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설봉
작품명 : 환희밀공
출판사 : 청어람
설봉작가는 장르소설을 고를 때 작가이름만 보고 고를 수 있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이 분의 글은 정말 항상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 줍니다. 다른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을 보여 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치밀한 설정과 구성은 이 분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죠. 이미 이름값도 있고 내논 작품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마야부터 전 설봉작가의 책을 한꺼번에는 보지 못했고 그건 이번 환희밀공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음식으로 치면 설봉작가의 글은 상당히 강렬한 맛을 내는 글입니다. 향신료가 들어가고 맵고 화끈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글이 강렬하고 주인공을 굴리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좀 과한 것 같습니다. 매운맛을 내기 위해 청양고추를 넣어야 하는데 하바네로 고추를 넣은 느낌입니다.
이것이 뭔 이야기인고 하니 책의 구성이 너무 강렬한 것으로만 이어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전작 마야에서 주인공인 마야는 정말 개고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생도 다른 무협소설에선 보기 드문 특이한 소재로 고생을 했죠. 그런 소재를 발굴하고 궁리를 하는데 든 노력은 감탄을 하고 또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건 드래곤볼의 파워 인플레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들이 너무 강해져서 나중에는 정말 최고조로 강해지는데 그 강함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지구에 왔을때의 초창기 베지터만 해도 풀파워를 전개하면 지구를 날려 보낼 힘이 있었는데 프리더, 셀, 마인부우를 거치면 그정도 힘은 껌이죠. 딱 그렇습니다. 마야가 너무 고생을 해서 나중에 또 색다른 것이 나와도 '아, 또 고생하네!' 이 정도의 느낌만 와닿았습니다.
이번 환희밀공도 좀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무공도 특이하고 무공의 수련법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환희교란 중심소재 자체도 독특하죠. 그리고 주인공도 개고생을 하는데 그 고생의 정도가 너무 강해서 후반에 더 고생을 해도 고생을 한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소재 발굴과 독특한 상상력, 필력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글을 강렬하게 표현하려 해서 물린 느낌이 듭니다.
이번 환희밀공의 성애 장면 때문에 논란이 인것 같지만 성애장면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좀 야하긴 하지만 그정도의 야함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더 한것이 수없이 쏟아지니 말입니다. 성애장면이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너무 강렬해서 독자들이 조금 물린 것 같습니다.
조금 쉬어 가는 것도 필요한데 강맹 일변도로 글을 몰아 부치는 느낌입니다. 덕분에 글의 긴장은 확실히 살아나지만 설봉님의 글은 2~3권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긴 글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이 초반의 강렬함으로 기세가 살지만 계속 강렬함만 산 글로 이어지니 독자들이 좀 지치는 것 같습니다.
전 그걸 마야에서 실감을 했습니다. 몇권인지 모르겠지만 마야에서 '상조문'이란 문파를 보고 이건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의사들이 모인 무림문파, 그것도 상당히 악질적인 무림문파를 그렸지만 그게 너무 강렬해서 책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독특한 무림문파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좀 과한 설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의사들이 모여서 그렇게 깽판을 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더군요.(덕분에 마야는 지금 7권에서 중단 상태입니다. 그 강렬함이 식으면 읽어 볼 생각입니다. 이야기의 끝은 궁금한데 몰아서 보긴 좀 그렇더군요.)
이번 환희밀공도 전작의 마야처럼 너무 강렬함만 있고 부드럽게 풀어주는 맛이 좀 덜한 것 같습니다. 이번 편도 아마 10권 가까이 나갈 장편이 될것 같은데 조금 템포를 늦추고 강렬함을 희석시키면 더 이야기가 맛깔스러워질것 같은데 그건 작가님 소관이니 뭐라 못하겠죠.
문장력, 구성, 상상력, 몰입감에 있어서 정말 A급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엔 초반에 너무 강렬하게 나가서 좀 물리는 듯 합니다. 그걸 조금 풀어주고 글을 이어간다면 더 몰입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야한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강렬한 것이 문제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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