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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야환담-채월야

작성자
메아리歌
작성
04.07.16 00:33
조회
1,579

이 글은 제가 예전에 fancug에서 올렸던 글을 그대로 올리는 겁니다.

고무림동도 여러분들께 오컬트판타지의 수작을 소개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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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매혹스런 이야기 - 채월야

1.

예전에 비상하는 매를 마지막까지 읽고난 뒤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 차있었다. 홍정훈에게

는 검과 마법도 썩 훌륭했지만 그보다 총을 주면 더 훌륭하게 글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하

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그때 그가 사용했던 D&D적인 세계관은 그가 써

나가는 날뛰는 등장인물들을 담아내기에는 조금은 어울리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톨킨의 세계관을 변용한 것만이 판타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생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나에게 있어 조심스러운 것은 폐기처분으로 가는 첩경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정말로 총 들고 설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게 2000년도의 일이니 햇수로

4년이다.

그랬기 때문에 채월야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홍정훈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글을 찾

아서 실천하게 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분위기상으로 매우 자유롭다. 그리고 그 자유는 7, 80

년대에 군부의 몽둥이에 의해 빨간색으로 오해받아서 정말로 빨갛게 뒤집힌 자유는 아니다.  

90년대 서태지로 대변된 문화혁명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은 우리는 점심으로는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때와는 다르

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의 정점에 홍정훈이 있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고방식만으로도 카타르시스

를 느끼기에는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홍정훈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갔다. 바로 본

격적인 현실투시였다.

이렇게 글을 쓰려고 회상하게 되면 채월야에는 온갖 사회문제가 점철되어 있다. 일단 주인

공은 <폭주족>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불행한 사건으로 가족을 모두 잃어 흡혈귀 사냥꾼

이 되면서 만나게 되는 것에는 <낙태>와 <성폭행>, <약물-본드흡입>이 어우러진 소녀에서

<왕따>로 고민하다 흡혈귀가 된 소년, 열약한<무허가 보호시설>등이 있다. 그리고 최후에

는 모대국에서 질색하는 <테러>로 대미를 장식해 버렸다. 그 사이에 있는 <사이비종교>를

까먹은 것은 본인의 실수다. 때로는 사회가 가진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그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이보다 더 훌륭한 교과서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이런 사회문제에는 그 뿌리 되는 부분에는 형태가 다를 때도 있지만 폭력을 담기

마련이다. 거창하게는 역사를 돌고 아무리 모른척해도 숨은 구석에서 이뤄지는 문제. 권력

자의 것 일수도 있고, 가난을 변명으로 찌르고 패면 다 돈이 되는 줄 아는 폭력배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폭력에는 사람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불합리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정점에 돈이라는 우상으로

써 흡혈귀를 세운 건 이런 현실에 대해서 홍정훈이 얼마나 명확하게 깨우치고 있는지에 대

한 증거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과 그 정점의 특권층에야유를 보낸다는 점에서

월야환담은 넓은 의미의 사회참여소설이다.(선량한 소시민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방

법이었지만 말이다.)

우리 국민에게는 이제 “섬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조상”님 덕분에 일찌감치 생활의 고난

에서 떨어진 “불쌍한 인간”들의 명단을 “블법 으로” 작성할 수 있는 권한만이 없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개방되고 진보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보된 사회이

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소설이 월야환담이기에 월야환담은 참으로 사회적으로 깊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회적 의미를 음미하면서 이 소설을 즐겼던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소설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가.

2.

다큐멘터리는 본래 재미없는 편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는 많다. 그것들의 소재는 참 다양한 편이다.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 평소

흥미를 가지던 소재,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 등이 아니면 정말로 절묘하게 관찰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 그러나 이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간접체험이라는 것이 근저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글로 이식 되었을 때 “글이 비주얼하다”고 말할 수 있

을 것이다.

물론 글은 보여주는 것 이상의 기능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늘 허구

의 이야기로 사기를 쳐야 되는 소설들의 경우라면 그 이야기가 마치 실제 있는 이야기인 것

처럼 유도해야 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글의 비주얼化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고, 홍정훈

은 그것을 사실적인 묘사로써 성공했다.

여기에 홍정훈은 문체부문에서 한 가지를 더 이뤘는데, 그것은 록의 분위기를 문체에 잘

살린 것이다. 굳이 채월야에서 잠깐 언급됐던 너바나의 커트코베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채

월야에서 보여 지는 전투장면들의 분위기들이 시종일관 더욱더 다급해지는 공포영화나 액션

영화의 것들과 같다고 생각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냐고

의문을 표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월야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분위기에서조차 총소

리와 비명소리를 강렬하지만 리듬감 있게 운용하는 것은 록에서 따왔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홍정훈은 두가지 소품에 해박한 지식을 보이며 글 전반에 속도감을 더하는 요소로

사용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토바이와 총이다. 오토바이는 체감속도를 높이고 총은 전투장면

의 속도를 높인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토바이로 대 추격씬을 벌이는 세건과 흡혈귀들의 장

면에서 손에 땀을 쥐게 되었고, 사실적인 묘사가 받쳐주는 총격장면과 폭파장면에서 흥분하

게 되는 것이었다.

