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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5 케이포룬
작성
14.04.13 13:31
조회
4,248

원본

http://kayphorun.egloos.com/213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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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0-1. 소회가 남다른 감상이다. 몇년만의 장르소설 감상인데다가, 이걸 쓰기 위해 꽤 오래전에 썼던, ‘잃어버린 이름’(이하 ‘잃이')의 감상문까지 다시 들춰보게 되었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할까. 고백하자면 여러 이유들로 이제는 장르 소설계에서 발을 반쯤 걸치다 못해 거의 떼기 직전인 본인이지만, 그래도 과거에 애정 했던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요즘 북큐브에서 활발히 연재중인 좌백이나 진산 등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면 꼭 다시 보고자 하는 마음은 그대로니까.

 

0-2. 카이첼의 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본인과 카이첼은 공적으로 독자와 작가 관계일 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사이이지만, 글을 읽고 평을 할 때에는 그저 한명의 작가와 독자의 관계로 돌아간다. 그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관계는 작가와 독자도, 형과 동생도 아닌 일종의 유착 관계로 전락할 뿐이다. 때문에 그의 글을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읽는 것은 친분과는 전혀 무관한, 그저 글에 대한 애정이 아직 식지 않은 경우라는 점을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밝히고 싶다.

 

0-3. 물론 이 ‘은빛 어비스’(이하 ‘은빛’)는 분명 아쉬움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이제는 반복되어 조금은 지루해진 전투 패턴, 더 이상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 적들의 공세는 분명 글의 완성도를 헤치는 흠이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을 넘어서 그의 글이 언제나 그러했듯, 이 소설에서 가장 곱씹어볼만한 부문은 역시 주제의식이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세계관에 자연스레 녹여 풀어내는 힘, 그것이 ‘은빛’의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때문에 본문 역시 그 세계관의 해체에 역점을 두고 글을 전개해보고자 한다.

 


1. 어비스와 근대성

 

1-1. 전작 ‘잃이’가 그 감상에서 밝힌 바, 두 히로인을 축으로 삼아 인물중심적인 형태를 띄고 그 상징적인 인물들로 작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녹여낸 작품이었다면, 이번 ‘은빛’은 그러한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세계의 구성 원리에 대해 다룬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물론 그 세계는 또 다른 인물, 상징(대공)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런 상징들이 나타내는 것은 전작의 두 히로인이 함축하던 의미 - 당위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 와는 전혀 다른, 다시금 말하되 이 위험천만한 세계, 지옥으로 그려지는 어비스 그 자체를 뜻한다.
 
1-2. 그렇다면 어비스는 어떤 곳인가. 작가는 1챕터, ‘나는 욕망한다’에서 어비스를 자연스레 그린다. 그곳의 한 평범한 마을에 떨어진 위버의 시선으로 그곳의 생활을 묘사한다. 그곳은 마을이되 마을이 아니고, 사람이 살되 사람이 없는 곳이다. 그곳은 오히려 마을보단 우리가, 사람보단 짐승이 사는 곳에 가깝다. 강자가 약자를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것이 당연한 곳, 인간의 법이 아닌, 짐승의 본능만이 존재하는 곳이 어비스이고, 이것들은 세계관 내에서 단 한마디로 정의된다. ‘승리하는 것은 욕망이다.’

 

1-3. 허나 욕망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정제, 정립되지 않는 감각과는 달리, 어비스는 극도로 체계, 조직화되어 있는 공간이다. 모든 존재들이 반목하고 대립하지만, 그것은 생존이라는 공리를 딛고 있기에 결국 균형과 안정으로 수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에게 눈앞에 현현할 수 있는 신이 존재하는데, 그 신은 그들에 끊임없이 생존을 위한 욕망의 공리를 강요한다. 욕망의 현현이자 실체라 칭할 수 있는 그는 그의 존재 원리, 욕망에 기반한 삶의 양식을 따르길 종용한다. 물론 그 신의 이름은 다름 아닌 ‘악마’이다.

 

1-4. 이런 이야기는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라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상기의 관념 아래에 인간은 고결함이나 숭고함과는 전혀 무관한, 그저 유별난 짐승의 수준으로 격하된다. 그리고 홉스는 이다지도 좌절적인 인간관 위에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안정을 추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유명한 '리바이어던'은 짐승의 논리를 딛고 인간들이 안정을 이루기 위해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절대자에게 양도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때문에 '은빛'에 등장하는 악마들이란 리바이어던(절대자)이자 자유 혹은 그것의 다른 이름, 즉 욕망의 결정체(사념석)를 의미한다.

