번들을 소위 주인공이 말하는 대로 '족치기'위해 싸웠다.
정당방위다. 깽판이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깽판이 아니다. 정당방위, 살기 위해서. 당연한 거다.
문제는 주인공이 너무, '지나치게 용맹하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것도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본다.)
이건 뭐, 황제의 수레가 앞에 지나가는데, 앞 발을 세우고 덤벼든느 사마귀보다 100배는 용감하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저 상황에 오금이 저려 어떻게 뛰도 박도 못하고 잡아 먹혔거나, 그래도 어느 정도 저항은 하다가 죽을 것이다.
문제는 주인공이 '상식 밖으로 용감하다'라는 데에 있다.
앞 부분에서 주인공에 대한 서술이나 어떠한 부가 설명도 전혀 없었다. (단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 주인공이 제대는 했구나, 산 타는 데는 도사구나 라는 정도를 알 뿐이었다. 뭐, 불 뿜는 닭다리 족치기 대회 8연패라던가 하는 내용은 전혀 나와있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상식밖의 행동이었다. 군대를 갔다오면 이렇게 용감하게 되나...
3. 주인공은 나와 뭔가 희한하게 코드가 맞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이 나와 맞지 않더라도 소설을 읽는 데에 크게 불편함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실버문이라는 소설의 경우, 주인공 슈리나 루스 레디안은 제국의 황녀이며, 나와는 배경 자체부터가 다른 천재 의사의 환생이다. (배경 자체만 보자면 럭셔리의 극이다.)
그러나 그 소설은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그 상식이라는 선의 정도가 나의 상식이라는 선에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인게 뭐가 중요하고, 주인공이 팔이 하나 없건, 몸이 반쪽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반쪽이라는 단편 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남작 엘스마하의 주인공은 그렇지가 못하다.
첫쨰로 상식 밖으로 '너무' 용맹하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가 앞 부분에 지루하게 나오는 '대설산 얼음계곡에서 살아남는 법'이었다.
나는 산 타는 것을 굉장히는 아니지만 즐기지는 않는 편인데, 주인공은 산에 대해 너무나 해박하다.
등산 관련 전문 서적 하나만 써 주세요 하고 제의가 들어오면 바로 써줄 정도.
문제는 그것을 '등산 관련 지식이 없고, 수준이 낮은' 나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뭘 알고, 공감이라도 해야 어떻게 뭔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건 무슨 등산 관련 지식과 양 날개 길이 도합 8m 짜리 거대 조류 족치는 방법에 대한 전문 지식 서적을 보는 느낌이었다.
현 2007년도에 10살 짜리 아이와 함께 서태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나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마치 주인공이 하는 이야기는 분명 한글로 적혀있긴 하되, '깐따삐야 별에서 온 붉은 코 꼬마 도우너가 그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
의사에게 '내가 어디가 아픈가요?'라고 했을 때, 의사가 조목조목 아픈 곳의 의학적 명칭을 일일이 더해가며 30분 정도 설명해 준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러했다.)
워허............
더군다나 이 소설의 전개 방식의 시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가장 몰입이 잘 되어야 하는 시점이여서 그런가, 역효과가 더 나는 것 같았다.
말 다 했다.
주인공의 배경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작가님께서는 아무래도 주인공과 흡사한 나이대에 경험도 비슷한 정도신 거 같은데, '내겐 너무나 유식한 주인공'이다.
공감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었지만......
4. 단어의.....?
제 1장 - 그림 속으로, 9 페이지에서 채록을 했다.
'정말 외풍이 장난 아니게 부는 게 마치 한데에 나와 있는 것 같군. 그러고 보니 이불은 도대체 어디로 차 버린 거야?'
여기서 그다지 꼬집을 것이 없다고 보지만, 내가 이해를 할 수 없는 한 부분이 있었다.
'한데에'였다.
'데'는 장소, 즉 곳을 의미할 때는 앞 단어 (한은 아마도 찰 한 자를 쓴 것으로 생각한다.) 와 띄어써야 한다.
붙여 썼다는 이야기는 뭔가... 다른 의미를 전달하려는 거 같은데, 배경과 상황, 문맥상 그 단어의 의미를 짐작해 보더라도, 분명 저 의미는 '찬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으니, 내가 보기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 물론 단어의 사용 같은 부분이야, 크게 꼬집을 부분은 아니다. 도중에 '내 피 같은 피!'라던가, 이 외의 부분에서 작가의 필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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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 책을 61페이지에서 접었느냐에 대한 종합적으로 추론 해 보면, 여러가지 악요소가 작용했는데, 첫째로 카피 문구, 두 번째가 내용의 흐름이었다. 세 번째는 주인공의 상식선이 나의 선에서 벗어났다는 데에 있다.
이 셋이 종합적으로 나에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해서 그런가, 나도 별 수 없게 비평란에 와서 글을 적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다른 분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섰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 비평란의 글을 통하여, '내가 왜 이 책을 1200 페이지 가량이나 되는 분량을 빌려놓고, 1/20 분량도 안 되는 61페이지에서 접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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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제대로 읽지 못해서 내용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았습니다.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튕겨져 나간 것입니다.
혹시라도 홍규님께 이 글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혹여 그런 영향을 끼친다면 빠르게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해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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