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폴 앤더슨
작품명 : 타임 패트롤
출판사 : 행복한 책읽기
타임 패트롤은 제목 그대로의 소설입니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가정 아래 누군가 과거로 여행을 해 현재를 바꿀 수 있다면 어째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어떻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가의 한 재미있는 답변이랄 수 있죠.
수백만년이 지난 후 우리가 측량할 수 없는 존재로 진화한 먼 우리의 후예인 데이넬리아인은 각 시대의 재량들, 정신적 육체적 심리적으로 적합한 인재들을 찾아 타임 패트롤을 조직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물론 타임머신 기술을 사용해서 멋대로 과거를 바꾸려는 자들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타임 패트롤은 정당한 역사를 지키는 선의 조직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그렇진 않다는게 작중에서도 암시됩니다. 서구가 신대륙에 정착해서 인디언들을 인종적으로 학살한 것이나 나찌의 대학살 같은 것들은 명명백백하게 악입니다만 그것들도 타임 패트롤이 지켜야할 역사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작중 한 적은 금성인들에게 모든 가족을 잃고 절망하다가 우연히 시간상인(시간을 넘나들며 무역하는 먼 미래의 직종)을 발견하고 시간머신을 훔쳐 고대 영국으로 옵니다. 그는 모든 인류를 고통에 신음하게 하는 모든 악의 근원이 인간의 천부적 악이 아니라 순전히 인과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죠. 즉 단순히 과거 로마가 무너지고 야만적인 서구문명의 주도로 분할된 세계가 됐기 때문에 전쟁과 유혈이 끊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고대 영국의 색슨과 브리튼인들의 동맹을 이뤄 반픽트동맹을 이룩해 문명을 지켜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대 영국에 가 마법사 행세를 하며 역사를 바꾸려고 합니다.
또한 사악한 게임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이런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됩니다. 타임패트롤은 데이넬리아 인들에게 역사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라는 지시-신대륙을 콜럼버스보다 수백년 앞서 발견한 몽골인들의 제거-을 받게되고 당혹스러워 합니다만, 이야기 마지막에 주인공은 결국 깨닫습니다. 그들의 시간조차 애초에 ''오리지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즉 타임패트롤은 반칙을 저지르는 것을 막는 조직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기구일 뿐이죠. 타임패트롤 직원들도 그저 자신의 가족과 시대의 현존을 위해 노력할 뿐이구요.
타임 패트롤이라는 소설의 주 소재는 사실 시간이라기 보다, 역사입니다. 작중에서도 알수없는 미래에는 가지 않고 작가의 탁월한 역사, 언어학, 신화적 지식을 토대로 중세 고대 근대 등을 종횡무진합니다.
또한 대체역사에 관한 작가의 숙고도 무척 볼만합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에피소드에 델린다 에스트(카토가 말끝마다 붙였다는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문장이랍니다)에서는 한니발이 승리하여 로마가 일찍 무너진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켈트가 일찍 세계대제국을 건설하고 신대륙을 발견해서 자극받은 마야, 아즈텍등의 인디언들이 살육되지 않은 미래를 그리는데, 작가의 상상력과 고증이 대단하더군요.
소설을 고르면서 유치해보이는 제목에 사실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잘쓴 SF수작인 것 같습니다.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수백만년전의 생생한 자연에서 휴양을 보내고, 지브롤터가 무너져 폭포가 되어 지중해가 이룩되는 순간도 지켜볼 수 있고, 크로마뇽인들을 안내인 삼아 피레네 산맥에서 스키를 즐기기도 하는 타임 패트롤의 모습이 참 부럽더군요. 언젠가 정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저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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