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무영자
작품명 : 영웅 마왕 악당
출판사 : 골든 노벨
두루뭉실하게 까발리기 존재합니다. 그게 싫으신 분들을 위해 그냥 한줄, 살만한 책입니다.
착각계라는 장르 아닌 장르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속마음과 다르게 주변 인물들이 오해를 하면서ㅡ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간에ㅡ사건이 벌어지고 최후에는 그 오해가 풀리면서 끝나는 계열이죠. 음...무협으로 치면 거시기랑 포천망쾌같은 글인데 대부분이 그 착각 속에서 웃음을 주는 글입니다. 아, 간혹 안 풀고 끝나는 물건들도 있긴 있죠...
어쨌거나 착각계에서 시작한 영마악은 5권 즈음 해서 노선을 바꿉니다. 전과 비슷하게 시점이 나눠져 있기는 한데 조금씩 착각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7권에 들어와선 앞서 깔아놨던 독백들을 와창창 뭉개버립니다. 사실 작가의 말이나 글의 흐름으로 봐선 이 글은 처음 무영자 님이 계획하신대로 흘러간 글은 아닌 거 같습니다. 스토리 라인은 바꾸지 않고, 서술 방식이나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꾼 걸로 보입니다. 최근에 봤던 장르 소설을 예로 들어보면 더 로드나 기앙코티의 군주가 생각 나는군요. 이런 식의 조기종결 비슷한 경로 선회는 보는 사람에게 찝찝함을 안겨주고 앞 부분이 아무리 괜찮았다고 해봐야 불만만 남게 됩니다. 최신효과라는 심리학 용어도 있지 않습니까.
영마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반의 개그 노선에서 벗어나 진지함 일변도로 스토리를 빠르게 빼는 걸 보며 6권에서 불안함을 느꼈고 7권 완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 조기종결 크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7권은 올스타 대전이라고 해야하나... 1~6권을 모아놓고 진지하게 써낸 듯한 글이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글을 보고 전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개그 노선을 버리고 무리하게 스토리를 이끌어가나 싶더니 떡밥 회수와 더불어 주인공 시점 최고의 뒤통수 치기, 개뻥독백을 터뜨려 줍니다. 결국 주인공은 3류 마왕으로서 예정된 패배를 맞이하고(그것도 지독하게 구르고 할만큼 하면서) 영웅은 악당으로 타락하고 마왕은 영웅이 됩니다. 7권 300페이지라는 짧은 분량 안에 든 내용은 1~6권을 합쳐 놓은 것처럼 엄청 밀도가 높습니다. 건성으로 읽을 문장 하나도 없을 정돕니다. 게다가 조기종결(?)답지 않게 깔끔한 복선회수, 결말까지 보여 줍니다. 원래 이렇게 생각하고 쓴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만큼 영마악이라는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7권이었습니다.
영마악에서 가장 억지스러운 부분이 손수건 부분이라고 느낀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그 부근에서 너무 억지스런 착각계라고 그만 보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7권까지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악당이 한 건 하거든요. 게다가 다른 억지들도...빈틈없이 회수합니다. 착각계로서 일관성은 유지하지 못했지만, 영마악이라는 글의 복선은 7권에서 모두 풀리면서 통쾌하게 끝나더군요. 모든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고 설정을 촘촘하게 짠 작가 분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마 영마악은 잘쓴만큼 팔리진 않았을 거 같습니다. 우선.. 연재 분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게다가 그 덕인지(생각보다 덜 나간 탓인지) 중간에 방향 선회를 합니다. 이럴 경우에... 분명히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글이 일관성을 잃기 시작했다는 건 글 전체가 흔들린다는 소리니까요. 사실 저도 그 중에 하나가 될 뻔했는데 일러스트 덕에 버텼지요. 그리고 이 소설이 그냥 판타지로 출판됐다는 것도 한 몫했을 거 같습니다. 영마악은 내용으로 보면 라이트 노벨에 아주 가깝습니다. 게다가 일러스트까지 들어있어 그런 느낌이 더 듭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쪽 토끼를 다 잡을 생각인 걸로 보이는 무영자 님의 의도는 실패한 거 같습니다. 판타지 독자 중에는 일러스트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고, 라이트 노벨 독자 중에는 판타지를 돈주고 산다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덕에 양쪽 장점을 취해서 좋은 '책'을 만들려던 작가 분의 의도는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고 몹니다. 왜냐구요? 제 생각보다 판매부수가 높지 않더라고요. 재밌는 글인데...
이런 저런 장점과 단점이 있었지만 저에겐 장점이 컸던 글이었습니다. 특히 7권에서 대만족입니다. 만약 이 책을 보시려는 분이 있다면 7권까진 꼭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만큼 7권엔 영마악의 모든 내용이 들어 있거든요.
덤으로 악당의 이 대사는 참 인상 깊더군요. 샤프한 일러스트와 함께 내뱉은 영마악 최고의 명대사!
"정의는 승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캬! 이 대사 한마디에 7권이 녹아 있습니다. 진짜 멋지네요. 악당 님.
덤으로 또 하나의 명대사를 남깁니다.
악당을 가호하는 일백 악마‥‥‥들 중에 아흔아홉 악마시여. 진심으로 기원하나이다. 필요하시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치겠나이다. 그러니 부디‥‥‥
‥‥‥누가 나 좀 이 지옥에서 구해줘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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