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란 게임판타지 소설이 재미있다는 말에 읽어봤습니다.
3권 중반까지 읽고... 중도 포기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몇가지 불만사항을 적어봅니다.
1. 매력없는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
1~3권 중반까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더군요. 육체파 캐릭터 한마, 방어형 검사 아돌, 백경 아더, 백경 크루제, 마법사 제로스. 오크 검사 성무, 재능없는 노력파 랜슬롯, 초보자 도우미 npc 마리 등 인물들은 여러명 등장합니다만 딱히 매력을 느낄만한 캐릭터가 없고 각자의 개성이 희박합니다.
가령 순수한 마법의 길을 가고 있는 제로스의 경우 그가 다른 캐릭터들과 구별되는 점은 단지 그의 직종이 마법 외길만 파는 외골수 마법덕후란 점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 유일한 특징마져, 그의 스킬 구현이나, 자기 캐릭터 특성을 다른 이에게 소개 하는 장면에서만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외골수란 설정에서 도출될수 있는 고지식함이나 편협함 또는 오만함, 집념, 끈기등 캐릭터의 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다른 성격의 묘사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서 그런지 캐릭터의 내면적 매력에서 느낄수 있는 생동감보단
'그냥 쌘 마법 날리는 몸빵 약한 마법사 유저'
같이 전략게임의 유닛같은(스타의 하이탬플러같은) 느낌밖에 안들었습니다
더불어 백경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재이지만 자신의 특이점을 부정하고, 의미없는 노력을 통해 평범이란 의태를 정당화 하는 아더의 경우 이런 설정들이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에 녹아 있지 못해서, 그가 갖는 고뇌나 매력이 전혀 독자에게 와닿지 못하더군요. 저 위에 적힌 설정도 다른 인물이 설명을 해주는것으로 끝나더군요. 그리고 빈곤, 효심등 기타 다른 설정들도 추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그로 인해 도출될수 있는 특이한 행동이나 대사(달빛의 잡템 수거본능이나 빈곤에 찌든 대사, 지극한 효심으로 인하여 중년여성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등의 특이점) 등이 아예 등장자체를 하지 않아서 빈곤 - 효심 - 자신의 본성을 거부하는 천재 등의 설정이 갖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래야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더불어 크루제 역시 그냥 밀리터리 캐릭터 하나로 정의되더군요.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건 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고 핵심적인 캐릭터인 주인공 역시 매력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천재라는 점 말고는 무미건조한 캐릭터라 호감을 느낄 여지가 없더군요. 금단선공, 궁슬, 수공, 자맥질 마스터, 마법설계 천재등 설정 소개에 캐릭터가 먹혀 버려서 3권 중반까지 읽고 기억나는 점은 디오의 설정이지 용노만의 캐릭터 특성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에 마리와의 대화에서도 보면 설정만 계속 풀이해대고, 초보자 존에 들어가서는 역시 아이템등 게임의 설정 설명, 하다못해 성무와의 재전투 상황에서 주인공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나 도전정신들이 내포된 대사가 조금이라도 나와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나의 전투와 기타 스킬 설정에 묻혀서 "저녀석은 왜 또 저 고렙 오크를 싸우는가?"
란 느낌 밖에 안주더군요.
성무란 오크와의 재전이 주인공의 지기 싫어 하는 성격과 그의 모험심을 사건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건A로 끝나버리는점에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디오를 읽은 도중에 가장 큰 갈등이 발생한 장면이 바로 저장면이 었거든요. 3권 중반까지 읽으면서 가장 첨예하게 묘사된 대립, 그리고 그 과정에 표출될 수 있는 주인공의 특성들이 단지 설정과 전투 묘사로 끝나버리는 것에 허탈감 마져 느껴버렸습니다.
또, 천재의 묘사 역시 무슨 수련을 하면 금방 정점에 이른다 라는 점 말고는 다른 느낌전달이 전혀 안됩니다.
계산기 같다는 느낌이 들정도더군요.
이 소설에서 말하는 천재들은 진짜 천재 of 천재인데, 행동 거지에서 어디하나 그 독특함이 전달이 안되고 유일하게 그들의 천재성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 [뭘 배우면 후딱 배운다] 이 사실 밖에 없다는 점은 수 많은 천재들이 등장하는 디오란 소설에서 치명적이라고 봅니다.
