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 경
작품명 : 철산호 1,2
출판사 : 로크미디어
이미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기에 삼갈까 하였지만,
감흥이 남달라 몇 자 적기로 합니다.
이하 존칭 생략, 평대합니다.
장경의 이름자를 믿고 뽑아든 책.
하얀 바탕에 검은 얼룩이 마음에 든다.-요즘 나오는 책의 대다수가 어둡고 우충충한 색임이 조금은 불만스러웠던 터라 더 그렇다.
여백 많은 수묵화 같은 느낌, 휘어진 선들이 검 든 손에 감겨 날리는 도포자락 같아서
첫 장을 열기도 전에 벌써부터 두근대는 가슴.
첫 장을 펴고부터는 읽지 않았다.
들었다, 귀호가 해 주는 이야기들을 아니리인 양.
간간히 생략된 조사, 변형된 2.3조의 율, 잦은 영탄과 도치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은-그가 더 좋다. 잎 하나 살짝 비틀어 놓은 청자연적 같은 여유- 대구들...
때로 시 한수, 노래 한가락 생각게 하는 문장이 많아 더 그랬음인가!
눈으로 따름에도 소리로 울리는 듯한 느낌.
이전작과는 많이 다르다.
정성을 붓고 부어,
냉막하고 황량하여 시리고 막막하던 글들이 생명을 머금고 부풀어 올랐음이다.
여전히 고단한 인생길을 말함에도 비장하지 않음이니,
말 그대로 哀而不悲, 우리네 가락이 아닌가.
느리게 부르면 한없이 처량하나, 빠르게 부르면 더없이 흥겨운...
때로 당겼다 때로 늘였다...
허나 이는 정말 숨고르기, 소리 고르기였을 뿐.
언제부터인지 나는 듣던 글을 보고 있었다.
한바탕 흥겨운 놀음판이 벌어진 것이다.
스승이었던 대산인의 향취와 길러준 세 아저씨의 체취,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옛 전투의 기억과 연 얽힌 이들과의 지난날을 장단 삼아 시작된
귀호의 춤판.
검은산을 갑옷 삼아, 붉은 강을 장검 삼아, 호호탕탕 거침없이 내딛는 걸음.
때로 소오대도를, 때로 염왕쌍미를 단순, 무식, 과격하게 놀려댄다.
이산, 저산, 빠짐없이 벌이는 지신밟기.
산마다 인걸이 있어 함께 노느니 흥겨워 한판.
때로 망종이 있어 한스런 살풀이 한판.
액맥이 타령을 불러 가며 나아가는 길놀이.
그 악에 취해 한 명씩 한 명씩 모여든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여원과 역발산과 아원과 사마따가 함께 하는 흥겨운 굿판.
허나 귀호도 사람일진대, 내고 달던 가락에 힘이 빠지는가 하는 순간 해타의 등장이 다시 흥을 돋운다.
"귀호다! 귀호가 왔다!"
"귀호다, 귀호! 죽기 싫으면 비켜라! 귀호가 왔다!"
귀호기를 흔드는 해타의 짜랑짜랑한 울림
호랑이 귀신이 날뛰어 더 한층 신나는 춤판이다.
가로 막은 산을 타고 넘어 강바람처럼 너른 들판으로 휘몰아치는 귀호여!
헌데 내 보던 굿판이 어디로 간 것인가?
때로 귀호가 뱉는 말이, 귀호가 왔다는 외침이 심장을 움켜쥐더니,
덕분에 심장놈이 갈비뼈를 뚫고 나갈 듯 뛰어대더니,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자리를 깔았음인가?
내가 악소리에 취해 남는 악기 하나 걸어 메고 굿판에 뛰어든 것인가?
귀호의 춤에 장단을 맞추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음이다.
한판 잘 놀았음이니 잠시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힌다.
허나 이제 시작이다.
겨우 길놀이가 끝나고 본마당에 들어왔음이다.
길놀이 내내 모여든 이들 다 더불어 더 큰 한판이 벌어짐이다.
정신없이 또 놀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얼마나 신명나는 판이 벌어질지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작가 장경이 감을 원진도 방울진도, 그 안에서 펼쳐질 귀호들의 미지기도 짝드름도,
내고 달아 맺고 푸는 그 가락이 내 피를 얼마나 들끓게 할는지...
질펀하고 푸질 난장을 기대함에 절로 받는 소리가 나온다.
어~ㄹ싸-- 저~~ㄹ싸--
조~ㅎ노~~ 조~ㅎ네--
벌써부터 난타를 두드리며 외친다.
"귀호야, 재능기 보자!"
붙임. 조직의 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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