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하(임진광)
작품명 : 불량법사(장인생전)
출판사 : 디엔씨미디어
그런 것을 두고 다수결에 의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거요. 100명 중 한 명이 죽어 나머지 99명이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한 명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니까. 왜냐햐면 99명 쪽은 아무 희생 없이 이익만 있는 소위 남는 장사거든. 남는 장사를 하는 99명의 발언에 희생자인 1명의 발언은 묻혀 버리지.<장인생전 3권中>
임진광님의 작품에 흥미가 생겨 보게 된 작품입니다. 지금 집에 무공총람, 초능력수사대, 용의 종속자, 무언계, 마룡전쟁이 쌓여 있습니다. 이 중에 이미 읽은 작품도 있고 읽어야 할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보면서도 감탄을 하는 것이 있다면 이 분의 작품은 정말 당의정이란 말이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장르소설을 읽으면 거창한 주제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장르소설의 목적이란 것이 대부분 위안을 주는 것, 즐거움을 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주인공이 성장해나가고, 주인공이 파천황적인 힘을 갖고, 그 주인공이 그 힘으로 그 사회의 부조리를 깨부수는 장면에서 현실의 자신이 그러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해내는 것을 보며 우리는 희열을 느끼곤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소설은 그런 장르소설의 문법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죠. 분명히 글 자체는 즐겁습니다. 이 분 특유의 개그센스는 대단하죠. 간간히 배꼽을 잡아 뺄 정도로 웃긴 부분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계속 낄낄대며 웃게 하는 힘이 있죠. 그렇게 웃고 즐기게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땐 웃을 수가 없습니다. 나름의 주제를 갖고 뭔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니 말입니다.
참선을 행하는 스님들이 골몰하는 화두 같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한 번 살아오면서 이런 생각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건 던져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이야기 장인생전도 처음은 낄낄거리고 들어갑니다. 스승도 자신의 제자가 대단한 수행을 쌓은 도사인줄 알지만 그 실상은 어떻게 하면 그 여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하고 궁리를 하고 그걸 기어이 해내는 호색한이니 말입니다. 그런 호색한이고 정의감과는 몇 광년 떨어져 있지만 그 장인생이 밉지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의 본질적인 모습이니까요. 대의를 내세우고 거창한 말을 하고 큰 목표를 세우고 그걸 해쳐가는 사람들은 물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우리 중의 소수일 뿐이죠. 어떻게보면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 인생을 살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초,중,고,대학교에서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는 사람은 전체 학생들 중에서 선택받은 일부일 뿐입니다. 대학들어와서 장학금을 받는 사람들도 그 중 일부고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선망받는 직장을 얻고 부나 명예를 얻는 사람도 소수이고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선택받은 소수의 들러리 일 뿐이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일을 마치고 난 뒤의 술 한잔, 야자를 땡땡이치고 놀러간다든지(응?)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이 주어진 삶안에서 소솔한 재미를 찾고 거기에 맞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들러리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생각할 꺼리를 주는 작품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진광님의 작품이 더 매니아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어떤 음식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고 마시다 보면 더 좋은 것 독특한 맛을 찾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판타지, 무협을 가리지 않고 많이 읽었다는 분들에겐 임진광님의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단지 좀 구하기가 힘들겁니다. 대여점에선. 예전에 나온 글들이 대부분이고 임진광님이 요즘 책을 내놓지 않으니 말입니다. 중고시장을 뒤지든가 아니면 이북으로 보든가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건 취향의 문제만 없다면 그리고 자신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글을 원한다면 임진광님의 글을 읽어서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란 걸 확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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