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만리]를 2권까지 읽었을때, 이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다 읽으니, 그건 또 아니더군요.
주인공이 '청룡'과 '자라'라고 할때, 그냥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책장을 넘겨보니 정말로 '용'과 '자라'더군요. 아마 한국에서 쓰여진 모든 무협 중, 가장 이방인이며 방관자적인 주인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환타지 쪽에서는 '용'이나 '엘프' 등이 주인공을 맡는 경우도 많지만, [청룡만리]는 환협이라 볼 껀수가 아니라고 보고, '청룡'은 환쪽의 '드래곤'과비교해도 상당히 이질적이라 봅니다.
초반까지 읽었을때, 훈훈하면서 '정겨운 코믹 우화'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3권을 넘어서며(그 전에도 낌새는 보였지만), 이 소설은 매우 날카롭고 흉폭하며 위험하게 전개되더군요. '인간'이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음모와 흉계가, 우리의 순박한 '청룡'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만화영화로 따지면 [에반겔리온]의 위태위태하던 긴장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은혜를 아는 동물입니다."
라는 문장이 매우 인상깊더군요.
인간은 은혜를 아는 동물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비정하고 잔학하다.
인간이라서 감히 넘보지 말아야 할 것을 노린다.
개인적으로야 '은혜를 아는 동물'로만 전개되길 바랬지만, 그건 독자 맘이고 작가의 뜻은 또 다르죠. 그 모든 것이 얼키고 설키어, 결국 하나의 파국이자 영광 가득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과정이 의외로 첨예하고 잘 엮여져 있어, 처음 쓴 작품이란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수많은 핍박을 이기지 못해 '각성'하는 '청룡'의 모습도 다채롭고요.
그러나!
'코믹'과 '시리어스'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냐면, 아주 약간 따로 논다는 느낌입니다. 소설의 전개나 캐릭터의 특성 등은 오히려 흠잡기 힘들겠지만, 캐릭터의 작명이 조금 걸리더군요. '아자자 도사' 같은 이름이야 고무림 들어오는 사람이나 알만한 것이지만, '신문기자'같은 작명은 가벼운 패러디 코믹에나 어울릴 것이겠죠. 이런 식의 작명이 살아남기에는, [청룡만리]의 세계관이 너무 무겁고 꼬여있으며 비참하다고 봅니다.
상당히 잘 쓰여진 수작입니다.
허나 저는 처음에 느낀 것 처럼,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를 원합니다.
시리어스한 분위기도 좋지만, 난데없는 작명 때문에 애매해집니다.
그렇다고 보지 않기에는, 결말까지 끌어가는 힘이 고수급입니다.
막 읽기에는 지나치게 잘 쓰여졌고, 그렇다고 정독 하기에는 분위기가 가끔씩 흔들립니다.
어쩌면 이것이 [청룡만리]의 최고 매력이자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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