 

1-5. 이제 홉스적 세계관에 충실히 기반하는 셰계에 다른 이름만 하나 덧씌워보자. 현재, 혹은 오늘날이라는 이름은 어떨까. 혹은 근대성의 연장선에 있는 세계 또한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악마라는 초월적 존재에 화폐 혹은 돈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자. 모든 욕망이 수치로 재단화되어 가격으로 나타나는 세계는 욕망의 응축이 ‘힘’으로 발현되는 어비스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선상에 있는 이야기가 되고, 현재의 노골적인 풍자에 다름 아니다. 이것들은 ‘대공’이라는 상징들을 통해 더욱 직접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2. 근대성의 특징

 

설명하기 힘들지만... 세 대공은 각자 대단히 특징적인 성격적 결함이라고 할까, 개성을 지니고 있다. 칼기아의 경우는 감정을 죽인 비대한 이성의 덩어리 같은 존재이고, 애켈은 그 스스로를 천진의 감옥에 가뒀다. 뒤파루스의 경우는... 미쳤지.

-세 대공에 대한 위버의 평-


2-1. 어비스엔 네 대공이 존재했다. ‘교활한 애켈’, ‘위험한 칼기아’, ‘강대한 뒤파루스’, 마지막으로 ‘위대한 코돈’이 그들이다. 그러나 인간과의 교합으로 딸을 낳게 된 코돈이 잡종을 배양한 것을 빌미삼아 세 대공이 그를 제거하고 각 세력을 공고히 하는 것에 성공한 후, 즉 ‘위대함’이 죽은 이후 세계가 ‘은빛’의 어비스인 것이다. 이것이 드러내는 상황은 명료하다. ‘위대함’의 죽음은 근대 이전, 신을 중심으로 한 중세와의 결별을 뜻하고, 남은 세 대공이 각각의 욕망을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세계, 근대의 독특한 특성을 표출한다 할 수 있다.

 

2-2. 애켈의 천진함은 근대의 혼돈과 무질서를 가리기 위한 베일에 불과하다. 근대 이전의 세계에서 선악의 경계는 신이라는 절대자의 시선 하에 어떤 의심도 없이 명확하게 평가되었다. 그러나 중세적 세계관이 무너지고, 근대가 도래함에 따라 그 절대적인 기준은 붕괴된다. 이와 함께 수많은 위계적 질서와 균형 역시 무너지게 된다. 바야흐로 무규범과 혼란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절대적 규범이 사라진 세계엔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고, 그것은 무규범과 다르지 않다. 이는 위버와의 논리대결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기심에 의한 욕망과 상처는 오히려 치유가 쉽다. 그것은 쉽게 타협의 길을 열어준다. 다 잃는 것 보다 약간은 손해를 보더라도 서로 간에 양보해 조금이나마 얻는 게 낫다는 판단은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러나 선의라는 욕망은 그럴 수가 없다. 강렬한 선의는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 완강함을 품는다. 타협은 그의 선의를 부정하는 꼴이 되니까. 올바르다는 것은 그래서 욕망의 왕이다. 다른 모든 욕망을 꺾고 자기가 꼭대기에 올라서지 않고서는 도무지 내려올 줄을 몰라.

-위버와 애켈의 논리대결 中-


2-3-1. 애켈이 중세의 가장 근본을 이루던 신적 가치관의 붕괴를 나타낸다면, 칼기아는 무규범의 세계에서 존재의 실존과 본질을 재정립하려는 근대적 시도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신이 붕괴된 세계에서 인간은 개인의 존재 규정을 새로이 정립해야만 했다. 때문에 붕괴된 세계관 내에서 새로운 존재 기반을 닦기 위한 작업이 필요했다. 예컨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격구 이러한 차원에서 등장한 흐름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인지’와 ‘이성’이라는 재료와 도구를 통해 가능해 진다.

 

2-3-2. 칼기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눈’이다. 급수로 분열하는 눈은 인지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인지란 주체가 감각을 통해 외부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뜻하는데, 칼기아는 분열된 눈을 통해 인지를 넘어 감각을 ‘포착’하는 지경에 이른다. 한편 그의 성격적 결함은 ‘비대한 이성의 덩어리’이고, 이는 곧 논리력과 판단력을 의미한다. 즉, 칼기아는 인지되는 감각을 재료로 삼고, 이성이라는 도구를 틀로 삼아 새로운 방식의 존재 규정을 성립한, 근대의 특징을 자신의 특성으로 나타내는 대공인 것이다.

