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살해 1부: 미친 빌과 귀신늑대 - 완결(13만 7천자)
“줄타기 좋아하나?”
“늑대가 줄타기?”
“항상 그렇더군. 아슬아슬할 때까지 남들을 시험하고 있어.”
셀레스테는 웃었다. 이제까지 그녀가 보여준 웃음이 흔해서, 빌은 하마터면 이번 웃음의 뜻을 놓칠 뻔했다. 그것은 다음 줄을 발견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초롱을 내려놓고 빌에게로 걸어왔다. 침대 바로 옆에 선 그녀는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허리를 숙이고 팔을 내밀었다.
“줄타기, 계속해볼까?”
좁지는 않은 침대 위로 이미 한쪽 무릎이 올라온 상태였다. 빌은 거부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귀신늑대를 품는다고? 요정에게 홀렸다는 이야기와 동급이다. 서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무뚝뚝한 빌의 성격 또한 굳건하다.
“거절할 말이 마땅찮군.”
소녀는 탐탁찮은 어투의 대답을 듣고도 웃었다. 그녀는 빌의 침대 위로 완전히 올라왔다. 그러나 똑바로 누운 빌과 달리 그녀는 비스듬히 대각선으로 누워서 반쯤 열린 침낭 속에 있는 빌의 사슬갑옷 위로 머리를 기대었다. 빌은 긴 머리카락이 사슬에 얽혀버리는 것을 걱정했지만 소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뜨거운 체열이 사슬을 달구었다.
이게 인간 여자의 유혹이었다면 최고급 창부도 울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셀레스테는 인간도 아니고, 유혹하는 것도 아니다. 빌은 그게 더 골치 아프다고 생각했다.
“왜 피 냄새가 나는 거지?”
갑작스런 셀레스테의 질문에 빌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번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빌에게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왜 신부와 당신에게서 똑같은 피 냄새가 나냐고.”
“이해했다.”
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무덤까지 들고 가리라 다짐해놨던 비밀을 엄숙히 풀어놓았다.
“작은 새알을 준비한다. 작은 구멍을 뚫는다. 내용물을 뺀다. 신선한 동물의 피를 넣는다. 구멍을 납으로 막는다. 신부에게 쥐어준다. 신부는 기회를 봐서 새알을 터뜨린다.”
셀레스테는 그만 깔깔 웃어버렸다.
“뭐야, 그거?”
“처녀임을 증명하는 고전적인 거짓말이지.”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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