쉽게 말해서 천재라면 말본새에서 그 특징들이 묻어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은 없고 무얼 빨리 배운다 라는 점만 등장하니 천재란 소재의 특징이 너무 죽어있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그리고 이 등장인물들의 관계 역시 너무 단편적입니다.
물론 모든책에서 주변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하는것은 아니며, 후속 권에서 그들이 서로 대립하거나 협동을 보일 수도 있지만, 3권 중반까지 꽤 긴 분량에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또는 주변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같은 게임을 하는 유저란 점 말고 엮이는 점이 없었습니다.
즉 드라마 자체가 부족하여 극적 갈등을 느낄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주변인물들로 이야기 초점이 넘어가버리는 경우 그부분을 읽을 동기가 떨어져 버려서 읽다가 지쳐버려 책을 잠시 접어두는 경우가 반복하게 되더군요.
2. 설정의 참신함이 부족
가장 큰 설정인 가상현실이 아닌 다른 타 실세계와 연동된 게임이란 점은 전작인 올마스터에서 나왔었죠.
렙업이 경험치가 아닌 시험을 통하여 렙업한다는 점은 참신했지만 다른 게임판타지와 다른 독창적인 설정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오오라의 구현계는 헌터X헌터의 구현화계 능력이고 차크라는 뭐 빈번히 등장하는 소재, 금단선공은 그냥 내공심법이고 나머지 다른 능력도 다 여러 소설 만화등에서 나왔던 능력입니다.
이런 소재들을 씀이 잘못된건 아니지만, 디오처럼 설정에 힘을 쏟았는데 그 설정이 전부 기존의 것들을 차용하여 특별한 변혁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봅니다.
애초에 설정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소설의 드라마나 시리어스가 약해지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설정을 풀이하는데만 바쁜데, 그런 스타일속에서 소재의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만약 군림천하를 비평한다고 할때, 내공심법이나 검법등의 소재가 참신함이 부족하다고 비평할 사람은 없을거라고 봅니다. 군림천하같은 소설은 극의 드라마나 시리어스를 엮어내기 위해 소재를 가져다 논것인게 글에 분명히 묻어나거든요.
그러나 디오의 경우는 그런 소설들의 반대라고 생각될 정도로 작가의 설정에 대한 풀이가 중점이 된 소설입니다. (디오를 읽어보신 분들은 동의하실거라 생각에 자세한 근거는 뺄게요)
근대 이러한 소설의 소재들에 특별한 매력을 느낄수 없다는건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갖게된 영체나, 인첸트한 단창을 쏘는 발리스타급 궁술이나 그 역시 다른 장르소설에 등장한 소재들을 모아모아 집대성 해놓은 것으로 끝날뿐 그 사용법이나 응용에 있어서 독창성이 여실히 부족합니다.
다만 운용에 따른 제반 설정풀이 (궁술을 쓸떄 어느 근육들의 활용되는가, 대력금강수의 적용에 내력의 움직임이 어떻고 내공의 활용이 어떤가, 오오라를 구현할때 방식이 어떤가 등)에만 치중해 소재들의 발동 방식 등의 일차적인 근거에만 설명이 치중되어 무슨 소재가 등장하면 그에 따른 기초를 설명하느라 바빠서 정작 활용이나 응용에 있어서의 참신함이 떨어지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읽다보면 설명문을 읽고 있는 기분이 자꾸 듭니다.
뭐는 어떤 이유로인하여 어떤 결과가 나온다라는 작가 나름의 정의에 몰입한 나머지 자꾸 설명에 설명을 거듭하게 되고, 읽다보면 왜 있지도 않은걸 자꾸 설명하려 하는가? 하는 답답함이 느껴지더군요.
디오가 많은 조사나 생각끝에 써진 소설임이 분명합니다.
다만 디오는 구성요소들중의 하나인 배경에만 치우쳐 인물과 사건이 위축되있다는 점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작가분이 노력해서 쓰신 글에 저와같은 많은분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저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되도않는 비평해봅니다.
Comment '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