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긴 감상글이 될 듯 하네요.
가끔 이런 소설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겪은 긴 여정의 종결과 함께 '완결'이라는 두 글자로 이야기의 끝을 고하지만, 현실세계의 독자에게는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랜시간동안 긴 여운을 남기는...
이런 글들에 '명작'이라는 칭호가 붙여지죠.
'월야환담 채월야'의 마지막에서 책을 타고 흐르는 광기에 휩싸여보셨습니까? '세월의 돌'의 마지막에서 유려하게 흐르는 슬픔을 느껴보셨습니까? 겪어보셨다면 위에 제가 말한 바를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제겐 완독뒤에도 저를 쓸쓸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던 소설들이 세가지 있었습니다. '명예'란 굴레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쳤던 흡혈백작 얀 지스카드의 이야기 '불멸의 기사', 석양을 향해 나는 드래곤을 바라보며 끝을 맺은 한소년의 마법의 가을 이야기 '드래곤 라자', 인류의 리셋과 함께 시작된 15만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드래곤 레이디'
여기에 이제 '빙하탄'이 추가되겠네요.
제가 접한 장경님의 첫 작품은 '성라대연'이었습니다. 그 뒤 '황금인형', '마군자'의 순서로 이어졌죠.
이 세 소설들에서 장경님께 대해 느낀 제 감정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무난히 물 흐르듯 흘러가다 끝나버린 이야기들. 장경님이 그린 이야기속에 저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빠져들지 못했습니다. 작가님이 제시한 사건들의 나열에, '아, 그랬나보구나'하면서 그냥 죽 읽어내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들어왔던 금강, 좌백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명성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네번째 '빙하탄'.... 충격이었죠. 제가 지녀왔던 큰 착각은 수정되었습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놓치지 말고 보세요.
이미 보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다시 보시면 새로운 감회가 느껴지실 겁니다.
어느날 한순간 사문의 반역자로 낙인찍힌 아버지, 그의 가족으로서 영문도 모른채 도를 익힌 오른팔이 잘리며 날개 꺾인 새가 되어버린 심연호. 그를 둘러싼 모든 비극의 진실을 알고서 광기에 얼룩진 채 중원을 떠나버린 뒤, 은인의 유언과도 같은 부탁에 의해 3년만에 중원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렇게 귀환한 가을바람이 부른 사나이는 형의 심장을 씹어먹으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상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광기와 증오는 결국 그에게 짙은 허무만을 남깁니다. 그리고 두 여인의 눈물은 천장두께의 빙하를 깨는 한줄기 여울과도 같이, 그의 마음을 녹이고 맙니다.
제가 가진바 말재주가 없어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글을 소개시켜 드릴 수 밖에 없네요. 꼬이고 꼬인 등장인물들의 비극과 갈등을 훌륭하게 그려내신 장경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아... 생사벽에서 구주일검과 최후의 싸움을 마치고, 돌아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읇조리던 그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떠나기 위해 흘리는 눈물은 눈물이 아니다. 도영, 나는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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