3.

채월야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무엇일까? 나는 두 가지가 생각난다.

“미친 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럼 울어서 네 순수를 증병해봐.”

하나는 세계관과, 다른 하나는 글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

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정곡을 찌를 수 있을까.

뉴스를 보면 사고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사회문제 또한 계속 떠들지만 그 사건들이 미처

해결되기도 전에 새로운 사건사고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의 끔찍한 모습에 놀라고

당혹해하던 사람들은 어느샌가 무감각해지고 담담해진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이미 일상

이 되 버린 잔혹한 소식에 사람들은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감각해진다. 그것은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리기에는 여린 가슴에 새겨진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의 증거이다.

순수는 그렇게 사라진다.

세건은 그런 세상에 대한 극단적 상징인 미친 달의 환영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

되고 만다. 세건이 그때까지 저질렀던 죄에 대한 댓가일까? 하지만 이제 자신에게는 용서를

줄 차례이기에 세건은 다시 한번 미친 달의 세상을 살게 된다.

4.

세상에 영원히 아름다운 곳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이 땅위로는 어느 것도 영

원할 수 없다는 절대불변의 정언명령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늘 천국을 꿈꾸거나 아니면 모

든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을 바란다. 모든 것이 욕망으로만 굴러가는 곳이 미친 달의 세계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과 욕망이 톱니바퀴처럼 맞부딪치는 미친 달의 세계는 우리

가 바라는 그런 세계가 아닌 그저 피투성이의 세계일뿐이다. 아름답지도, 고귀하지도 않은

채 추악하기만 한 욕망을 붙들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일뿐인 것이다.

나는 자꾸만 세건이 미친 달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 끝없

는 톱니바퀴는 마치 시계의 그것처럼 오로지 돌아가는 것만이 목표인걸까?

그러나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도 있음을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또한 세상이 단지 시계

의 톱니바퀴 같기만 하다면 왜 세건은 마지막순간에 살려고 발버둥쳤던 것일까?

우리는 이 미친 달의 세계에 진저리를 내지만 한쪽에서는 이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이

라도 바꾸려는 사람도 있다. 무허가보호시설의 목사도 그랬다. 비록 세건은 그를 비웃었지

만 결국 세건이 바랬던 것은 자기구원이 아니던가.

희망을 바라는 마음, 숨긴다고 숨길수도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그 소망을 담은 이소설이

질풍처럼 노래한 것은 바로 이 미친 달의 세계를 살아갈 우리의 희망이었다.


Comment ' 8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4.07.16 02:18
    No. 1

    ㅋ 홍정훈이라...것 보다는 휘긴경이 더 익숙하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개미혁명
    작성일
    04.07.16 05:56
    No. 2

    음,,, 이런 대사도 있었지요.
    "넌 좋은 뱀파이어야.
    그리고 좋은 뱀파이어는 죽은 뱀파이어 뿐이지."
    정확한가? 의미는 이런 의미였던것 같은데....

    아, 글고... 고무림 동도들은 머리가 좋아서리... 다 유추하실 수 있겠지만 노파심에 오타수정합니다.

    "그럼 울어서 네 순수를 증명해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지구성인
    작성일
    04.07.16 11:46
    No. 3

    제가 예저에 보던 진월담 월희랑 제목이 비슷한데?다른 내용이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레피드
    작성일
    04.07.16 14:19
    No. 4

    진월담 월희는 일본에서 나왔던 애니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그리고 월야환담은 '비상하는 매'의 작가이신 홍정훈(필명 휘긴)님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스누
    작성일
    04.07.16 16:01
    No. 5

    사혁의 "나는 흡혈귀를 멸하는 어린이들의 친구 테디베어닷...."
    원츄임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스누
    작성일
    04.07.16 16:04
    No. 6

    실베스테르와 세인(망한 에스콰이언데 베놈의 피를 줏어먹음)과의 전투에서 마지막 대사... So... Did you Rock it? 먼 의민진 몰라도 상당히 멋있게 읽었었다는...
    채월야전 마지막 씬에서도 So We call it Psychedelic Moon 도 그 군인아저씨 생각나서 슬펐었죠..
    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환타지라 할 얘기가 많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슈리하잔
    작성일
    04.07.16 22:26
    No. 7

    얼른 창월야가 나왓으면 좋겠습니다 ㅎ 채월야 워낙 인상깊게 본 작품이라 ㅎ 2부격인 창월야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2부에선 그 .. 보석안인가 ? 암튼 그 .. 늑대인간이이 ..서린 ? 세린 ? 이름이 머었더라 -_ㅡ; 암튼 개가 주인공인데 ;; 세건이 주인공하지그냥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인위
    작성일
    04.07.16 23:39
    No. 8

    그 작가분은 더 로그에서도 보석안을 좋아하더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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