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이상혁
작품명 : 데로드 앤 데블랑
출판사 : 넥슨비전미디어웍스
읽은지는 꽤 됐지만, 생각이 나서 한 번 저어봅니다. 일단 내공 좀 있으신분들이라면 한번즈음은 건드려 보셨을만한 책입니다. (또한저 같은 몇몇 분들은 주인공 이름이 란데르트가 아니라 란테르트라는 것에서 충격을 느끼셨을지 모릅니다)
일단 딱 책을 폈을 때 제가 생각한 책은, 바로 그 비극의 전설 용녀였습니다. 딱히 스토리가 충격적이거나 그래서는 아니었습니다. 아직 주인공이 희희낙락했으니까요. 제가 용녀를 떠올린 이유는, 바로 용녀 초반의 눈물이 나오는 필력때문이었습니다.
데로드 앤 데블랑은, 시쳇말로 '손발이 오글아드는'묘사들이 많았습니다. 피의 마왕, 용자에게 반하는 마족...덤으로 불행의 극치를 달리며 삽질하는 절세미남 주인공. 특히 2부의 크림슨 아이는 그 정점을 찍는다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3부에 와서는 훨씬 더 내용과 모든게 부드러웠지만, 말줄임표의 과한 사용이 좀 거슬렸다고 할 수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저는 이 책을 한 두어번 정도 더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그 1,2부의 비극을 완성하는 3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책을 2부까지만 읽었다면, 짜증을 내며 미소녀 이시테(저는 이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와 삽질하는 주인공과 캐릭터만 기억하며 이 책에 대해 불쾌한 감정만을 남겼을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또 이 주인공이 어떻게 끝날까, 궁금해지게 하는 마력또한 있었습니다.
3부는 사실상 란테르트에게 거의 새시작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또 삽질로 그걸 날렸지만요(놀랍게도, 이 시점까지 가면 이해할만합니다!)과거의 캐릭터 모라이티나의 변천사, 새로운 캐릭터들의 로맨스겸 모습들. 란테르트는 3부에서는 사실상 매우 평화롭고 안정적인(역시 그 인생의 다른 부분에 비하면), 보모의 삶을 삽니다. 저는 그 점이 이 책의 완벽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캐릭터 중에 제일 불행한 주인공이 나오는 1,2부겸 지독하게 격렬해서 머리가 좀 아팟던 1,2부를 이 3부는 완벽하게 중화시켰고, 살인마 란테르트가 아닌 인간다운 란테르트를 가장 고상한 방법으로 그려냈으며, 결국 나름 평범한 그의 죽음으로서 이야기와 그의 인생을 데로드 앤 데블랑 답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여러가지 캐릭터 설정들, 필력들이 묘하게 아쉬웠지만, 이 책을 생각하면 그의 삶중에서 가장 인간답고 평화로웠던 죽음과 아마도 진히로인인 모라이티나가 떠올라 묘하게 즐겁습니다. 한 번 읽는 것과 두 번 읽는것이 다른 책입니다.
이 책의 후속편이 있다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삶을 그린 이 책을 그대로 냅두고 싶었고(또한 책방이 사라졌기에 -_-*) 그 책은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럼 여러분, 한 번 추억으로 돌아가 보세요.
Commen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