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함장에서 제독까지
작가 : havoc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중
문피아 연재 중.
스페이스 오페라로는 수작이지만, 명작까지는 되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이 가지는 강점은 명확합니다. 무중력, 진공, 3차원인 우주 공간에서 멋들어진 전투를 벌이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보기 대단히 힘들기 때문입니다. 건담이나 스타워즈처럼 육중한 전함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그 사이를 날렵한 전투기나 메카가 빈틈을 노리는 2차 대전처럼 쓰지 않습니다. 은하영웅전설처럼 몇 광초를 사이에 두고 전열을 이루어 함포를 쏘는 나폴레옹 전쟁처럼 쓰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3차원 공간에서, 무시무시한 고속으로 움직이며 전투를 벌입니다.
거기에 더해, 적들은 나름대로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주인공을 위협합니다. 이런 위협에 맞서서 주인공은 주변 환경을 이용하거나, 함의 장점을 살리거나, 머리와 배짱과 지도력을 발휘하여 이겨냅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장단점과 제국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균형 있게 배치하고, 적을 단순한 무능력한 폭군으로 묘사하지도, 윗사람을 무능력한 똥별로 묘사하지도 않습니다. 멘토가 있고, 장애물이 있고, 보신주의자도 있지만, 제법 다채로운 묘사를 보여줍니다. 토지 소유권으로 두 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단점이 상당히 걸립니다. 첫 번째 단점은 주인공의 연애 묘사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 연애는 부속물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부함장과 맺어지는 것은 지나치게 순탄해서 경쟁 끝에 트로피를 쟁탈한 것도 아닌, 단순한 퀘스트 달성 서브 보상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거대한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부함장의 가문에서 반대할 수도 있고, 주인공과 대비되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는 명문가 자제가 경쟁자로 나설 수도 있고, 빈곤한 망명자라는 주인공의 콤플렉스가 같은 배 안의 연애는 안 된다고 드러날 수도 있고, 부함장이 자신의 성취욕과 연심 사이에서 갈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 중에 부곽된 건 아무 것도 없이, 선남선녀가 고난을 함께했으니 맺어졌다, 라고 결정이 납니다. 부함장이 영리하고, 온화하고, 부유한 것은 좋지만 그러면서 캐릭터로서의 매력이나 떡밥이 크게 사라졌다고 느낍니다. 부함장과는 다르게 기계 승천을 노리는 기관장이나, 야심가이지만 아이돌이라는 한계에 묶인 공주를 만들어서 더 아쉽다고 느낍니다.
두 번째 단점은 언론의 묘사입니다. 민주주의의 단점을 부각시키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좋지만, 유달리 언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묘사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치군인의 홍보에 맞춰 주인공을 비난하려거나, 침략자에 부역하거나, 사실 검증을 하지 않고 주인공을 비난하기만 하거나, 적국의 말을 받아쓰거나, 협정을 취재하러 가면서 위험하니까 발을 빼기만 하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부정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권력의 비리와 남용을 비판하고, 평소에 소외된 부분을 부각시키고,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존재인데 그러한 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감상문이 좀 더 나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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