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는 아직 살아있다.
작가 : 미스터쿼카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제목이 주인공의 심정이고, 시작이자 끝일지도 모르겠다. 생존물. 주인공의 고통과 흐느낌과 비탄이 연이어 울리는 중에 이야기는 서서히 진행된다. 고시원의 바깥에서 좀비에 의해 횡행하는 죽음을 목격하고 방구석에 숨어 굶주림에 말라가던 주인공. 어느 날 탈출을 감행하던 가족이 좀비들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부모는 그 자리에서 산채로 뜯어 먹히지만, 다행히 아이는 차 밑에 몸을 굴려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조차도 잠시의 행운일 뿐, 겨울의 추위와 굶주림으로 인해 소녀의 목숨은 얼마 가지 않을 터였다.
주인공의 갈등.
나가서 소녀를 구해라. 무시해라. 구해라. 무시해라. 구해라. 무시해라.
문밖을 나가면 남들과 똑같이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창문은 객관화된 프레임이 되어 TV의 영상처럼 주인공의 망막에 맺혀간다. 삶도 죽음도 곧 자신과는 단절된 남의 이야기일 뿐, 점차 굶주려 자신 역시 죽고 나면 아무 상관 없는 고통과 비명들이 될 것이다.
주인공의 도전은 방문을 나가는 것부터였다. 물을 찾아 들이키고, 고시원 찬장에 있는 라면을 부숴 먹으며 어설프지만, 소녀를 구할 계획과 준비를 해간다. 결전의 날, 핸드폰을 이용한 유인이 먹혀 소녀의 앞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차 밑에서 소녀의 손을 잡고 끌어내어 도망친다.
정신없이 뛴다. 분노하는 좀비들에게 쫓기며 달린다.
부모가 눈앞에서 잔인하게 잡아먹힌 충격에 실어증에 걸린 소녀. 좁아진 시야로 기를 쓰고 뛰던 주인공이 한계에 부딪힌다. 곧 도착할 죽음과 끝을 예감한다.
모든 걸 포기했을 때 소녀가 손을 들어 공원 한쪽을 가리킨다. 화장실이 있다. 급히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변기 칸으로 뛰어들어가 다시 문을 잠근다. 숨죽인 채로 분노하는 좀비들의 고함에 귀를 막으며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빈다. 이때 창문이 깨지고 좀비 안으로 들어온다.
생존자를 찾고 있다.
바닥에 깨진 유리 파편이 바스락거리고, 화장실 문 아래로 괴물의 그림자 어른거린다. 숨조차 쉬지 않고 그림자가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기다린다. 그림자가 물러간다. 좀비들은 다시 사람들이 숨어있을 도시를 향해 걸어갔다.
비극은 방향을 틀었고, 주인공은 삶을 결심한다.
아이는 주인공의 약점이자 생존의 이유다. 곧 죽어버릴 아이의 연약함이 긴박함을 유지한다. 주인공은 절망하고, 오열하며, 아파하고, 토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경계하며 먹을 걸 찾아 떠돈다. 때론 좀비가, 때론 같은 인간이 위협해온다.
아이를 안고 걷는 걸음은 무겁다.
바닥에 쌓인 눈조차 시체들을 미처 가리지 못한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늘어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합류한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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