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 나티
작성
11.01.04 12:01
조회
749

우연히, 밑에서 시점서술에 곤란을 겪고 계신 분의 글을 보았습니다.

모두들 그렇듯 시점서술은 정말로 어려움이 많지요. 시점마다 장단점이 각각 달라서, 이 시점과 저 시점을 마구 섞어버리기도 하고 애매한 시점을 만들어서 작품의 집중력을 흩트려버리기도 하지요.

(저도 그런 때가 빈번하게 있습니다만... -ㅅ-;)

이 때 시점서술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다독'밖에 없습니다.

책도 잘 안 읽는 인간이 이런 소리를 하니 좀 뭣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여러분들은 다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당연히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사설은 그만하고 제 짧은 지식으로 시점서술에 도움을 주는 책들을 몇 권 소개하도록 하죠. 참고로 전 읽기 어려운 책은 읽지도 않는(-ㅅ-;) 편이니,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실 수 있는 책들만 추천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인칭 서술

1인칭 서술은 가장 간단하고, 그리고 글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글입니다. 서술자의 심리를 표현하는데도 훌륭하지만, 글을 다방면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취약점이 보입니다.

1. 오르한 파묵 著 '내 이름은 빨강'

이 소설은 서술자가 수십 명입니다. 게다가, 전부 1인칭이지요.

또한 서술자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주인공, 빙장 되실 분(?), 범인, 조연, 개, 나무, 심지어 죽은 시체도 나옵니다.

하지만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너무 자연스레 시점이 바뀌어서 독자에게 잡념할 생각을 가지게 하지 않지요. 유명한 상도 타서 매우 알려져 있는 책입니다.

2. 신경숙 著 '외딴 방'

유명하신 신경숙 작가의 글입니다. 이 소설은 그녀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소설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1인칭 시점을 담담히 서술해나가는 책입니다. 1인칭 시점의 책!하면 저는 이 책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3. 김훈 著 '칼의 노래'

우왕! 정말정말 유명한 글입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물론 그 분의 보수적 가치관은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요.. (제가 조금 진보적이라 -ㅅ-;;)

1인칭 서술을 정말로 세밀하고, 멋있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사족이지만, 저는 글을 멋있게 쓰고 싶다면 김훈님의 책을 한 권정도는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천하는 책은 자전거 여행입니다. 1,2권 다 보시는게 좋아요. 널리 알려져있는 남한산성이나 현의 노래, 너는 어느쪽이냐고... 도 좋습니다.

3인칭 서술

3인칭 서술은 1인칭에 비해 객관적이며, 다양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행도 1인칭보다 자유롭죠. 하지만 1인칭보다 몰입감이 떨어지며, 심리 묘사가 깊게 되지 않는 단점도 있습니다.

1.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著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세계문학전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거나 구닥다리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은 아니니 걱정마세요. 오히려 매우 재미있는 책입니다. 저는 절대로 읽기 어려운 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1인칭으로 시작하다가 본격적인 이야기는 3인칭으로 서술하는 이 책은, 정말이지 소설이 영화같다. 라고 생각하게 해준 책입니다.

마치 화면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잘 이어지는 글이지요. 실제로 영화화된 책이기도 하고요.

2. 파트리크 쥐스킨트 著 '향수'

킬링 타임으로 최고의 소설입니다. (이런말 하면 좀 뭣하군 -ㅅ-;)

하지만 저는 뻔한 시드니 셀던의 책들보다 이 소설이 훨씬 재밌었어요.

어쨌든, '좀머씨 이야기'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을 처음 접했던 저는, 신선함을 느끼고 이 향수라는 책을 접하게 되지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중세시대를 잘 표현했는지! 중세시대 묘사로서는 메디쿠스(노아 고든 著)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겠더군요.

3인칭 시점으로도 얼마든지 몰입감을 줄 수 있다!라는 것을 잘 알려준 책입니다. 웬만한 1인칭 소설보다 훨씬 더 큰 몰입감을 주는 미친 소설이지요.

3. 헤르만 헤세 著 '싯다르타'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입니다.

주제가 조금 무겁기는 하지만... '문장이 이래도 되는거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멋있는 문장들로 가득찬 소설입니다. 소설의 진행도 매우 매끄럽고요. 번역이 잘 된 싯다르타는 원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문체를 느끼게 하더군요. 물론, 전 원문 못 읽습니다. --ㅅ;; (영어도 제대로 못 읽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가끔 보면 희극 형식으로 쓰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물론 대부분이 소설을 처음 써보시는 분들이 대강 쓸 때 쓰기는 합니다만... 만약 각본 형식으로 판타지를 쓰시려는 분을 위해서

사뮈엘 베케트 著 '고도를 기다리며'와 유진 오닐 著 '밤으로의 긴 여로'를 추천합니다.

특히 고도를 기다리며는 시간 내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거든요. 강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대부분 단권에서 2권 사이로 끝나는 것들만 추천했습니다. 너무 길면... 맘먹고 읽어야 하잖아요. 그쵸?

게다가 도서관 들리기도 번거로워지고... 사는 건 더 어려워지고.. -ㅅ-;; 사실 여기 추천한 책들은 서재에 쌓아두고 읽어도 좋은 것들이거든요.

항상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태백산맥이니, 토지니, 혼불 등을 추천해주시는 분들 밖에 없어서 이 글을 올려봅니다. 분명히 그 책들은 매우 좋은 책들이지만... 그렇다고 그런 책들만 추천하면 어떻게 합니까? -ㅅ-;; 책을 그것만 읽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주제넘게 깝신거리고 돌아다닌 나티는 여기서 사라지겠습니다. 장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 ' 9

  • 작성자
    홍운탁월
    작성일
    11.01.04 12:25
    No. 1

    음, 3번의 데미안 헤세는 혹시 데미안의 저자인 헤르만 헤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데미안 헤세라는 사람이 있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 나티
    작성일
    11.01.04 12:30
    No. 2

    홍운탁월님 지적 감사드립니다. -ㅅ-;; 이 놈의 머리통은 사람 하나 기억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비공
    작성일
    11.01.04 12:44
    No. 3

    싯다르타는 불경에 있는 원문이 많이나와 번역이 어색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01.04 12:53
    No. 4

    이번에 책을 좀 사려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01.04 14:53
    No. 5

    헤세 작품 중에 '지와 사랑', '유리알 유희' 강추합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도 추천합니다. 판타지풍인데다 전개가 아주 독특한데... 평범한 양치기가 주인공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김생백궁
    작성일
    11.01.04 18:22
    No. 6

    수고하셨네요. 도움이 많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isoa33
    작성일
    11.01.04 18:56
    No. 7

    이해를 못하더라도 이렇게 열심히 쓴 글을 보면 그냥 지나칠수 없죠. 추처..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백만원
    작성일
    11.01.04 19:44
    No. 8

    추강이라도 달아야 하겠는데요? 홀홀
    추강+1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밤올빼미
    작성일
    11.01.05 02:46
    No. 9

    중학생때 도서관에서 '내이름은 빨강' 빌렸다가 시점때문에 이해가 안되서 욕하면서 1권을 억지로 보고 2권은 후루룩 넘겨 결말만 봤는데 대학생이 되서 정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는 느낌이 들어(and 노벨상 효과) 다시 보니 참 재밌더군요. 양서도 내가 준비가 되어야 읽힌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칼의 노래도 당시 거부감이 들어서 몇페이지 보다 관뒀는데 이제는 읽을수 있으려나...
    향수는 그때도 지금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책을 읽는게 아니라 맡는 듯한 묘사가 일품이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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