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희강
작품명 : 청어람
출판사 : 비리제일존
종리건은 희대의 사기꾼이다.
이 소설을 추천함에 있어서 위 문장만으론 이 소설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제목에서 흘러나오는 포스가 스토리의 "개연성"이라거나, "품격", "수준"을 상당부분 미리 오판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보나마나 주인공의 어줍잖은 유치한 계략과 비현실적인 대화전개를 통해, 그 지능지수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고 또 그 지위까지 올랐는지 심히 의심스럽게 만드는 등장인물들의 멍청함에서 이득을 취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우리 머리 속을 스쳐지나 갑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지금 이 순간 버리십시오. 보면 후회하지 않는 작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종리건은 이제껏 무협소설에 등장했던 수많은 주인공들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걷습니다. 그는 돈과 영약 비급 등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상대방을 감복하게 만들고 자신의 지위상승이나 목적달성에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주기에 받고 받았기에 도와주는' 밋밋한 전개가 아니라, 체면과 염치와 도덕적 관념 및 사회적 통념을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대방을 허물어 뜨려 주인공 종리건이 내미는 뇌물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심리적 장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심리적 장치는 우리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이나 부 혹은 일정 수준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이들이 처음의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초심과 달리 점차 부와 권력이나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한 사리사욕에 찌들어 가는 모습을 대단히 현실적이고 비판적으로 보여주게 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비범하고 뚜렷한 사고방식과 신비로움, 마지막으로 독특한 카리스마가 돋보입니다. 주인공은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매력은 단순히 그의 헌양한 얼굴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꿰뚫은 그의 조소와 비웃음이 다른 이들의 머리 끝에 머물러 있는 데서도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거침없는 자신만만함과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판단력이 매우 시원스럽고 그 말과 행동이 그의 본성과 상당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위선 없이 직선적이란 느낌을 갖게 합니다. 가끔 주인공이 당당히 그 탐욕을 드러내는 모습은 다른 등장인물들과 확연히 비교가 되기에 더더욱 돋보입니다..
프로이트나 여러 심리학자가 말했듯이 인간의 모든 행동 이면엔 자기 중요감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이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자기과시의 수단으로서 물질욕, 명예욕 등을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명성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겉껍질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고 수많은 겸양을 떨며 도덕적인 거짓모습을 연출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종리건 앞에 서게 되면 종리건은 그들의 본성을 표면 위로 끄집어 냅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종리건의 선물과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냥 그렇게 쉽게 벌어질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종리건이 상황을 만들 때 항상 그들이 자기변호 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혹은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다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들거나, 다른 사람도 받으니까 나도 받아도 되겠지 등의 논리로 스스로 정당화 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들은 면역체계를 발동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기 전에 드는 심한 위화감이라거나 세파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에서 나오는 옳고 그름을 알 수 있는 판단력등이 잠시 그 문제에 있어선 멈춰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비열하다고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통쾌하며 어떠한 상태에서도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공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다보면 자연히 소설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북해빙궁, 청해의 월랑회, 서장의 포달랍궁,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마신교 안에서 수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조직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그 안의 수뇌부를 타락시키고 많은 돈을 갈취한 인물입니다. 이 문파들은 모두 새외의 문파로 천마신교를 제외하곤 종리건에 의해 많이 타락해 현재는 존재감마저 없어지고 유명무실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천마신교는 이런 종리건의 능력을 높이 사게 됩니다.
종리건은 이제 천마신교의 명령을 받고 중원으로 들어가 무림맹을 내부분열 시키고 금전을 갈취할 목적을 가지고 이제 세상에 나래를 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 책을 읽기 전 새외의 문파에서 활개를 쳤다는 희대의 사기꾼을 과연 얼마만큼 작가가 그 능력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흔히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인 개연성 부족이나 설득력 부족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막나간다기로서니 북해빙궁.. 포달랍궁.. 천마신교.. 그게 가능할까?'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종리건이란 신비로운 인물을 충분히 설득력있는 모습으로 창조해 냈습니다. 다시말해 처음의 우려는 말끔히 씻어졌고 이제 소설의 스토리를 재미있게 즐길 일만 남아있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시고 선택하십시오.
이 소설은 당신이 언뜻 기대했던 바로 그 모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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