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13.05.09 18:35
조회
16,333

양철사자님까지의 질문을 가지고 정리한 강철신검님의 답변내용입니다.

재미있습니다.

(가감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누군 답하고 누군 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종합하여 답한 내용이니 오해없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문피즌 여러분. 강철신검입니다.
우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문피아 운영진과 금강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전 공지나 후기, 답댓글을 통한 사담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이런 소통으로 글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답변하기에 앞서 제 소개를 해야겠군요.
1981년 생, 한국나이로는 올해 서른 셋으로 미혼입니다. 제 성격은 캐릭터와 달리 조용한 편입니다. 원래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동경하는 법이니까요. 직업은 공돌이로 통일하죠. 제 글에서 잔인하고 끔찍하게 죽어간 사람 대다수는 실존인물입니다. 개중에 누군가 문피아를 할지도 몰라요. 곤란합니다. 고향은 서울, 주량은 취한 적이 없네요. 그리고 전 외계인이 아닙니다. 이런 이상한 질문을 -_-, 납치를 당한 적은 없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공상과학대전입니다. 제게 현실과 비현실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제 글 중에가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첫 번째 완결작인 '강철신검'입니다. 필명이랑 같죠. 좌우명은 없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군요. 천재적인 작가나 작품이라... 애드리언 브로디 주연의 더 재킷이란 영화를 보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각본을 누가 썼는지 전율했죠. 요즘 읽고 있는 소설은 미즈키 쿄코의 들장미 소녀 캔디입니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지금 읽어보니 심리묘사가 탁월하군요. 서울에서 자주 가는 맛집은... 혀가 이상한지 전 맛집이라고 찾아가도 잘 모르겠더군요. 하얀 건 밥이요 나머지는 그냥 반찬?
가장 처음 접한 장르는 무협입니다. 표지가 아주 흥미로웠는데 5공 시절 금서로 지정됐다는 박영창님의 무림파천황입니다. 판타지는 김근우님의 바람의 마도사였습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게 글은 삶, 인생의 활력소이자 버팀목이고 동반자죠.
연재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특히 재연재에 대한 의견이 많은데 동시연재가 어려운 건 기술적인 문제보단 감성적인 부분이 큽니다. 극과 극을 오가는 분위기는 글쓴이의 심력을 고갈시킵니다. 광기와 파괴, 죽음과 폭력을 상상하며 긴장을 끌어올렸는데 갑자기 텔레토비가 튀어나오면 꼭 조울증에 걸린 기분입니다.
결론은 깜냥이 부족한 겁니다. 걷지도 못 하는데 갑자기 뛰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겐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완결하지 않은 글은 연재하지 않는 것인데 상상하고 쓰고 고치는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란 제 능력으론 불가능합니다. 다른 분은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모르지만 전 시간순서나 사건진행보단 등장인물의 시선을 따라 장면을 조각내서 다시 조립합니다. 글이 이런 조각모음형태를 띤 건 헤르메스부텁니다. 시점이 난잡한 것도 그때부터죠. 2005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현실의 냉엄함을 깨닫는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내가 최고! 난 특별한 사람이야! 같은 망상이 가득했거든요. 그런데 전 그냥 수많은 인간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입니다.
제 글은 헤르메스 이전과 이후로 철저하게 나뉩니다. 같은 사람이 썼는지 헷갈릴 정도죠. 저도 헷갈립니다. 성장모험, 복선없음, 미소녀 다수, 기연남발, 은발오드아이, 영물펫, 폭풍섹X 등등 쾌락만 가득했습니다. 스토리는 오로지 주인공만 따라갑니다. 말도 안 되는 우연,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 파워 인플레이션! 크롸롸롸! 내가 투명드래곤이다! 스스로도 가끔 놀랄 때가 많습니다.
'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내일의 나 역시 오늘과 다를 것이다.'
1년 전, 5년 전, 10년 전의 난 오늘의 나와는 다릅니다. 세상과 사람 또는 과학과 문명, 종교 등등 날 둘러싼 온갖 것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글은 글쓴이를 투영하는 게 맞습니다. 내겐 불가능한 일을 동경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 역시 조금쯤 반영되는 거죠.

출판이나 개인지에 대한 질문은, 기존 출판사를 꺼리는 건 조기종결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참 출판제의를 받았을 때는 일에 치이던 중이라 더욱 흥미가 없었죠. 개인지라도 종이책이나 이북은 업체를 통하는 게 유통 관리가 쉽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쪽은 젬병이라서, 문피아의 다양한 플랫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독자와 작가라... 참 어려운 주제네요. 전 독자와 작가의 관계가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맞고 존중하면 백년해로하지만 요즘은 이혼이 참 쉽고 빠르죠? 너무 식상하고 원론적인 얘기지만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우선할 것은 존중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라 강요해봐야 사람은 백인백색이니까요.
인간관계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입니다.

등장인물의 작명은 네이버 백과사전 인물편을 훑어보는데 참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이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은부쿠, 메달, 노인, 시레퀴 이게 이름이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나 대사는 특별히 고민하는 건 아닙니다. 배경지식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팁을 밝히자면 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졸업논문집을 오랫동안 수집했습니다. 년간 수십 권에 달하죠. 물론 다 모으진 못 했지만,
인터넷은 망망한 정보의 바답니다.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유익한 정보를 얻으려면 검색어 즉 키워드가 필요합니다. 이런 검색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제겐 전국 대학교의 졸업논문집이 해답이었고 여기서 웃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교수의 가르침, 사조, 경향, 전공서적을 따라가는 부류와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로 모 아니면 도인 또라이 같은 부류로 나뉩니다. IMF 이후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로 변질됐지만 그래도 상아탑은 학문의 요람입니다. 각 대학의 졸업논문집의 주제는 실로 방대합니다. 정치, 경제, 역사, 사회, 문화, 이슈 심지어 아키하바라의 오타쿠 마케팅, 포르노 산업을 분석한 글도 보았습니다. 이런 전문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 은어, 관용구는 일반인은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실생활이나 대화에선 접하기 어렵거든요. 그런 단어가 키워드가 되는 겁니다. 인터넷은 망망한 정보의 바다지만 검색어만 알면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깨닫는 것입니다. 결국 가상세계의 기반도 텍스트, 현실에서 출발하니까요.
시대는 변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도 다를 겁니다. 우린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어요. 앉아서 천리, 만리 밖을 보는 세상입니다. 이번에 하프마라톤을 뛰며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 빨리 포기하면 몸이 편하다.'
농담이고요. 글쓰기는 인내를 요구합니다. 글쓰기는 질문을 던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 시간과 인내는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정답을 얻을 수도 없겠죠. 실패할 겁니다. 정말 많이 실패할 겁니다. 그런데 왜 글을 쓰는 걸까요? 자신을 위해서 아니면 독자를 위해서? 모릅니다. 모르죠. 그런 의미를, 그런 깨달음을 누가 가르쳐줄 순 없어요.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읽는 이유는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은 모두 달라요. 그러므로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랑이 미래다.

마탑 따윈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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