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지문사냥꾼 을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10.04.17 23:33
조회
1,558

제목 : 자문사냥꾼-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2005

저저 : 이적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작성 : 2010.04.17.

“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즉흥 감상-

  요즘도 간혹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노래. 학창시절, 불면의 밤을 달래준 자장가로 ‘달팽이’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책을 만들었다기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망각의 영역에 밀어두고 있었는데요. 열심히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저의 시선을 잡아끌어 만나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변화에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시중에 깔린 책 속에서 글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출판사 측 사람들의 걱정인 [활자를 먹는 그림책] 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은 분명 ‘흡혈귀’는 아니지만 피를 마시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면서, 그들의 삶을 저자를 향한 메일에 담은 [음혈인간으로 부터의 이메일] 로 계속되는 이야기의 장이 열리게 되는 작품은, 외계생명체와의 조우와는 조금 다른 기묘한 만남 [외계령], 잃어버린 전설의 재발굴을 통해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한 [제불찰 씨 이야기], 고양이를 싫어한다 말하는 사람의 고양이에 대한 탐구기록 [고양이], 그동안 있었던 연쇄살인에 대해 그 이유를 말하는 [자백], 만취상태로 올라탄 지하철. 잠의 세계로까지 초대를 받던 주인공이게 우산들의 대화가 들리게 되고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지문이 사라지게 되었음에 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 [지문사냥꾼], 매일 같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금속 타격음의 대화 [S.O.S.], 힘겹게 모퉁이를 돌고, 그럴 때마다 만났던 ‘그’로부터 받게 되는 짧은 편지 [모퉁이를 돌다], 독서에 빠진 여인을 바라보는 남자 [독서삼매], 피아노와 함께하는 기묘한 삶 [피아노], 그리고 저자에 대한 타인의 시점인 [글 쓰는 이적] 과 저자의 마침인사인 [후주:피리] 로 하나 가득이었는데…….

  으흠. 적다보니 줄거리만 잔뜩 써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책은 단편집입니다. 그것도 탄산음료에 취해 알딸딸해지는 것과 비슷한 기분만큼이나 괴이한 이야기들의 묶음이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는 익숙하였으면서도 새롭게, 또 어떤 이야기는 저자의 노래처럼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을 저에게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느낌을 글로는 설명하기 힘드니, 직접 책을 통한 만남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해보는군요.

  이 책의 매력이라. 언젠가부터 대중매체와 사이가 벌어져버렸던지라 그토록 좋아하던 이적님을 잊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존재의 재발견’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살짝 넘기고, 그동안 머리 아픈 이야기의 이어달리기에 모처럼의 쉼표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는데요. ‘고양이’에서 작자를 잊었다는 이야기는 혹시 스티븐 킹의 소설 ‘신의 작은 늪 Pet Sematary, 1983’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은 옆으로 밀어두고, 짧은 글이기에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한 두 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 또 한 번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추론한 답을 적어보면, ‘S.O.S’는 타인의 관점이 그려내는 치명적인 오해를, ‘모퉁이를 돌다’는 인생의 전환지점에서 마주하는 좌절과 구원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해집니다.

  네? 요즘 들어 즉흥 감상에 대한 설명이 자주 빠지는 것 같다구요? 으흠. 아직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지만, ‘달팽이’와 ‘패닉’이라는 이름으로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또한 언젠가는 저만의 이야기로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고 싶다는 소망이 위의 즉흥 감상이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럼, 이 작품은 만화책으로도 존재한다는 정보를 잡아보게 되었음을 살짝 속삭여 보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 입니다.

  

TEXT No. 1198

[BOOK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2975 무협 무명서생 1.2 +7 Lv.13 얼음꽃 10.04.20 2,286 0
22974 무협 대천산 1, 2권 +5 Lv.30 남채화 10.04.20 2,680 0
22973 무협 태극무존 3권~역시 무협에는 협이 있어야 ... +2 Lv.44 幻龍 10.04.20 2,377 1
22972 판타지 더 로드 아쉬운 결말. +2 Lv.90 그리피티 10.04.20 2,158 0
22971 게임 밀리터리 게임소설- 스페셜리스트 +4 Lv.70 운진 10.04.20 4,625 3
22970 무협 천마!! 근래 볼 수 없었던 절대의 포스... +9 Lv.5 오거수레 10.04.20 5,439 6
22969 무협 태극무존 3권 미리니름 아주 약간 +5 Lv.1 무당말코 10.04.20 3,233 4
22968 기타장르 거창한 꿈 을 읽고 Lv.22 무한오타 10.04.19 738 1
22967 기타장르 어떤 마술의 인덱스 (금서목록) - 18권 +10 Lv.1 현악(絃樂) 10.04.19 2,007 0
22966 기타장르 팬픽의 탈을 쓴 현대 좀비물 "The Abyss" +14 Lv.5 좋은날0128 10.04.19 3,835 4
22965 게임 다시 읽는 달빛조각사. +6 Lv.53 떠중이 10.04.19 2,360 0
22964 무협 선수무적 - 와룡강 소설의 재림... +10 Lv.51 시한폭탄 10.04.19 6,698 1
22963 무협 적룡기... 중국무협의 향기.. +6 Lv.42 나찰(羅刹) 10.04.19 2,618 1
22962 무협 살수 +3 Lv.72 키작은헌병 10.04.19 1,854 0
22961 판타지 역천의 황제 4 +4 Lv.13 얼음꽃 10.04.19 2,063 0
22960 판타지 불량법사(장인생전) - 당의정과 같은 작품 +5 Lv.43 만월(滿月) 10.04.18 2,072 2
22959 기타장르 13번째 인격 을 읽고 Lv.22 무한오타 10.04.18 1,111 0
22958 무협 불패검선을 읽고. +7 신검마도 10.04.18 5,662 1
22957 무협 천라신조를 읽고 +19 Lv.58 유성호접검 10.04.18 3,384 2
22956 판타지 홍염의 성좌를 읽어보았.. +14 Lv.8 보컬리스트 10.04.18 2,767 0
22955 판타지 김지훈 외. 2010 꿈을걷다 - 오늘 하루 종... +2 Lv.5 케이포룬 10.04.18 1,437 0
22954 판타지 정말 머리 나쁜 주인공-위시 +1 Lv.99 은빛검풍 10.04.18 2,224 0
22953 무협 신마협도 (미리니즘) +4 Lv.1 아벨라 10.04.18 1,908 3
22952 무협 최근에 읽은 소설들에 대한 짧은 평 +7 Lv.9 해등 10.04.18 2,720 0
» 판타지 지문사냥꾼 을 읽고 +4 Lv.22 무한오타 10.04.17 1,559 0
22950 무협 요즘 관심있는 글들. +2 Lv.99 이루어진다 10.04.17 2,995 2
22949 무협 광검진천을 읽고(미리니즘약간) +7 Lv.53 잿빛날개 10.04.17 2,137 1
22948 기타장르 성녀의 구제 를 읽고 +5 Lv.22 무한오타 10.04.16 1,555 1
22947 무협 난전무림기사 6권 +17 Lv.15 저녁햇살 10.04.16 3,499 0
22946 무협 풍운세류 1-2 +3 Lv.1 [탈퇴계정] 10.04.16 1,915 3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