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메이지 14권,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이다.
김정률 작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어떤 느낌을 가지는 작가인가?
여러 이야기를 차치하고 나는 단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는 세기말의 작가다.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대단히 독특하다. 그리고 거대하다.
세상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고 하루하루 생존마저 힘들어 보인다.
마치, Independence Day(1996), 아마겟돈(Armageddon), Volcano(1997), 최근으로
말하면 The Day After Tomorrow(2004)와 같은 재난 영화에서 느껴지는 항거할 수
없는 압도를 느낄 수 있다.
그러한 벼랑 끝의 상황을 배경으로, 옅은 희망에 풀무질을 시키며 주인공을 키운다.
하지만 주인공 또한 어딘가 이상하다.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목적을 향한 걸음엔
가차의 인정이 없다.
'양심'이 흐려지고, 사회에 '정의'가 사라지고,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관계하게 된 사람에게만 양심과 정의와 사랑을 말한다.
그 외의 사람들은 다 도구일 뿐이고, 있어도 없어도 되는 자들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세기말이다.
또한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써나가는 작가의 필력은 그야말로 현대의 속도전을 연상케한다.
그 융단투하가 두렵다.
작가는, 살기 위한 투쟁을 보이는 세부적인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고 소설 안에 넣었다.
이들은 주인공과 행보가 다르기에 마치 그런 세상이 진짜 존재 하는듯한 설득력을 준다.
이 상황에서 인간의 치졸함과 잔학성을 부각하니 자연히 그 암울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독자는, 유일한 탈출구로 존재하는 주인공을 차마 놓칠 세라 바짝 뒤쫓게 되고
자연히 소설 속에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은 절망한다. 그리고 복수한다. 이 후 한 점 가식을 배제한 주인공의 독주.
통쾌한 동시에 씁쓸하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침울하다.
다크메이지의 주인공 데이몬은 드디어 14권에 들어와 진정한 칼을 뽑아들었다. 복수전의
서막은 예전에 이미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제까지가 데이
몬 사단 위주의 ‘전술’이라 한다면, 이제부터는 트루베니아 전체의 운명이 걸린 ‘전략’이다.
13권말에서 희망이 무너짐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번엔 역으로 숨이 트이는 사건이 시작부
터 기다린다. 반전 아닌 반전이라 기뻐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퇴를 할 수 없는 전투. 잡아먹느냐 먹히느냐의 대결은 한 순간도 안심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수천 명이 일거에 소멸당하는 장면은 독자에게도 그리 유쾌한 장면이 아니다.
작가는 소설 다크 메이지에서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걸까?
인간의 끈질긴 생존력? 아니면 인간을 기준으로 한 정의?
진정한 힘겨루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이 난국을 헤쳐 나갈지
모르지만 그 결말이 어떤 착잡함을 가져다 줄지 절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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