 

2-4. 마지막으로 뒤파루스는 근대에서 처음으로 발현된 특징을 표상한다. 그것은 ‘광기’이다. 혹자는 광기가 어째서 근대적인 특징인가 하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광기라는 개념은 근대에서야 최초로 등장한 개념이다. 이것은 푸코의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인데, 광기란 다름 아닌 이성에서 분리된 ‘비이성’의 영역을 의미하고, 때문에 광기의 탄생이란 이성과 비이성의 구분과 그에 따른 비이성의 배척이라는, 상기 두 대공에서 이어지는 근대성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5. 때문에 지옥인 어비스는 역설적으로 근대 계몽주의의 이상을 극단적으로 현실화 한 공간이라 칭할 수 있다. 막연한 절대자를 도외시하고(애켈) 합리성과 이성의 힘으로(칼기아) 비이성적인 것들을 극단적으로 거절한(뒤파루스), 즉 욕망에 따라 움직여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정밀기계 같은 세계가 어비스인 것이다. 그것의 옳고 그름의 여부(코돈)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니까. 사실 코돈에 대한 부분은 과잉해석일 여지가 있으나, 개연적인 해석으로 크게 오류는 없는 만큼, 감상문의 개요를 위한 장치로 보아도 무방하지 싶다.

 

2-6. 통제되지 않는 욕망의 분출 아래 인간은 짐승이 된다. 이것이 옳지 않다 점에선 이견을 찾기 힘들다. 허나 나의 선의가 타인에게 악의로 가 닿는 지점에서 우리의 이성은, 감각은 어떠한 판단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이성이란 것은 그다지도 믿을만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은빛’은 세계관적 차원에서부터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고 때문에 극대화된 근대성의 특징들은 그것들을 극복하려는 시도들 - ‘잃이’에서 평했던, 꺾이지 않는 위대함(에위나)이나 타자를 상정하지 않는 초월성(노아)과 끊임없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망이야말로 이 우주에서 가장 성실하기 때문이다!!

-뒤파루스-


3. 기술적 비판

 

3-1. 2장까지 작품 내적 구조를 살펴봤고, 이하에선 텍스트의 기술적인 요소들을 조금 살피고자 한다. 먼저 650여화에 이르는 장구한 서사이니 만큼 당연하게도 ‘은빛’은 몇몇 아쉬움을 드러낸다. 물론 두드러지게 박수를 칠만한 부분 역시 존재한다. 먼저 아쉬운 점으로는 독자들을 칼기아로 만들었다는 점. 전투 패턴의 과도한 반복이 눈에 밟혀 전투에 대한 긴장감을 급감시켰다는 점이 그것이고, 두드러지게 칭찬할만한 부분은 바로 액션에 대한 묘사이다.

 

3-2-1. ‘잃이’에서부터 ‘은빛’까지 계속되어 온 전투패턴은 거의 동일하다. 주인공 앞에 감당하기 힘든 적이 등장한다. 때문에 주인공은 고전을 면치 못하나, 그 때마다 초자아가 등장, 주인공은 각성한다. 이 전투 패턴은 스토리의 주축을 이루는 대부분 전투에서 반복되고 있으며, 패턴의 정형화뿐 아니라 주인공의 흘러 넘칠듯한 천재성과 합쳐져 전투의 긴장감 자체를 상실시키는 요소가 된다. ‘칼기아’가 된 독자의 입장에선 이제 아무리 강한 적과 싸워도 그저 더 강해질 계기가 되겠거니 하는 이상의 생각을 하기 힘들어 지는 것이다.

 

3-2-2. 사실 대공의 강대함을 봤을 때에, 위버를 비롯한 주연급들의 성장세는 지금 수준이 되지 않으면 되려 곤란하다. 대공들은 하나같이 올라운드의 스페셜리스트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심연의 시간동안 키워 온 에너지의 총량은 주연급들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 푸른 이빨의 정수를 삼킨 노아는 예외적이다. - 그렇기에 에너지 총량 이외의 영역, 예컨대 패턴이나 기교 등의 부분에서 더욱 더 뛰어난 성장이 필요해진다. 허나 여기서 필연적인 딜레마가 생긴다. ‘ 때문에’ 그들에게 대공 이외의 위협은 결국 위협이 될 수 없는 것이다.

 

3-3. 상기의 패턴 반복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여태까지보다도, 3부에서도 이것이 쉬이 고쳐지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이것은 카이첼 세계관의 아주 뚜렷한 특징, 지와 각이 곧 힘으로 전치되는 세계관 내에서 ‘강’하다는 것은 ‘전능’하다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공 급으로 성장한 위버와, 이미 1부에서부터 준 대공급이었던 에위나, 노아 파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가 과연 타 대공들 이외에 무엇이 있나 생각해 봤을 때에, 3부의 전개는 무언가 뾰족한 수가 없다면 조금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3-4-1. 반면, ‘희망을 위한 찬가’에서부터 꾸준히 시도해온 ‘과학적’ 묘사는 ‘은빛’에서 정점을 찍어 독자의 몰입감과 상상력을 극대화 시켰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은 대공과 위버의 대결장면들에서도 섬세히 표현되나, 이를 극대화 시키는 전투장면은 단연 기갑전이다. 수천톤에 달하는 드래곤 슬레이어 간의 전투를 그저 거대화한 인간 간 전투의 연장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압도적인 질량과 중량의 움직임에 극도의 사실감을 더해 묘사한다. 텍스트에 구성된 순수한 액션의 밀도로는 쉽게 비견할만한 작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3-4-2. 이에 비견될만한 압도적인 묘사와 분위기의 텍스트를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이영도의 ‘피를 마시는 새’에서 나왔던 ‘하늘치와 냉동 나가 부대’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그저 수많은 묘사들, 예컨대 ‘더욱’ ‘최강의’ ‘강력한’ 등의 수사 따위로 단순하기 그지없게 그것들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예리한 묘사의 극대화가, 그러나 넘치지 않는 섬세함이 이런 훌륭한 액션씬을 구현케 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입장에선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거치는 고통이 따랐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되어 즐거웠다.

