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천애
작품명 : 검의연가
출판사 : 다인북스
책방엘 갔더니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이 있더군요.
검의 연가라니...
제가 무협에 눈을 뜬게 중학시절 김용 작품을 보면서였습니다.
특히 금사검, 사조영웅전, 신조협려를 보면서 무협이 그리는 애절하면서도 알콩달콩한 남녀관계에 푹 빠졌었죠....
어떤 의미에서는 첫경험(?)의 트라우마라고 할까요?
이후로 무협은 남녀간의 정 위주로 파악하는 자신을 볼 수 있게 되더군요...
서론이 길었군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우연찮게 손에 든 작품이었습니다만, 의외로 괜찮은 물건을 건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별볼일 없는 무림맹의 하급무사이지만 특유의 순후하고 강직한 성격으로 많은 인연을 맺어가며 성장하는 무협입니다.
소재나 풀어나가는 과정은 꽤나 정통적이고 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의 특징으로는 문체의 유려함을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원고 경험이 있으신 것 같지만 책출간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필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미 중견작가의 분위기가 풍겨나오네요. 고사나 성현의 이야기가 적절히 인용되어 글의 맛을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밖의 갖가지 묘사나 대사의 수준이 '아, 이정도는 되야 프로지' 싶습니다.
다만 제목에도 적었듯이 구무협의 향기가 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만고지애를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의 트랜드와는 사뭇 다른 구성입니다. 그리고 2권인 현재까지 주인공은 참 별볼일 없습니다. 나름 기연도 있었고 절세적인 무공도 전수받지만 아직 햇병아리입니다. 큰 잠재력과 큰 뜻을 품었지만 무림의 중심에 서기엔 여전히 모자라고 계속 주변의 흐름에 이끌리는 경향이 강하네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뚝심을 지키려고 하는 주인공에 정이 갑니다. 특별한 재능을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어수룩하면서도 강직하고 순후한 성정과 그로인해 맺어지는 많은 인연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질 주인공의 성장이 기대가 됩니다.
추가로 제목이 검의 연가라 함은 남녀의 정에 관한 비중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게 하죠. 어찌됐건 1권에서는 주인공이 첫사랑이 될 그녀와 만나게 되고 나름 제목에 걸맞는 전개도 보여줍니다. 2권에서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하게 위해 쉼호흡하는 단계로 여겨지네요. 본격적으로 뜻을 세우고 무공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약해빠졌지만요...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건 1권 중간에 등장한 무림맹 군사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것만 빼면 간만에 맛본 참으로 무협스러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트렌디한 깽판물에 치여 조기완결되는 일만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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