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오늘의 깨달음

작성자
오르네우
작성
11.01.03 21:02
조회
801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세계관이 조금 빡빡해서 골머릴 썩히면서 세계관도 작성하고 글도 썼습니다. 쓰다 보니까 뒷내용이 더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또다른 소설을 구상했습니다.

1편 썼습니다. 어째 원래 소설은 약간 그렇고 그런 부분이 있어도 판타지였는데 70년 뒤를 다루는 소설은 리얼 전쟁 소설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건 신경 안 씁니다.

그런데 이런 요청을 받았습니다.

네오(본인)야 네오야. 너 설정 빌려서 글 쓰면 안 되냐? 그 [삐───]이랑 [삐─]인지 [삐─]인지에 나오는 거. 대략 1970~80년대 풍 소설을 쓰고 싶어서.

나 혼자 세계관 만들고 나 혼자 낄낄대면서 글 쓰는 건 엄청나게 익숙한데, 그 세계관을 타인이랑 공유하다니. 난생 처음이야.

그래도 매몰차게 거절은 못하겠더랍니다. 그래서 승낙했어요.

그러자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혼자 쓸 때는 언제든지 수정이 가능하니까, 그다지 압박감이랄 게 없었는데, 그걸 타인과 공유하기 시작하니 '내가 잘 해야 돼.'라는 야릇미묘한 느낌을 받은 겁니다.

답답함에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지만 저는 미성년자였습니다. 술도 마시고 싶어졌지만 저한테는 안 팔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금도 세계관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후, 언어, 화폐, 도시, 무기와 장비, 군 편제, 정부 체제… 이런 "이름만 정해두면 되는."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온갖 지형지물에 이름을 붙이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도 적어두고 있습니다.

산맥이 있으면 분수령을 경계로 기후가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집니다. 그걸 모두 드러내며 쓰자니 장난 아니더구만요.

그래도 만족스럽긴 합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내가 만든 세계가,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창조한 세계가 더욱 완벽한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 그토록 고양감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비너스가 남자에게 주는 흥분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무언가─── 아, 이것이 창조의 기쁨이구나.

그것을 알게 되었던 하루입니다. 서점에 여섯 시간 동안 박혀 있던 건 없던 일 치고, 귀중한 깨달음을 얻은 하루입니다.

결론: 소설 스케일이 커지면 몸과 마음이 고생한다 (응?)


Comment ' 9

  • 작성자
    Lv.8 불면
    작성일
    11.01.03 21:08
    No. 1

    하지만 독자들에게 생소하고 어렵다고 외면 당했을 때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ㅠㅠ 죄송해요 태클은 아니구요 좀더 완벽한 설정을 하시라고 더 고생하시고 더 머리 싸매고 생각 하셔서 대머리가 되신후에 d&d 를 뛰어 넘는 작품을 만드실 것이 라고 고대해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철값상어
    작성일
    11.01.03 21:09
    No. 2

    축하드립니다. 전 언제쯤 그 희열에 몸부림칠 만한 수준에 오를 수 있을까요.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영비람
    작성일
    11.01.03 21:17
    No. 3

    음.. 그럼 지리 점수의 상승을 노려볼만 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1.01.03 22:20
    No. 4

    세계관 복잡하게 짜는 거 좋아하다가 결국 짜놓은 세계관 소설에 다 드러나지 못하게 하고 좌절만 하던 사람 여기 손이요오

    세계관을 짜는 것도 짜는 거지만 그걸 잘 드러내는 것 역시 역량인 것 같아요오....

    그런데 역시 설정은 재밌어!!! 라고나 할까요오. 계속 하게 되네요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루티아노
    작성일
    11.01.03 22:26
    No. 5

    그렇게 짜놓은 설정을 어라나 맛깔나게 독자들에게 전하는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힘내세요!
    언젠가는 읽는 이들을 휘어잡을 멋진 설정이 만들어질테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홍운탁월
    작성일
    11.01.03 22:40
    No. 6

    소설에서 세계관 설정이 무척 중요하죠. 하지만 세계관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각 지역마다 달라지는 문화와 풍습, 전설과 신화, 민담과 속담, 위인과 영웅, 악당 등 세세하게 들어가면 정말로 죽어납니다. 저는 성공한 사례를 딱 한 사람밖에 모르는군요.
    J.R.R 톨킨입니다.
    FSS처럼 작가가 설정놀음에 빠지게 되면 그 작품은 끝장이죠.
    별 필요도 없는 설정을 자꾸만 늘려가면 글도 늘어지고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독자들이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설정은 꼭 필요한 것만 정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1.01.04 00:59
    No. 7

    ... 설정도 설정이지만 너무 빠져들지 마세요.
    '설정만' 하다 끝납니다.
    설정은 분명 재미있지만 동시에 연재할 기력을 빼앗기도하니까요.
    더불어 규칙을 너무 상세하게 적지는 않으셔도 되겠지만 서로 어긋나는 일은 없는지 검토해보세요.
    코난 도일도 가끔 실수할 때가 있으니까요.(예 : 은성호 사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나티
    작성일
    11.01.04 12:11
    No. 8

    설정을 짜놓고 모두 소설에 집어 넣으려는 생각은 하면 안 돼요.

    한 소설에 세계관의 10%. 이보다 더 나오면 안 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더 나오면 소설이 폭발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으갹당
    작성일
    11.01.04 13:53
    No. 9

    그냥 쓰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이끌어 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세계관을 집어너으려 하다가는 소설도 막 뒤죽박죽이 되고 그럴것 같아요.
    세계관을 방대하게 짜시고 스케일도 크시다니 고생길이 환하네요-0-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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