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에스콰이어
작성
11.02.24 22:45
조회
1,094

전 올해 11월 수능을 대비하기 시작한 고 3입니다. 초딩~중딩 때 반지의제왕, 해리포터를 접하고 판타지작가의 꿈을 꾸었었죠. 다른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쓸 때가 있어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상력이 많다. 작가가 되려나보다.'란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로, 그 꿈은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고 1 때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빡센 공부법에 머리를 싸매고 소설을 쓰기는커녕 약간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니 해선 안 되는 때였습니다. 고 2 때는 성적에 따라 대학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생활기록부를 쓴다던지 스펙을 쌓는다던지 내신형, 수능형 중 하나를 결정할 시기였지요.

고 3이 된 지금, 전 다른 사람에게 '소설가가 꿈입니다.'란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와 저 자신의 다짐으로 성적을 유지하느라 글을 쓸 시간은 전혀 없었고, 자투리 시간에 쓰고 써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로 쓰고 지우는 걸 반복하느라 축적 분량도 없었죠. 즉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글도 없단 얘기죠.

또한 사람들에게 소설가는 굶어죽기 좋은 직업이라 생각되고, 실제로도 그러하며, 성공한 소설가들의 수필에서도 그런 고난은 반드시 거치죠.

전, 현재 지망학과를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로 적었습니다.

소설창작과, 국어국문학과,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완전 정반대죠. 굶어죽기 싫으니까 제 마음을 억누르고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제 속도 모르고 잘 선택했다고 칭찬할때는 감사하다고 답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제 속을 알아주고 그래도 네가 가고 싶은 학과로 가라고 하면 오히려 소설가의 굶어죽음을 역설하며 화를 냅니다.

우울해집니다. 그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건데, 나 자신이 먹고 사는 문제들이 달려있고, 가장 원하는 걸 부정하고 원하는지 적성에 맞는지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가야 합니다. 학교,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저 자신의 내면에서도 그걸 강요합니다.

전 지금 삭막해져 있습니다. 거의 정신병에 가깝죠. 원래 유전적인 질병 탓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로서, 저의 상상력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소설에서 벌어질 해프닝을 생각하고,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을 연출시켜 그 대화를 상상하고, 명대사를 지어내기 위해 뜸을 들이며 상상 속에 비를 내린다던지 번개를 내려친다던지, 그렇게 스스로도 무척 순수하다고 생각한 상상력이 이젠 없습니다.

그저 부정적이고 혐오스럽고 생각하지 싫은 것들만 생각납니다. 눈물을 흘리며 도피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기다립니다.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기를 전부 스트레스 속에서 보낸 결과입니다. 지금이라도 상상력을 자기 짜내기 위해 여러 책을 뒤져보고 글을 써보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 소설을 써야할지도 다 까먹었어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알던 것도 잊어버리고 감각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할까, 소설을 쓸까, 생각을 할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요컨대, 열정이 없어졌습니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길이 있는데, 전 반드시 그 길로 가고 싶지만 다른 모든 것이 그걸 방해합니다.

전 사람들이 판타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아니라, 가장 원초적인 문제로 '작가, 소설가'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가 더 궁금합니다. 이번에 고인이 되신 최고은님이 판타지를 쓰다 굶어죽은 건 아니었죠.

그냥 베스트셀러 간판을 달기 전까진 소설가란 직업 자체가 모두 고난이며 인식 역시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냥 우울한 수능생의 헛소리였습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7 투렌바크
    작성일
    11.02.24 22:52
    No. 1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현실을 택하세요.

    제일 중요한 건 이상이 아니라, 현실과 자신과 주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한테도 이제 고3되는 여동생이 있거든요. 그래서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언능 인터넷 창 끄고 공부하세요. 지금 수능이 며칠 남았다고 이러십니까?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이스a
    작성일
    11.02.24 23:03
    No. 2

    에스콰이어님이 바라보는 작가와 소설가의 시선이 바로 세상이 바라보는 작가와 소설가의 시선입니다.

    저보고 베스트셀러 하나 출판되게 만들어 줄테니 지금 직장 때려치우고 작가 할래? 라고 물으면 전 단호하게 NO. 를 외칠겁니다.

    꿈이야 좋죠.

    그런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 꿈을 이루면서 살아가진 못해요. 누구나 메시를 호날두를 꿈꾸죠. 그러나 정작 잔디밭에서 달릴 수 있는 사람은 22명 밖에 없습니다.

