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수가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거의 필연적으로 악플이 달립니다.
글이 정말 완벽해서 모든 이를 만족시키거나, 아니면 추종 집단의 포스가 워낙 강성해서 감히 악플을 못 남기는 상황이 아니면요.
아무튼 각설하고,
악플이든, 아니면 그저 작자가 보기 껄끄러운 종류의 덧글이든 달립니다.
저도 일전에 어떤 글을 연재할 때 "등장인물들이 죄다 바보인가 생각이 없네."하는 덧글이 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때 글 내용상 딱히 바보인 인물이 없어서 그냥 답변을 하지 않았죠. 그러자 다른 독자분들이 어디가 어떻게 바보같냐고 덧글을 다시더군요.
그걸 보고 '아, 내가 뭐라도 일단 답변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는 이런 덧글이 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정중한 어조였고, 기실 아주 틀린 내용도 아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일본 문화의 아류작마냥 허황되게 신들이 나오고 세계의 비밀이 나오고 이런 거 쓰지 말고 인간의 이야기를 써라. 진짜 기억에 오래 남는건 그런 이야기다.'는 거였죠.
그런데 저거 달린 시점이 대충 백편 정도 연재했던 시점일겁니다. 저 충고에 따르자면 글을 그냥 접고 새글을 써야했죠 ㄱ-; 그리고 신들이 나온다 해서 그것이 인간적인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구요. 아무튼 저도 장문의 답글을 달았습니다.
뜻은 이해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글을 아예 접을 수도 없으니 충고로 받아들이겠다는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렇게 답글을 다니 저런 제 태도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그냥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참고하자.' 이런식으로 머리속에만 남겨두고 딱히 답글을 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덧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에 아무런 대답을 안할 수는 없어서, 저 같은 경우는 용어해설을 빙자한(...) 잡담 코너를 통해서 덧글들에 대해 애둘러서 한번에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덧글에 답변을 해도 안해도 작자는 곤란한 입장에 처하기 쉽죠.
그러다보면 차라리 진통이 덜한 답변을 안하는 쪽으로 마음이 쏠리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몰매 맞을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작자들이 엉망진창인 글을 써내는 경우도 있듯이,
소위 말하는 지적글들도 엉망일 경우가 많습니다.
일전에 모님의 소설을 보는데 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어떤 독자분이 - 정치극을 소재로 한 글인지라 내용이 꽤 복잡하긴 했습니다. -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으며 글 내용을 비난하고 작자분을 바보 취급하더군요.
저런 경우 의외로 왕왕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덧글 남기시는 분들은 작자가 굽신거리며 "네, 님이 옳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정당한 의견을 묵살한다, 작자가 독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일도 있더군요.
글쓰는 작자가 언제나 옳으란 법 없듯이
지적글 남기는 독자도 언제나 옳으란 법 없습니다.
어떤 분이 독자는 소비자요 작자는 공급자라 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다만 무료연재가 기반이 되는 문피아에서라면 저 관계는 손님과 가게 주인과는 거리가 다소 있죠.
작자분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자분들도 어디 음식점 들어가서 돈 내고 음식 시켜먹는 거 아닙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서로 지키는 것이 좋겠죠. 솔직히 전 독자와 작자가 서로 평등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덧1) 꼭 이러면 독자는 자신의 금쪽같은 시간을 소비하고, 조회수를 올려줌에 따라 출판의 기회를 주니까 손님이다!라고 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문피아에 연재하는 모든 분들이 출판에 목 매고 있는 것 아닙니다. 소비했다는 그 시간도 결국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여가를 선용한 것이구요.
덧2) 감정적으로 흘러가면 글 쓴 제가 불리해질 뿐이지만 그래도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보통 지적글을 다시는 분들은 평소에는 덧글 하나 남기지 않습니다. 작자도 사람인데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툭툭 던지듯이 신랄한 말투로 지적글만 남기고 사라지는 분들을 좋게만 볼 수는 없겠죠.
덧3) 인터넷 연재의 최대 강점은 역시 빠른 피드백입니다. 독자분들의 덧글 하나하나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되죠.
이번화엔 덧글이 많이 달릴 거야!하고 노려서 쓴 글에 덧글이 많이 달리면 정말로 즐겁습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덧글이 안 달리면 어딘가 문제가 있나...하고 글을 되돌아보게 되구요.
솔직히 저는 덧글 보는 맛에 연재합니다 (...)
덧4) 지적글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위에 말한 이유들 때문에 답변을 못 해서 그렇지 늘 덧글들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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