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억번째 희생자
작가: 김창궁
출판: 문피아 일반연재 무료 독점 연재작
장르: 아포칼립스, 초능력
먼저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초능력자인 세계관에서 파동능력자이자 격투기 선수였던 주인공이 의문의 남성에게 습격을 받아 살해당하고, 몬스터 아포칼립스로 인해 멸망한 12년 후의 세계에서 깨어나 생존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몬스터 아포칼립스가 발발하고 무너진 정부, 부서진 도시, 살아남은 몇몇의 생존자 개인 및 생존자 집단.
텅 빈 도시에서 몇 년 전 자신들의 가족, 친구, 동료를 죽인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 ‘어둑시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소수의 생존자들.
평소에는 시시껄렁하지만 싸울 때는 진지한 아저씨, 군 소속이었지만 복수를 위해 홀로 도시에 남은 젊은 군인들, 그리고 12년 뒤 세상에서 영문 모른 채 깨어나 생존해 나가야 하는 주인공.
대충 이런 상황인 것이죠.
등장하는 거의 대다수의 인물이 초능력자라는 점에서 소설의 각 장면은 헌터물, 이능물과 같은 느낌을 가집니다만, 세계관 자체는 무거운 분위기의 세기 말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워킹데드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웹툰 신도림과 같은 느낌을 더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소설의 설정이나 전개는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참신함이 부족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몬스터로 인해 멸망한 세계에서 능력자들이 복수하고 생존한다는 이야기는 찾아보면 많이 있겠죠.
그렇지만, 작가의 필력이나 표현력이 준수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개가 어느 정도 뻔하고 틀에 박혀 있을 수는 있어도 각 상황에 몰입은 될 수 있을, 한번쯤은 볼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하여 추천합니다.
이하에는 제가 생각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의 일부를 타이핑해서 올려봅니다. (작가분의 허락은 받았습니다)
*
“이런 미친!!!”
나는 재빨리 뛰어올라 촉수를 피했다. 그러면서 파동을 한 번 더 방출해 곧바로 핵을 향해 날아갔다. 당황할 것 없었다. 어차피 내 목표는 심장과 핵, 내부가 어떻든 파괴하면 그만이다!
[흑색 파동기 - 용포(龍咆)]
나의 전심전력. 제련 방식이 가장 까다로운 게 자색 파동기라면, 제련 자체가 힘든 것이 흑색 파동기였다. 또한 그렇기에 가장 파괴력이 큰, 위험한 파동기였다. 고작 5m 남짓한 거리. 오른팔에 집속시킨 파동기는 이미 검은색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그대로 불가사리의 심장을 향해 내지르자 용의 형상을 띠며 거세게 날아갔다.
“…….”
…….
“키에에엑!!!”
죽이지 못했다. 용포가 닿기 직전, 천장과 바닥으로부터 올라온 힘줄들이 가로막았고, 용포가 거기에 닿으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그 파동의 여파로 튕겨져 나갔고, 곧바로 일어나 쓰러뜨렸는지 지켜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없이 많은 힘줄들이 맥없이 떨어지거나 소멸하거나, 또 사그라졌지만……. 오직 심장과 핵만은 여전히 건재했다. 아니, 이젠 날뛰기 시작했다. 귀를 찢는 비명을 내지르며 불가사리 전체가 격동하기 시작했다. 쇳물 좀비들은 더욱 날쌔게 나를 향해 달려왔고, 촉수들은 마치 각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곳곳에서 솟아나 사방을 쳐댔고, 내가 밟고 서 있는 내벽 또한 끊임없이 꿈틀대며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젠장……. 젠장……!!!”
“크웨에엑!!”
쇳물 좀비들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그들을 밀쳐내고자 팔을 뻗었지만, 한 번에 비워버린 파동 때문에 파동이 바로바로 만들어지질 않았다. 나는 바로 팔을 거두고 몸에 남아있는 적색 파동을 가까스로 끌어당겨 발에 집중했다. 그리고 좀비들과 촉수들을 피해 달렸다. 출구가 막힌 지금, 유일한 탈출구는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숨구멍뿐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보인다……!”
빛이 보이자 나는 슬슬 생성되기 시작한 파동을 최대한으로 모아 터트렸다. 이틀 동안 모은 흑색 파동기로도 뚫지 못했다면 지금으로선 다른 수가 없었다. 일단 살고, 후퇴해서, 나중을 도모해야 한다. 어설픈 객기를 부리기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하지만 그마저 불가사리는 허용해주지 않았다.
“…….”
숨구멍이 닫혀버린 것이었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불가사리는 숨쉬기를 그만뒀다. 되도 안 되는 위안이 있다면, 숨구멍 근처는 겉피부에 속했는지 끈적끈적한 콧물 대신 차가운 금속 피부가 깔렸다는 점이었다.
“여기는 최한성, 들려요?”
…….
“젠장, 들리냐고요! 대답 좀 해요!”
…….
“…….”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뒤편에서 핵이 뿜은 희미한 빛만이 이곳의 유일한 빛이 됐다. 멀리서 쇳물 좀비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최악 중 최악. 그 말 외엔 이 상황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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