    꿈을 현실로 이룩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그것으로 인해 소모, 혹은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프로 작가님들에게 정말 욕 죽어라 들어 먹을지 모르지만. 순수하게 작가로 밥 먹고 사는건 정말 어려울거라고 생각됩니다.

    얼핏 들어보니, 그냥 1년간 햄버거집에서 알바하는게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작가가 되고 싶다 하시면. 먼저 기반을 마련하시고 꿈을 이룩하시길 권해드릴게요.

    20대에 꿈을 이룩하나. 60대에 꿈을 이룩하나. 결국 꿈을 이룩하는건 똑같은 거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覺醒
    작성일
    11.02.24 23:04
    No. 3

    언넝 공부해서 성균관대 경제학과 간다음에 소설가 할까.. 고민하는거랑

    공부안하고 계속 고민하다 지잡대 간다음에 소설가 할까.. 고민하는거랑

    사람들이 보는 시선 자체가 다릅니다.
    일단 공부할 시기에 공부하고 그다음에 진로는 차근차근 고민하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어여 인터넷 끄시고 공부하세요..
    재수인으로서 말씀드려요-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INCEDENT
    작성일
    11.02.24 23:05
    No. 4

    저도 그랬다죠...... 마음 속으로만 삭히고........
    부모님한테는 미래가 없다, 포기해라 말만 듣고........
    한없이 우울해지더군요.
    근데 성격이 낙천적이다 보니 지금은 잘 살고 있고, 그냥 틈 나는대로 저 혼자 끼적이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성숙과 수정해나가는 시기라 보고, 받아들이세요.
    소설은 결국 부전공으로 하고 일단 먹고 살아야지 소설이든 뭐든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거 아닙니까.......... 하는 저는 세상에 찌들었네요 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12월32일
    작성일
    11.02.24 23:15
    No. 5

    후후..
    고민이 많을 때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답이 나옵니다.

    뭐,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꿈은 꿈대로 남겨두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한번 쯤 부딪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꿈은 어쩌면 깨지라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 우울한 결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젊잖아요?
    수능이 끝나시면 또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실 겁니다.
    시간은 많아요. 아직 젊음을 만끽할 나이니 더 많은 조언은 못해드리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샆.
    작성일
    11.02.24 23:56
    No. 6

    ...무섭군요.

    아직 어린 저는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그저 막연히 상상만을 해 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무서워요.

    이상과 현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순간이 결국 언젠가는 오게 되리라는 것이 말입니다.

    으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지금보다더
    작성일
    11.02.25 00:27
    No. 7

    음..뻘글이지만 성대는 사과라는 학부내에 경제라는 학과가 존재하고있죠.
    성대 경제는 사과내에서도 인기학부라서 1학년때 성대 사과 들어가시고 나서도 열심히 공부해야 경제들어갈수 있다죠.
    그러므로 최소 2년은 걸리겠네요..앞으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테사
    작성일
    11.02.25 04:38
    No. 8

    글은 직업과 상관없이 재능과 열정만 있다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공과 상관없이 작가가 되신 분들도 여럿이구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상이니 현실이니. 너무 안전하게만 인생을 살려는 거 같습니다. 일단 부딪쳐 보고, 노력할 만큼 해보고, 그래도 하고 싶으면 더해 보고. 그렇게 사는 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레프라인
    작성일
    11.02.25 08:40
    No. 9

    테사님 의견에 덧붙입니다.
    1. 글은 전공과 상관없이 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열정을 죽이지 않는 겁니다.
    2. 어떤 경험이든 글쓰는 데는 궁극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이 글쓰기랑은 상관없어 보여도, 하나의 학문 체제이며 시스템입니다. 공부를 함으로써 글쓰기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절대 해가 되지 않는다고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대학 공부는 전공과 여러 비전공 과목들을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횝니다 (물론 그게 자동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건 아니고 학생 입장에서 성실한 노력이 필요힙니다만). 나중에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3.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언제나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배신이 아닙니다. 자책하지않으셔도 됩니다.

    원하시는 대학에 무난히 합격하시길 기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에스콰이어
    작성일
    11.02.25 19:36
    No. 10

    예. 응원해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애초에 이 글은 뭐랄까, 정신적 배설이라고 하나요, 카타르시스라고 하나요, 우울증 같은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으니까 오늘 꽤나 홀가분했거든요. 열심히 공부하면서 틈나는대로 소설도 생각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뵙죠.

    그리고...Ps. 방콕딜러 님.

    '고3 수능생이~~'
    '그러므로 최소 2년은 걸리겠네요..앞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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