 

3-5. 뚜렷하게 아쉬운 점과 훌륭한 점을 하나씩 살펴봤는데, 사실 아쉬운 점으로 치자면 여지껏 계속되는 위버의 멍청함도 조금 아쉽고, 조금은 노아에게 편중된 연출도 여전히 아쉽다. 하지만 중점적으로 살펴볼만한 부분은 저것 정도이겠다. 그리고 장점을 꼽자면 여러 장점들이 있고, 게 중에서도 특히 역시 탄탄한 기본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 구성 등이 더 있지만, 사실 이제 이런 것이 갖춰지지 않은 글을 읽을 시간은 없으니까, 본인이 감상을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기본적인 부분들은 ‘당연히’ 충족되는 작품이라 한번 시건방 떨어본다.

 


4. 마치며

 

4-1. 개략적인 상징과 얼개들로 은빛 세계관을 해체해 보았다. 그러나 사실 '은빛'은 이런 분석적인 측면에서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밌는 판타지 소설로 읽힐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칼과 마법, 미녀와 공주, 용과 기갑 거인을 비롯해 마학과 공학까지 적절하게 잘 버무린 서사적 차원의 재미에 맞춰서 읽어나갈 때에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본 감평은 한 독자가 자신의 주관으로 해체해본 은빛 독법에 불과하다는 점을 미리 밝히며 자칫 날아올지도 모르는 비판의 화살을 미리 피해보고자 한다.

 

4-2. 완결은 볼 수 있을까 했던 ‘은빛’이 기어코 마무리 되었다. 먼저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글의 완성도는 둘째로 하고, 그 성실함만큼은 정말 그 어떤 작가와도 쉬이 비견하기 힘든 이가 카이첼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구성 있는 짜임새로 이야기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며 글을 깔끔하게 완결 한 점을 보노라면 그의 수완이 얼마나 물이 올랐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사적인 차원에서 카이첼은 조금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한 작가로써는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4-3. 마지막으로, 이번에도 확실한 매니아 층의 존재로 어렵지 않게 개인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여태까지처럼 예쁘고 근사하게 개인지를 뽑아주길 기대해본다. 본인이 카이첼을 처음 접했던 때가 지금부터 5년 전쯤, 그저 막연히 ‘희망을 위한 찬가’ 개인지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겁도 없이 거금을 들여 그것을 구매해 읽은 때였는데, 그 이후로 이렇게 꾸준히 그의 글을 접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참 사람 일이라는게 때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 더 재밌는게 아닐까 싶다. 그럼 이쯤으로 본 감상을 마치도록 하고, 마지막 3부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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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kayphorun.egloos.com/2138657


Comment ' 7

  • 작성자
    Lv.29 룰루랄라
    작성일
    14.04.13 15:01
    No. 1

    공감가는 감상이네요. 대공의 상징성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읽어보니 그런거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hoTGun
    작성일
    14.04.13 16:53
    No. 2

    정성이 느껴지는 감상평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겨울도시
    작성일
    14.04.14 19:09
    No. 3

    추천을 안드릴수가 없네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케이포룬
    작성일
    14.04.15 00:01
    No. 4

    룰루랄라/ShoTGun/겨울도시

    모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라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kino
    작성일
    14.04.15 22:31
    No. 5

    멋진 감상입니다.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해 주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낙시하
    작성일
    14.04.15 23:52
    No. 6

    카이첼님 글이 매력적인게 쉽게 접근하면 한없이 쉽게 즐길수 있고 어렵게 접근하면 이런식으로 고차원의 사고까지 확장되는점 같네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케이포룬
    작성일
    14.04.18 00:20
    No. 7

    kino/
    감사합니다. 즐거우셨길 바라겠습니다.

    낙시하/
    하나의 글을 한가지 방법으로 읽을 필요는 없는 처럼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맛이 있지 싶어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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